[겨울 설악 특집 코스가이드ㅣ백담사 기점 공룡릉 산행] 너른 계곡 따라 오르면 드러나는 용아장성과 공룡릉의 장관

글·신준범 기자 2014. 3. 5.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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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 1박2일 걸리는 도전 코스.. 소청대피소까지 하루에 19km 걸어야

↑ [월간산]신선대에서 마등령으로 이어진 공룡능선길. 정면의 뾰족봉인 1275m봉을 왼쪽으로 넘어 가야하는 험한 산길이다.

한겨울 백담사 산행은 쉽지 않다. 겨울에는 백담사 셔틀버스가 운행하지 않아 용대리 46번국도변에서 백담사로 이어진 7km 구간이 추가되기 때문이다. 콘크리트길이라곤 해도 최소 1시간30분을 더 걸어야 해 만만히 볼 수 없다. 어디로 코스를 잡든지 최소 1박2일이 소요된다. 오세암에서 마등령을 넘어 비선대로 내려서는 코스라면 10시간 정도 걸려 당일 산행이 가능하지만, 체력 소모에 비해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이 드물다. 또 마등령에서 비선대로 내려서는 길은 눈사태 위험지역이라 자주 통제된다.

백담사에서 봉정암으로 이어진 계곡길은 러셀이 잘 돼 있는 편이다. 봉정암을 찾는 신도들이 거의 매일 오르내리기 때문이다. 평일에는 소청으로 향하는 등산객보다 봉정암으로 가는 신도들이 더 많을 정도다.

용대리를 출발해 백담사~수렴동~봉정암~소청~희운각~공룡능선~오세암~백담사를 잇는 코스는 설악산 깊숙한 곳을 세밀하게 뜯어보는 코스다. 총 43km로 산행 거리가 길고, 한겨울 1박2일에 완주하기에 어려운 면이 있어 대중적인 코스는 아니다. 또 겨울에는 관리소에서 적설량에 따라 공룡능선을 수시로 통제하기도 한다. 이런 악조건에도 백담사 원점회귀를 추천하는 것은 그만큼 구곡담계곡과 용아장성, 공룡능선에서 본 외설악 등 숨겨진 진수를 맛보는 설악산 마니아를 위한 코스이기 때문이다.

마니아를 위한 코스인 만큼 만만치 않은 도전의 코스다. 1박2일에 마치고자 한다면 용대리에서 소청대피소까지 하루에 올려쳐야 한다. 용대리에서 소청대피소까지는 19km로 하루에 오르기에는 먼 거리다. 게다가 집에서 출발해 용대리까지 오는 시간을 감안하면 더욱 고된 여정이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19km 중 17km는 경사가 비교적 완만해 등산 준족이라면 속도를 낼 수 있는 구간이다.

소청대피소에서 1박 후 희운각대피소을 거쳐 공룡능선을 넘고 오세암을 지나 백담사를 거쳐 용대리까지 돌아가는 길은 23km로 첫날보다 더 멀다. 해가 짧은 겨울 하루 산행으로 무리가 있지만 베테랑의 경우 이른 새벽에 출발한다면 주파가 가능하다. 공룡능선의 경우 러셀이 되어 있는 적당한 눈은 발 디딤이 푹신해 오히려 관절에 무리를 덜 가게 하고 산행시간을 단축시켜 주기도 한다. 마등령에서 비선대로 내려가는 길은 눈사태 위험지역이므로 적설량이 많을 때는 출입을 삼가야 한다.

마등령에서 오세암으로 내려서는 길은 가파르지만 계단이 있고 육산 골짜기 사면을 따르는 코스라 위험한 곳은 없다. 오세암에서 영시암으로 이어진 길은 완만한 편이지만 능선을 몇 개 넘어야 하므로 얕은 오르막이 반복된다. 특히 소청에서 당일산행으로 여기까지 왔다면 얕은 오르막이라도 힘들게 느껴질 수 있다.

↑ [월간산]소청에서 본 공룡능선. 우리나라에서 이토록 절정의 암릉미를 볼 수 있는 곳은 드물다.

