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카로운 '찡'소리.. 붕괴까지 불과 13초

경주 2014. 2. 21.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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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경북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지붕 붕괴 사고는 징후부터 붕괴까지 13초밖에 걸리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사실은 당시 부산외대 신입생 환영회 행사를 촬영한 이벤트 회사 소유 비디오 카메라를 경찰이 무너진 체육관 바닥에서 수거해 분석한 결과 밝혀졌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북경찰청 수사과는 20일 경주경찰서에서 수사 브리핑을 갖고, 비디오 카메라에 찍힌 붕괴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비디오 카메라는 관객석 한가운데 삼각대 위에 고정돼 무대를 찍었다. 화면에 시간 표시는 없지만, 3시간 용량의 테이프에 영상이 녹화된 분량은 오후 8시 11분부터 오후 9시 7분까지 56분 정도다. 560여명의 학생은 체육관의 가운데 부분에 몰려 앉아 있었다. 행사는 학교 설명과 수강 신청 방법 안내, 공연, 레크리에이션 등으로 이어졌다. 레크리에이션은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 사고 직전엔 레크리에이션의 대미(大尾)를 장식하는 이벤트로 커플게임이 진행되고 있었다. 사회자가 행사에 참가한 남학생들의 전화번호가 담긴 상자에서 용지를 뽑아 전화를 걸고, 이 전화를 받은 6명의 남학생이 관객석에서 마음에 드는 여학생들을 데리고 무대로 돌아와 이벤트를 벌이는 게임이다. 힘든 자세를 오래 유지하는 '타이타닉' '풍선 터뜨리기' '빼빼로 길이 재기' 등 3가지 게임을 해 우승한 커플에게 상품을 줄 예정이었다.

이날 무대에 올라간 남학생들이 여학생들을 찾으러 무대 아래로 뛰어 내려가는 순간 '찡' 하는 큰 소리가 울렸다. 사회자가 급히 뒤를 돌아봤다. 순간 10m 높이의 지붕이 무대 쪽부터 V자 형태로 붕괴되기 시작했다. 너무 급했던지 "대피하라"는 소리도 못하고 사회자가 몸을 피했다. 지붕 붕괴 소리인 듯 '쩍' '쩍' 하는 소리도 연이어 들렸다. 13초 동안 왼쪽과 오른쪽 지붕이 동시에 서서히 아래로 내려왔다. 학생들이 급하게 일어나 달리는 모습과, 비명과 고함이 뒤섞인 소리가 났다. 이후 비디오 카메라 화면으로 뭔가가 덮쳤고, 화면이 뒤집혔다. 카메라가 쓰러진 것이다. 사회자가 뒤돌아보는 시점부터 완전 붕괴까지는 13초가 걸렸다. 13초 이후엔 실내조명이 꺼졌는지 화면이 캄캄해졌고, 학생들 비명만 들렸다.

경찰은 "이 체육관의 앞쪽 문은 무대로 막혀 있었고, 뒤쪽과 오른쪽 문은 담배 피우려는 학생들이 출입하느라 열려 있었다"며 "사고 당시 학생들이 뒤와 오른쪽 문으로 탈출했고, 창문을 깨고 나온 학생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 동영상은 행사장에서 촬영 아르바이트를 했던 연극인 최정운(43)씨가 찍은 것으로, 그는 이번 사고로 숨졌다. 경찰은 붕괴 현장에서 이 비디오 카메라를 수거해 이틀에 걸쳐 영상을 복원했다. 경찰은 "동영상 분석 결과, 사고 수십 분 전부터 지붕 붕괴 징후가 있었다는 일부 참가자들의 말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며 "사고 순간이 생생하게 찍힌 동영상이 유가족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기 때문에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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