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전' 이방원, '용의 눈물'과는 다른 까닭

이만수 2014. 2. 16.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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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전' 유동근과 안재모, '용의 눈물'에서는..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KBS 주말 사극 < 정도전 > 에 이방원(안재모)이 첫 선을 보였다. 첫 등장부터 정도전과 다른 성정과 통치 이념을 드러내며 대립각을 세웠다. 사냥을 하던 이방원이 왜구 복장을 한 황천복(장태성)을 정도전이 보는 앞에서 활을 쏘아 맞춰버린 것. 정도전은 황천복이 왜구에게 끌려가 길잡이 역할을 한 고려 사람이라며 그를 살리려 하지만 이방원은 단도를 뽑아 그의 심장에 꽂아버렸다.

"인명은 재천"이라며 이방원에게 "네 놈은 지금 살인을 한 것"이라 호통치는 정도전과 "고통을 느낄 바에는 이렇게 죽는 편이 낫다"며 살인을 정당화하는 이방원. 다소 과한 설정처럼 보이지만 이 장면 안에는 앞으로 서로 다른 정치이념으로 대결을 벌이게 될 두 사람의 다른 캐릭터가 드러난다.

"그렇다면 하나 물어보자. 처사님은 이제 어찌될 것 같으냐. 죽겠냐 살겠냐." 인명은 재천이라는 정도전에게 이렇게 묻는 이방원과 칼 끝 앞에서도 굴하지 않고 "지금 내가 죽으면 사람에게 죽은 것이냐 금수에게 죽은 것이냐"고 일갈하는 정도전. 이 장면 속에는 역사는 희생이 따르더라도 행동을 통해 만들어가야 한다는 이방원의 생각과,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인륜임을 내세우는 정도전의 생각이 부딪친다.

아버지 이성계가 조선을 세우는 데 있어서 가장 큰 정적이 될 정몽주를 스스로 제거함으로써 아버지를 왕으로 세우고 자신의 입지까지 마련하는 만만찮은 정치공력을 가진 인물이 이방원이다. 결국 왕자의 난 때 정도전 역시 이방원에 의해 죽음을 맞게 된다.

< 정도전 > 에서 대의명분을 중시여기는 정몽주(임호)에 의해 이인임(박영규)을 제거할 기회를 놓친 이성계(유동근)는 정몽주와 술을 마시며 '대의'가 그리 중요한 것이냐고 묻는다. 정몽주가 그렇다고 말하자 이성계는 정치가 싫다고 일갈하며 분노의 눈물을 흘린다. 결국 이성계는 대의명분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위화도 회군을 한 이후에는 바로 그 대의 때문에 정몽주가 걸림돌이 되게 된다. 결국 그것을 제거하고 아버지를 왕으로 세운 것이 이방원이다.

똑같은 조선 건국의 역사를 다루지만 < 용의 눈물 > 이 그리는 이방원과 < 정도전 > 이 그리는 이방원은 사뭇 다르게 느껴진다. < 용의 눈물 > 에서는 이방원의 어쩔 수 없는 역사적 선택이 공감대를 주었지만 < 정도전 > 에서의 이방원은 어딘지 정도전의 적으로 느껴지는 것. 이것은 사극이 어떤 인물에 집중하느냐에 따라 그 해석이 얼마나 다를 수 있는가를 잘 말해주는 대목이다.

흥미로운 건 < 용의 눈물 > 에서 이방원 역할을 연기했던 유동근이 < 정도전 > 에서는 이성계를 연기하고 있고, 또 < 용의 눈물 > 에서는 이방원의 아들 충녕대군(세종)을 연기했던 안재모가 < 정도전 > 에서는 이방원을 연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동근과 안재모가 두 사극에서 모두 부자 관계로 등장하지만 그 연기의 결은 사뭇 다를 수밖에 없다. 이방원과 이성계는 대의명분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갖고 있고, 충녕대군과 이방원 역시 인명과 대의에 대한 다른 생각을 가진 인물이다.

어쨌든 여말선초의 같은 시기를 다루는 < 용의 눈물 > 과 < 정도전 > 이 약간씩 다른 시각차를 보여준다는 건 대단히 흥미로운 일이다. 역사는 결국 하나의 관점에 따라 달리 보일 수 있다는 것. < 뿌리 깊은 나무 > 에서 등장하지는 않지만 등장인물만큼의 존재감을 드러내던 정도전이 세종 이도와의 대결점을 만들며 마치 넘어서야 할 적처럼 그려졌던 것을 생각해보라. 조선이 왕조 중심의 역사를 새로 쓰면서 상대적으로 폄하되었던 정도전이라는 인물이 지금 이 시대에 다시 재조명되는 것도.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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