영시암부터는 달리기를 해도 좋을 완만한 길이라 어둑해진 뒤에 닿았다 해도 체력만 충분하다면 야간산행으로 용대리까지 나가는 데 무리가 없다. 용대리에서 소청대피소까지 10시간, 소청대피소에서 용대리까지 12시간 정도 잡아야 한다.

2박3일로 일정을 잡으면 더 수월해진다. 첫날 점심때쯤 용대리에 도착해 수렴동대피소에서 1박을 하고, 둘째 날에는 희운각에서 1박을 하면 산행이 더 여유롭다. 몸 상태가 좋지 않거나 공룡능선이 통제되었을 때는 천불동계곡으로 하산하거나 대청봉을 거쳐 오색으로 하산하는 코스로 바꾸면 된다.

국립공원답게 이정표가 많아 길찾기는 수월하다. 적설량이 많은 곳은 표지기를 나무에 묶어 이정표가 눈에 묻힐 때를 대비했으며, 마등령~오세암 구간에는 빨랫줄 같은 것으로 연결해 둬 눈이 깊이 쌓였을 때도 길을 잃지 않도록 했다. 식수는 소청과 희운각대피소는 한겨울에 샘이 얼어 생수를 사야 하며, 수렴동대피소에서는 여간한 한파가 아니라면 얼음을 깬 계곡물을 구할 수 있다. 영시암과 봉정암, 오세암에서도 따로 청하면 물을 얻을 수 있다. 봉정암에서는 1만 원을 내면 하루 묵어 갈 수도 있다. 다른 암자의 경우 신도가 아니라면 원칙적으로 등산객에게 숙박을 제공하지 않는다.

교통

서울→백담사 입구 동서울터미널에서 용대리 백담사 입구를 거쳐 속초나 고성으로 가는 버스가 30분~1시간 간격(06:05, 06:40, 07:05, 07:20, 08:05, 08:20, 09:40, 10:40~21:10)으로 운행한다. 용대리 백담입구정류소에서 동서울행 버스는 1일 12회(07:05, 07:55, 08:55, 09:00, 09:30, 11:00, 12:50, 13:20, 15:00, 16:00, 18:00, 19:30) 운행. 2시간, 1만5,900원.

백담사행 버스가 없는 지역에서는 인제군 원통시외버스터미널에서 백담사 입구를 거쳐 가는 속초나 고성행 시외버스를 타거나 진부령행 시내버스를 탄다. 진부령행 버스는 1일 10회(07:00, 08:20, 09:50, 11:40, 13:20, 15:00, 16:10, 17:10, 18:40, 19:50) 운행하며 20분 걸린다.

↑ [월간산]오세암에서 영시암으로 이어진 길의 전나무 숲. 어른 세 명이 양팔을 뻗어도 닿을 듯 말 듯한 거목이 수두룩하다.

용대리 백담입구정류소에서 수원행은 1일 10회(08:00~16:10, 17:45, 19:05, 19:50), 안산행은 1일 7회(07:55~17:25, 18:55), 일산행은 1일 8회(07:50~16:45, 17:45), 의정부행은 1일 3회(10:05, 11:30, 14:05), 춘천행 버스가 1일 2회(10:00, 14:40) 운행한다. 원통행 노선버스는 1일 10회(07:45~15:45, 17:05, 18:05, 19:40, 20:25) 운행한다. 속초행 버스는 08:05부터 18:40까지 3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식당(지역번호 033)

용대리 백담사 입구에서 백담분소로 이어진 1.4km 도로 변에 식당과 민박집이 늘어서 있다. 황태구이와 순두부가 용대리 별미로 손꼽히며 대표적인 맛집으로 백담사 셔틀버스정류장 앞의 원진식당(462-1856)이 있다. 그밖에 봉정식당(462-5830), 용대리황태식당(010-6285-0170), 산사가든(462-5865), 메밀막국수 전문인 예당식당(462-3663), 백담시골밥상(462-2260), 순대국 전문 들쑥날쑥(462-4948), 백담순두부(462-9395), 일품중국집(462-5891) 등의 식당이 있다.

