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억 대출사기' 책임공방.. 허술한 법인인감 관리 vs. 부실한 대출심사

2014. 2. 12.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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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하나은행 고위 관계자 "은행 1곳당 인감 10통 넣은 셈.. 조직적 개입 가능성 충분하다"

하나은행 고위 관계자는 12일 KT ENS 직원의 3000억원대 대출사기와 관련, "KT ENS에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외담대) 관련 정보를 알려주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처음 하청업체들이 만든 특수목적법인(SPC)과의 사업계약 시 정한 대로 외담대 계약자나 계약규모 등 내용이 바뀔 때마다 KT ENS 대표이사 앞으로 은행장 명의의 내용증명을 보냈다"며 "실무자의 우체국 등기를 보면 다른 부서에서 해당 내용증명을 받아서 대표이사에게 결재를 올렸을 테고 여러 확인절차가 진행됐을 텐데 몰랐다고 하는 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처음 계약 내용과는 다르게 6개 하청업체 가운데 하나가 빠지거나 변동될 때마다 이에 대해 KT ENS에 직접 내용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이는 그동안 KT ENS가 하나은행 등 금융사들이 해당 대출에 대해 전혀 알려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던 것과는 배치되는 내용이다.

지난해 말 KT ENS 외부감사법인에 대출을 포함해 어떤 거래도 없다는 내용의 은행조회서를 발송한 것과 관련해서는 "모든 은행이 해당 사안에 대해서는 조회서를 쓰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은행조회서는 대출, 예금 등과 함께 외국환 관련이나 기타약정 등 미처 파악할 수 없는 내용을 적도록 돼 있다"면서 "외담대는 확정된 매출에 대한 권리를 양도받은 것인데 일반적인 보증, 대출과는 성격 자체가 다르다"고 말했다.

매출이 작은 회사에 수천억원에 달하는 대출을 해주고도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았던 게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남아있는 대출금 1624억원 가운데 600억원가량은 연간 4000억~5000억원대 매출을 하는 통신장비 관련"이라며 "단말기 매출 400억원의 경우도 연말 매출이 수수료 수익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10% 수수료로만 봐도 매출이 4000억원대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은행 입장에서는 개별 기업에 대한 수시 신용조사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법인 인감과 함께 평가기관들의 확인을 받고 대출을 진행했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건에 대해서는 조직적인 움직임이 있었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하나은행에서만 그동안 KT ENS의 법인인감 10통이 들어왔으니 전체 금융사로 보면 100통이 넘을 것"이라며 "법인인감을 떼려면 발급카드를 받고 비밀번호를 알아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하고 힘든데 그걸 김모 부장이 점심 때마다 혼자 몰래 했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kim091@fnnews.com 김영권 기자

■KT ENS "법인인감 몰래 사용은 불가능, 은행조회서에 해당내용 없어"

KT ENS는 이번에 발생한 사기대출 사건과 관련해 과거 협력사와 직원 1명이 연루됐는데 마치 회사가 전사적으로 연관된 것처럼 사명이 지속적으로 언급되는 것에 심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번 대출 사기 사건에 대해 자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이 은행권에서 나오면서 이를 반박할 수 있는 근거들을 제시하기 위해 애쓰는 상황이다.

KT ENS는 12일 은행권이 외부 감사법인에 발송한 은행조회서에 KT ENS와 관련한 내용이 없기 때문에 자사가 이번 대출 사기 사건의 피해액을 은행권에 지급해야 할 의무가 없다고 밝혔다.

KT ENS 관계자는 "외부 감사법인은 감사를 위해 기업이 은행에 지급보증을 하거나 약정한 일이 있는지 조회를 요청한다"며 "하나은행이 발송한 은행조회서에 해당 내용이 없기 때문에 이번 대출 사기 사건의 잔액을 KT ENS가 은행에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강조했다. 또 "KT ENS는 이들 회사로부터 제품 매입을 한 사실이 없기 때문에 확정채무가 없고, 지급보증이나 약정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발채무도 없다"며 "은행조회서에도 우발채무에 대한 내용이 없기 때문에 은행 스스로 KT ENS가 책임이 없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KT ENS는 이번 사기대출에 이용된 자사 인감이 위조된 것이라고 주장했던 것과 다른 진술이 나온 것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이번 사건을 주도한 KT ENS의 전 직원 김모씨는 경찰 조사에서 "직원들이 자리를 비우는 점심시간대에 법인 인감도장을 사용했다"고 했는데, 이에 대해 KT ENS 관계자는 "인감을 몰래 사용하는 것은 시스템상 불가능하며 경찰 수사 중 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KT ENS에 따르면 인감은 해당 부서에서 잠금장치로 관리한다. 전자결제번호와 해당자 사인 등 요건이 맞아야 이용 가능하다.

KT ENS 측은 이번 사태에 대해 완전히 책임에서 자유로울 순 없으나 은행권의 대출 심사가 부실했던 것이 이번 사태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입장이다.

KT ENS 측은 "저축은행 2곳에 서류를 확인한 결과, 회사명을 KT네트웍스에서 KT ENS로 바꾼 지난해 8월 이후에 작성된 서류에도 KT네트웍스 사명이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특히 KT ENS는 이번 사안에 대해 자세히 조사하고 싶어도 해당 서류들이 모두 은행권에 가 있어 열람조차 할 수 없어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KT ENS 관계자는 "은행권에 서류를 보여달라고 공문을 보냈음에도 회신이 없다"며 "현재로서는 수사결과를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ronia@fnnews.com 이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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