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리조트 붕괴사고]단 10초만에 판넬지붕 리조트 체육관 완전 붕괴

최슬기·조형국 기자 2014. 2. 18.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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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밤 경북 경주시 양남면 마리나오션리조트 체육관에는 부산외국어대 학생들로 넘쳤다.

대학에 진학, 부푼 꿈을 안고 이 곳으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온 1000여명의 학생 가운데 560여명이 저녁식사를 마치고 이 날 오후 8시5분쯤 체육관에 모여 오리엔테이션 행사를 열고 있었다.

학생회 간부들의 인사와 대학생활에 대한 조언 등에 이어 레크리에이션이 시작됐다. 오후 9시가 조금 넘었을 무렵 음악이 울리는 가운데 사회자가 이야기를 하는 순간 무대 뒤쪽에서부터 지지직하는 소리와 함께 전등이 흔들리며 높이 10m의 1층 철골조로 된 체육관(1,205.32㎡)의 그라스울 판넬 지붕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10여초 상간에 무거운 눈을 지고 있던 체육관 지붕이 완전히 ㄴ자로 내려앉았다.

체육관 가운데 앉은 학생들은 바로 무너진 지붕에 맞았고 주변 학생들도 여기저기 깔리며 체육관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무대쪽에서부터 지붕이 무너지면서 학생들은 무대 뒤편 출입구로 한꺼번에 몰렸다. 이 때문에 서로 엉켜 넘어지기도 하고 신속한 대피가 어려웠다. 이런 이유 등으로 사망자 10명 가운데 여자가 7명을 차지하는 등 힘이 약한 여학생들의 피해가 특히 컸다. 학생들은 이리저리 피할 곳을 찾았지만 지붕이 순식간에 무너져 제대로 대피하지 못했다. 양 가장자리쪽에 있던 학생들은 창문을 깨고 탈출했다.

사고 직후 무너진 천장 사이 공간에 넘어지거나 끼어있던 학생들을 다른 학생들이 잡아주고 이끌어주면서 사고 현장을 빠져나오기도 했다. 학생들은 넘어지고 깔리면서도 서로를 부축해 필사적으로 체육관을 빠져나가기도 했다. 선배들이 후배의 이름을 부르며 창문을 깨고 구하기도 했다. 아수라장 속에서 110여명의 학생은 끝내 철골 더미에 깔려 빠져나오지 못하고 매몰됐다.

오후 9시7분쯤 체육관을 빠져나간 학생 등이 119에 사고 사실을 알렸다. 30분쯤 뒤인 오후 9시36분 구급차가 처음 도착한 것을 시작으로 오후 9시40분쯤 펌프차와 구조차, 오후9시51분쯤 경주소방서 지휘본부 등이 연이어 도착, 구조작업에 나섰다. 리조트가 해발 500m의 산에 위치해 있고 그동안 내린 눈으로 도로에 눈이 쌓인데다 논발까지 날려 제설작업까지 하며 진입하느라 구조대 도착이 늦어졌다.

구조대는 2차 붕괴 우려 때문에 30도 정도 기운 벽면을 크레인으로 지지하고 매몰된 학생들을 짓누르고 있는 판넬을 카트기로 잘라 다른 크레인으로 제거해가며 밤새 구조작업을 벌였다.

학생들은 아비규환 속에서도 경찰, 소방대원들과 함께 구조를 돕기도 했다. 일부 남학생들은 부상자를 구급차까지 이송하거나 잘라낸 철제구조물을 나르면서 친구들의 이름을 부르며 울기도 했다.

김학태 경주소방서장은 "사고 현장에 도착하니 내려앉은 지붕 아래 곳곳에서 비명과 울음소리가 들렸으며 학생들끼리 서로 부축하며 사력을 다해 체육관을 빠져나오는 모습도 많이 띄었다"고 말했다.

<최슬기·조형국 기자 skcho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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