숙소(지역번호 033)

원로산악인 박철암 선생이 운영하는 '백담골이야기(462-4849)' 펜션이 백담사 입구에 있다. 2,000평의 너른 터에 지은 2층집이다. 마당이 넓고 트여 있어 인근의 산세를 구경하기 좋고, 벽돌로 지어 슬레이트로 된 숙소들에 비해 단열이 잘된다. 10명이 묵을 수 있는 큰 방과 4명이 묶을 수 있는 작은 방까지 7개의 방이 있으며, 작은 방은 5만 원, 큰 방은 10만 원으로 인근 숙소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백담사 입구에 숙소가 몇 곳 있으나 겨울철에는 문을 닫는 곳도 있으므로 예약하는 것이 좋다. 전원민박(462-8522), 설화가든펜션 (010-4370-9351), 백담별채펜션 (010-8728-6450) 등이 있다. 봉정암 숙박시 예약(011-361-2828)해야 한다.대피소 정보는 203페이지 참조.

설악산 맛집 | 용대리 < 원진식당 >등산객 줄서서 먹던 30년 전통의 용대리 황태집

↑ [월간산]소청에서 희운각대피소로 내려서는 길. 글리세이딩으로 내려가는 재미를 누릴 수 있지만, 안전에 주의해야 한다.

용대리에 자리한 황태요리 전문점이다. 백담주차장과 백담사 셔틀버스 정류장 앞에 있어 봉정암 신도들과 등산객들의 단골집으로 유명하다. 황순이(1만1,000원)와 덕순이(1만2,000원), 산채비빔밥(8,000원)이 가장 인기 있는 대표메뉴다. 황순이는 황태구이와 순두부 요리고, 덕순이는 더덕구이와 순두부 요리다. 맛있게 구운 황태와 정갈하고 푸짐한 나물 반찬이 밥맛을 더한다. 특히 황태는 이곳 인제에서 얼었다 녹기를 반복하는 전통적인 방법으로 만들어 식감이 부드럽고 고소하다. 황태의 본고장 용대리 황태의 참맛을 느낄 수 있다.

한순옥 사장은 용대리에서만 41년을 살았고 1980년대부터 백담계곡에서 식당을 운영했다. 음식 맛이 좋아 1980년대부터 등산객들이 줄서서 먹는 집으로 유명했다. 2004년 지금의 식당 건물을 지었다. 식당 옆에는 황태매장과 잔치국수와 도토리묵, 파전, 막걸리를 파는 매장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한겨울엔 문을 닫는 식당이 절반 가까이 되지만 원진식당은 연중무휴다. 하루라도 문을 닫으면 단골들에게 전화가 와서 항상 문을 연다.

백담계곡은 원래 등산객들이 대부분이었으나 전두환 전 대통령이 칩거했던 이후로 관광객이 늘었다고 한다. 요즘은 봉정암을 찾는 신도들이 많은데 특이하게도 신도의 90%가 부산 사람이고, 등산객도 경상도 사람이 많다고 한다. 식당 상호인 '원진'은 아들 이름을 딴 것이며 두 아들 모두 용대리 산악구조대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대표메뉴 외에 황태구이(1만 원), 황태해장국(7,000원), 청국장(7,000원), 더덕구이(1만3,000원), 황태채무침(1만3,000원), 감자전(7,000원), 도토리묵(7,000원) 등의 별미가 있다. 지역특산 술로 더덕동동주, 옥수수동동주, 메밀꽃동동주를 판다. 문의 033-462-1856.

[설악산 사람] 백담계곡에 사는 박철암 원로산악인

↑ [월간산](왼쪽) 원진식당의 별미인 황태구이와 더덕구이 / 용대리에서 30여 년간 식당을 운영해 온 한순옥 사장.

"내 생애는 무인구로 귀결된다"

백담사로 이어진 길가에 '백담골 이야기'라는 마당 넓은 펜션이 있다. 원로산악인 박철암(92) 경희대 중문과 명예교수의 집이다. 그는 1962년 한국 최초로 히말라야 원정에 나섰으며 2007년에는 세계 최초로 티베트 고원지대인 무인구(無人區) 2,200km를 차로 횡단했다. 1990년 티베트에 처음 발을 들인 후 30번을 다녀왔고 11번의 도전 끝에 무인구 횡단에 성공했다. 이름처럼 사람이 살지 않는 곳으로 중국 정부에서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장북고원 해발 5,000m 지점에 있으며 한반도 면적과 비슷한 22만㎢의 광활한 땅에 태고의 신비가 펼쳐지는 곳이다.

