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高級) 자전거와 고가(高價) 자전거

머니바이크 윤일석 2014. 3. 5.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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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바이크 에세이] 윤일석의 자전거 이야기

[머니투데이 머니바이크 윤일석(자갤화석)][[머니바이크 에세이] 윤일석의 자전거 이야기]

최근 프랑스의 세계적 가죽제품 메이커이자 패션브랜드 H사에서 2종류의 자전거를 출시했다. '고급(高級) 자전거' 제목을 단 기사들을 종합해보면, 1200만원의 이 자전거는 프랑스 자전거브랜드 T사에 제작을 의뢰한 것으로 "수제작 탄소섬유 프레임, 내장형 8단 허브기어, 유압식 디스크브레이크, LED램프 등의 고급 부품이 적용되었으며 중량이 11kg로 매우 가볍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자전거는 고급(高級)일까?

사이클링에 본격 입문하던 90년대 중반은 MTB(산악자전거)가 절정의 인기를 끌 때였다. 당시 자동차나 모터사이클에나 적용하던 첨단부품들(서스펜션 포크와 프레임, 유압식 브레이크 등)이 자전거에 적용되기 시작한 시기였다. 소재 역시 기존 스틸에서 알루미늄, 탄소섬유, 티타늄 등으로 첨단화되기 시작한 때였는데 그 중심에 MTB가 있었다(그때만 해도 로드바이크는 상대적으로 발전 속도가 더뎠고 소재 역시 크로몰리가 주력이었다). 아마 이런 이유 때문에 동호인들이 MTB에 열광했던 것 같다. 그 열기가 어느 정도였냐 하면 자전거를 다루는 모든 잡지가 MTB를 제외한 다른 자전거를 거의 안 다뤘을 정도다. 심지어 로드(사이클)조차도.

거의 20년 전이었던 그 시절에도 로드바이크에 비해 비교적 무거운 자전거인 하드테일 MTB도 11kg이면 그냥 중상급 수준이었지 획기적으로 가볍다고 할 수 있는 무게는 아니었다. 심지어 당시 미국의 T사는 완차 중량 10kg대의 풀 서스펜션 MTB인 'Y시리즈'를 출시했다. 참고로 그때 카본프레임에 XTR구동계, 최상급 포크를 장착한 하드테일 바이크는 9kg대였다.

20년 가까이 지난 오늘날은 어떤가. 로드바이크는 UCI 최저중량규정(6.8kg)을 한참 밑도는 5kg대 완성차가 있는가 하면 MTB는 휠 사이즈가 27.5~29인치로 커졌음에도 8kg대 정도에 불과한 것이 나온다. 당연히 이런 자전거들은 각 브랜드의 최상급 모델들이므로 가격이 대단히 비싸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50만원대의 저렴한 가격에 8kg대 자전거도 있다는 사실이다. 한 국내 자전거브랜드가 국내 굴지의 철강회사와 협업하여 가볍고 강하면서도 저렴한 스틸 소재를 자전거프레임에 적용한 것이다.

즉, 오늘날 완차중량 11kg은 자전거로서 결코 가벼운 무게가 아니며 고급자전거로서의 필요조건에는 더더욱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수제작 카본 프레임(원래 카본 프레임은 모두 수공 과정이 들어간다), 내장형 8단 허브기어, 유압식 디스크브레이크, LED램프 등은 모두 200만원 미만의 보급형 자전거에 쓰이고 있다. 이중 내장형 기어는 무거워서 고급자전거에는 안 쓰이고 저렴한 생활용 자전거에 주로 쓰인다. LED램프 역시 몇 만 원이면 애프터마켓에서 좋은 제품을 구할 수 있다. 이런 디테일들이 있다고 해서 고급자전거가 되는 게 아니다. H사가 출시한 자전거는 고가(高價)일지언정 고급자전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럼 고급(高級) 자전거란 무엇인가?

모든 제품은 각자 본연의 목적을 갖고 만들어진다. 옷은 입는 사람에게 편안한 착용감을 제공하고 시각적으로 그 사람을 한결 돋보이게 만드는 게 본연의 목적이다. 자동차는 운전자가 원하는대로 움직여주는(잘 달리고, 잘 돌고, 잘 서는) 게 목적이다. 우리가 고급이라고 부르는 물건들은 모두 이 각자 본연의 목적, 본질적 가치에 충실한 것들이다.

자전거에 있어서 본연의 목적(본질적 가치)이란 무엇일까.

자동차와 마찬가지다. 페달 돌리는 대로 잘 나가고(업힐, 가속, 고속직진성),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안정감 있게 잘 돌고(코너링, 핸들링), 의도한대로 잘 멈추는 게 좋은 자전거다. 카본프레임이 적용되었다고 고급자전거가 되는 게 아니다. 카본프레임은 경량화의 수단일 뿐이고 경량화는 업힐성능과 가속성능을 위한 수단일 뿐이다. 카본프레임을 적용하고도 무거운 중량에 주행성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그건 허장성세에 불과하다. "생활차 아니냐고?" 애초에 생활차에 카본프레임을 적용하는 것 자체가 허장성세이며 명품 패션브랜드의 네임이 붙었다는 이유로 그 가격표를 붙이는 건 더 말할 것도 없다.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대만 자전거메이커 G사는 올해 '에어로 성능', '경량화', '강성' 세 마리의 토끼를 잡은 P모델을 출시했다. 에어로, 경량, 강성···. 이 세가지는 서로 상반되는 가치이기 때문에 어느 한두 개를 포기하거나 적절히 타협을 하면서 제작하기 마련인데 P모델은 이 세 가치를 모두 조화시켰다 한다. 오랫동안 투르 드 프랑스 등 세계 유수의 대회에 참가하고 데이터베이스를 축적하면서 얻은 기술적 노하우와 그간 중저가 자전거를 제조, 판매하면서 축적한 자본을 프레임개발에 투입한 결과다. 최상급 모델에는 그에 걸맞게 대회에서 검증된 고성능 고급 부품들이 적용되었음은 물론이다. 그럼에도 가격은 오히려 명품 패션브랜드의 자전거보다 저렴하다. 우리는 이런 것을 '고급(高級)' 자전거라 부른다.

자갤화석 블로그: roadcyclist.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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