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신자 식탁의 구원투수, 인터넷 반찬가게

2014. 2. 20.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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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매거진 esc] 요리

삼각김밥에서 즉석요리 거쳐 집밥에 정착하기까지 15년 자취공력으로 고른 엄마손맛 반찬들

삼각김밥이야말로 수레, 종이, 나침반을 잇는 인류의 4대 발명품이라 칭송했던 시절이 있었다. 상경 후 자취생활을 시작했던 20대 후반의 이야기다. 외식이 주된 끼니였던 그 무렵, 어쩌다 해결하는 집에서의 요기는 8할이 삼각김밥이었다. 얼마 후 전기밥솥과 전자레인지라는 문명의 이기를 들이면서부터는 각종 3분 요리와 즉석국 제품이 4대 발명품의 반열에 올랐다. 그로부터 또 몇 년이 흐르는 동안, 홀로 떠받들던 4대 발명품들의 영광은 내 우람한 체지방의 초석이 된 채 사라져갔다.

요리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시장이나 마트에서 적은 양의 식재료를 구하기 힘들고 독신자의 식사란 예측이 어려운 법이다. 양껏 반찬을 만들어놓는다 해도 언제 또 집에서 밥을 먹을 수 있을지 기약이 없다. 첫 대안은 시장, 마트의 반찬가게였다. 양도 적당해 한 끼에 해치울 수도 있고, 해먹자니 손이 많이 가는 볶음이나 전 종류도 다양하게 살 수 있었다. 하나 직장을 다니는 입장에서는 규칙적으로 장을 보기도 쉽지 않거니와, 무엇보다 조미료 맛이 센 반찬이란 밥집의 그것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인터넷 반찬가게들은, 그렇게 또 한 번의 회의감으로 좌절하던 시기에 알게 되었다.

조리된 반찬을 인터넷으로 주문해 먹을 수 있는 가게들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첫 번째는 식단으로만 주문이 가능한 업체들이다. 저염식을 내세운 산들애찬(http://www.sandlechan.com), 13년째 업계 터줏대감으로 군림하고 있는 명가아침(http://www.emyungga.com), 양질의 재료로 승부하는 더푸드(http://www.ithefood.co.kr) 등이 그렇게 식단 단위로 반찬을 배송하는 곳이다. '오늘 뭐 먹지?'라는 사소하고도 고통스러운 고민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다는 게 군복무 시절의 몇 가지 장점 중 하나였던 것처럼, 식단제에도 상당한 매력이 있다. 하지만 규칙적으로 집밥을 먹을 수 없는 독신자, 자취생들의 현실을 고려해 여기서는 두 번째, 즉 단품을 취급하는 업체들을 주로 다루고자 한다. 식단제로 운영하는 업체들에 관심이 있다면 대부분 '맛보기식단' 메뉴를 두고 있으니 이를 통해 자신에게 맞는 식단의 반찬가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시행착오 끝에 깨달은 사실은반찬은 자기주장이 지나치게강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었다밥집에 가도,마트와 시장의 반찬을 사도온갖 조미료와 양념으로 치장한 채혀를 유혹하려는 강한 음식들 천지다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야 깨달은 사실은, 모름지기 반찬은 자기주장이 지나치게 강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밥집에 가도, 마트와 시장의 반찬을 사도, 온갖 조미료와 양념으로 치장한 채 혀를 유혹하려는 강한 음식들 천지다. 현재까지 4~5년 동안 별 회의감 없이 인터넷 반찬가게를 이용할 수 있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개의 업체들이 내놓은 반찬들은 그리 짜지도 않았고 조미료 맛이 입맛을 가시게 하지도 않았다. 그중에서도 '또바기찬방'(http://www.또바기.com)의 음식들은 가장 심심한 축에 속한다. 심지어 육개장도 얼큰하다기보다는 담백하고 시원하다. 매일매일 주문받은 양만큼만 조리해서 배송한다는 업체 관계자의 말대로 너무 오래 끓인 느낌이 없이 재료를 씹는 맛이 좋고 뒷맛도 칼칼하다. 건강을 위해 염분을 줄일 필요가 있거나 담백한 반찬을 선호하는 이들에게 맞춤한 가게로, 당뇨병과 고혈압 환자들을 위한 식단도 준비중이라고 한다. 김치류, 무침, 볶음, 국/찌개 등 100여가지 기본 반찬들이 주 메뉴인데, 여기에 약간의 아이디어를 더한 사천식땅콩잔멸치볶음(120g, 5500원)과 야채오징어전(240g, 6000원) 등이 인기다.

