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올림픽] '심판'도 '순위'도 없었던 피겨 갈라쇼

2014. 2. 23.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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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치열한 경쟁이 끝난 무대에는 심판도 순위도 없었다. 올림픽이라는 무대의 마지막은 축제였다.

23일 새벽(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는 2014 소치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갈라쇼가 열렸다. 메달 색깔을 놓고 자신의 조국을 위해 뜨거운 경쟁을 펼쳤던 선수들은 이날 경기장을 찾은 팬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이번 대회 처음 선보인 피겨 단체전 여자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에서 완벽한 연기를 펼치며 여자 싱글 강력한 후보로 떠올랐던 러시아의 율리아 리프니츠카야(16)는 빨간 드레스를 입고 라라 파비앙의 '사랑합니다'에 맞춰 성숙한 연기를 펼쳤다.

'김연아의 영원한 라이벌' 아사다 마오(24·일본)는 누드톤 드레스에 상큼한 포니테일을 하고 영화 '모던타임스' 수록곡 '스마일'에 맞춰 연기했다. 사실상 이번 올림픽이 은퇴 무대인 아사다는 갈라쇼에서 천진한 웃음과 여유를 보였다. 여자 싱글 공연 중간 음향 스태프에게 악수를 청하는 제스처를 취할 정도여서 싱글 쇼트프로그램 실수 후 당황스러웠던 모습과 대조적이었다.

김연아를 우상으로 여기는 미국의 그레이시 골드(19)는 마릴린 먼로처럼 붉은 입술에 애교점을 찍고 나와 영화 '시카고' 사운드트랙 중 '올 댓 재즈'를 선택해 연기했다.

하지만 이날 가장 인상적인 선수는 김연아(24)였다. 이번 올림픽 무대를 끝으로 정든 아이스링크를 떠나는 김연아는 존 레넌 원곡을 에이브릴 라빈이 부른 '이매진(Imagine)'을 배경으로 절제된 연기로 우아함의 극치를 선사했다. 김연아의 연기에 스케이팅 팰리스는 마치 이매진이 노래하는 평화처럼 고요해졌다. 마지막에 팔을 크게 뻗었다가 기도하듯 손을 모으며 연기를 마친 그는 관객들을 향해 환한 미소를 보냈다. 박수갈채를 받으며 김연아는 여러 차례 관객석을 향해 인사를 전했다. 심판판정 논란에 따른 마음고생은 전혀 찾을 수 없었다.

홈어드밴티지 논란의 주역인 여자 싱글 금메달리스트 아델리나 소트니코바(18) 역시 러시아 관중들에게 가장 큰 환호를 받으며 등장했다. 형광색의 복장과 거대한 깃발을 들고 나온 소트니코바는 화려한 연기를 펼쳤지만 실수가 몇 차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갈라쇼에서는 심판판정 논란과 순위는 의미가 없었다. 선수들도 자신들을 응원해 준 팬들을 위해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지에 대해 고심한 흔적이 역력했다.

모든 갈라쇼 무대가 끝나고 갈라쇼 참가 선수들이 함께 나와 마지막 무대를 꾸몄다. 김연아는 소치 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이자 독립군 의병장 민긍호 선생의 후손이기도 한 데니스 텐(20 카자흐스탄)과 파트너가 돼 블루스 타임도 가졌다.

마지막 부분에서 모든 선수들이 신나는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 때 김연아는 그 무리에서 빠져나왔다. 선수들이 맞은 편을 가리켰고 김연아는 태극기 전광판과 함께 등장했다. 다음 올림픽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라는 신호였다. 김연아의 미소가 번졌고, 선수들은 관중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관중은 선수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심판도 순위도 없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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