그가 처음 백담계곡에 발을 들인 건 1958년이었다. 경희대 산악부의 일원으로 설악 땅을 디뎠다. 1973년에는 대학생 70명을 이끌고 설악산 산행에 나서기도 했다. 당시 국무총리였던 김종필씨가 대학생들에게 도전의지를 심어주기 위해 특수체육회를 만들었고, 체육회 등산부를 박 교수가 맡게 되었다. 당시 70명의 학생을 데리고 대청봉에 올라 정상에서 야영했다고 한다. 그때 개척한 골짜기를 '특수골'이라 이름 붙였다.

백담계곡에 집을 짓고 산 건 1970년쯤이다. 박 교수의 부인인 강재연 여사가 남편을 따라 산에 다니다 봐뒀던 이곳에 정착했다. 당시 땅을 공짜로 줘서 들어왔단다. 당시엔 간첩이 내려온다고 해서 여기서 살기를 꺼렸다고 한다. 강 여사는 힘들었던 과거를 얘기한다.

"결혼하고 보니까 남편이 산에 미친 사람이었어요. 1962년에는 집을 팔아서 히말라야 원정을 갔어요. 그때 저는 아이들 세 명을 데리고 기도원에 들어가서 살았어요. 배 타고 다녀오다 보니 6개월 만에 남편이 돌아왔는데 거지가 되어 있었어요. 남편은 산에 다니고 저는 애들 뒷바라지해서 여기까지 왔어요. 지금은 5남매 자식 중에 의사 둘, 교수 둘, 목사 한 명이에요. 동네사람들이 부러워하죠."

↑ [월간산]

강재연 여사는 '백담골 이야기'를 글로 써서 수필가로 등단했으며, 수필집 < 백담골 이야기 > 와 시집 < 산간한일 > 을 펴냈다.

박 교수는 "나의 생애는 무인구로 귀결된다"고 단언할 정도로 티베트와 무인구에 몰입해 있다. 첫눈에 반하는 사랑처럼 1990년 티베트와의 첫 만남 때부터 태초의 풍경에 영혼이 사로잡혔다. 특히 티베트의 꽃에 심취해 15만 km를 누비며 500여 종의 식물을 조사해 1998년 < 티베트의 꽃과 생물 > 이란 책을 펴냈다. 티베트의 식물을 다룬 세계 최초의 책이었다.

그는 평생을 관통한 탐험열정의 근원을 자신의 유년시절에서 찾는다. 고향인 평안남도 영원군에는 대동강 발원지인 동백산(2,090m)이 있었는데 정상에 배의 조각이 남아 있다는 어른들의 말을 듣고 17세 때 친구들과 산을 올랐다. 이때의 경험이 미지의 세계에 대한 개척의지를 심어 준 계기가 되었다고 말한다.

박 교수는 이제 백담골이 고향이라 한다. 산도 좋지만 사람들이 순박하고 심지어 새들도 순박하다고 말한다. 다친 사람을 업고 내리거나 심지어 시신을 끌어내리기도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이는 1970년대 백담계곡 근처에 살던 '이 처사'라 불리던 이다. 고려대 법대를 나온 이 처사는 숙명여고를 나온 아내와 산속에 터를 잡고 농사를 짓고 살았다. 이 처사는 의지할 곳 없이 산에 든 이들을 가족으로 받아들여 10명이 넘는 사람들이 화전으로 1만 평을 일구며 살았다고 한다. 그의 시신은 유언대로 길골에 묻혀 있다.아흔을 넘긴 고령이지만 그는 설악을 닮아 여전히 산꾼들에게 베풀기를 즐긴다. 한국 최초로 히말라야와 티베트 무인구에 도전한 산악인 박철암의 '백담골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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