'더 반찬'(http://www.thebanchan.co.kr)은 다채로운 메뉴를 자랑한다. 이곳은 다른 인터넷 반찬가게에 비해 규모가 큰 편인데, 따라서 기본 반찬, 국/찌개류 외에 '치즈생크림단호박구이'(3900원)처럼 끊임없이 신메뉴들을 선보인다는 것이 장점이다. 간 또한 상대적으로 심심한 편. 그럼에도 해장용으로 훌륭한 '얼큰쇠고기무국'(2인분 4300원)이나 원기가 회복되는 기분마저 드는 '황기닭곰탕'(2인분 3900원)은 추천할 만한 메뉴. 그리고 달걀 프라이와 밥, 참기름만 있으면 근사한 비빔밥 3~4인분이 완성되는 '삼색나물비빔밥'(6300원), 정갈한 상추, 깻잎, 당근, 양념장이 포함된 '씻어나온 쌈세트'(3700원)도 좋다. 특히 이용자가 직접 고른 반찬 10개를 2만6900원에 살 수 있는 '7데이 세트'는 더 반찬의 인기 코너다.

서울 잠실에서 20년간 반찬전문점을 운영해 온 노하우로 상당한 지명도를 자랑하는 '몽촌반찬'(http://www.mcfood.net)은 김치, 무침, 국 종류 등 밑반찬 중심의 구색을 갖추고 있는데, 음식들의 기본기가 훌륭하다. 필자를 인터넷 반찬의 세계로 이끈 것도 이곳의 오이소박이(500g, 6000원)로, 익지 않은 상태에서도 놀라운 맛을 보여준다. 아마도 미리 잘 절여둔 오이를 쓰는 것 같다는 또다른 시식자의 평가도 있다. 고기와 고사리, 토란대 등이 푸짐하게 들어간 육개장(1㎏, 7000원)도 여느 맛집 저리 가라 할 묵직한 맛을 자랑한다. 다른 업체의 반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화려한 맛을 추구하며, 세트 메뉴 없이 단품 반찬만을 판매한다.

'참살이 반찬가게'(http://www.banchangage.com)의 음식에서는 재료의 맛이 두드러진다. 이곳은 강원도 철원, 양구 소재 농장과 계약하여 채소를 공급받는다고 하는데, 그 때문인지 반찬마다 쓸데없는 부재료의 양이나 양념의 맛이 과하지 않다. 양념 털어내느라 세월 보낼 필요 없이 정갈한 김칫소와 깻잎 향을 즐길 수 있는 햇깻잎김치(300g, 4000원), 평가를 위해 네 업체에 공통적으로 주문했던 품목 중 채소 본연의 단맛이 가장 잘 살아 있었던 시금치나물(200g, 3500원) 등 기본 밑반찬들을 추천할 만하다. 국 2종류, 반찬 10종류에 3만7000원, 반찬 7가지 2만1000원 등 세트 메뉴는 물론 월 단위 식단으로도 주문할 수 있다.

이상의 업체들에서 반찬을 구매할 경우 1만9000~2만5000원어치의 최소 주문량을 채워야 하며 반찬들은 일회용 용기에, 국과 찌개는 냉동된 상태로 아이스박스에 담겨 배송된다. 조리된 음식이나 국은 전자레인지에 익히거나 해동한 후 끓이는 것만으로 바로 먹을 수 있어 간편하다. 나물·무침류는 표기된 2~4일의 유통기한 안에 먹는 것이 좋다.

조민준 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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