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쿠르트, 팔도분리 자충수.."1조 클럽 어렵네"

이승현 2014. 2. 10.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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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력 브랜드 주춤..차세대 '세븐' 성과 저조
신사업 줄줄이 쓴맛, 팔도 분리 시기상조였나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한국야쿠르트가 지난해에도 1조 클럽 재등극에 실패했다. 2011년 라면·음료브랜드 팔도를 별도법인으로 분할하면서 1조 클럽에서 제외된 후 3년 연속 9000억원대 매출에 머물고 있다.

김혁수 한국야쿠르트 사장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야쿠르트가 지난해 9960억원대의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됐다. 2012년 매출이 9815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1.5%대 소폭 성장에 그친 것이다. 지난 2008년 1조 152억원의 매출로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한 이후 2010년까지 꾸준한 성장세를 기록했으나 2011년 팔도를 분리한 후 9000억원대 매출로 떨어졌다.

◇기존 주력 제품 빈자리 메울 대안 없어

한국야쿠르트의 성장세가 둔화한 것은 기존 주력 제품들의 매출이 정체 혹은 감소 추세에 있는 빈자리를 메울 대안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연 매출 1000억원이 넘는 주력 브랜드는 '야쿠르트'(1300억원)와 위 건강 발효유 '윌'(2400억원), 간 기능성 발효유 '쿠퍼스'(1200억원), 액상 발효유 '세븐'(1000억원) 등이 있다. 이들 주력 브랜드인 야쿠르트는 1971년, 윌은 2000년, 쿠퍼스는 2004년에 출시된 제품으로 짧게는 10년에서 길게는 40년 이상의 역사를 지녔다. 야쿠르트는 이미 성장을 멈추고 하락하고 있는 제품이고, 윌과 쿠퍼스 역시 더는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한국야쿠르트가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출시한 세븐 시리즈. 공격적인 마케팅과 영업을 펼쳤지만 아직까지 기대할 만한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2012년 대표로 취임한 김혁수 대표가 취임 직후 공격적으로 액상 발효유 세븐을 들고 나온 것도 이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세븐 출시 후 전사적인 차원에서 공격적인 마케팅과 영업을 전개했으나 매출 1000억원 수준을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

◇신사업 성적표도 '낙제점'

현재 한국야쿠르트는 발효유 중심의 기존 사업을 김혁수 대표가, 그 외의 신사업을창업주의 외아들인 윤호중 전무가 맡고 있는 구조다. 윤 전무는 교육사업과 의료기기사업, 커피전문점 사업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사업 영역을 확장해 가고 있다.

한국야쿠르트 매출 현황(2007~2013년, 자료=금융감독원, 단위=억원)

이 중 핵심은 교육사업이다. 2009년 능률교육을 인수한 윤 전무는 2012년 한솔교육의 영어교육서비스사업인 주니어랩스쿨을 인수했고, 이어 2013년에는 유아동 교육사업을 하고 있는 베네세코리아까지 집어삼켰다.

하지만 교육 사업은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한국야쿠르트의 실적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 또 의료기기 제조사인 큐렉소를 2011년 9월 인수했으나, 큐렉소가 인공관절 수술로봇 '로보닥'에 대해 미 FDA 승인 신청에서 탈락하는 등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올리고 있다.

2010년 3월 사업을 시작한 커피전문점 코코브루니 역시 24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2012년 기준으로 4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고전하고 있다

◇한국야쿠르트 승부수 '팔도'의 운명은?

상황이 이렇게 되자 팔도를 분리한 것이 시기상조였다는 평가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한국야쿠르트가 팔도를 분리한 것은 2011년 12월이다. 당시 꼬꼬면의 히트로 고무돼 있던 한국야쿠르트는 라면·음료 사업본부였던 팔도를 별도법인으로 분리하면서 한국야쿠르트에 대한 지분 정리를 단행했다.

이는 한국야쿠르트의 태생적 한계를 돌파하기 위한 시도이기도 했다. 한국야쿠르트는 1969년 일본 야쿠르트혼슈와의 합작투자(한국 61.7%, 일본

라면시장 점유율(자료=닐슨)

38.3%)로 설립된 회사로, 해외 진출이 불가능하다.

팔도 도시락과 일부 음료 제품을 러시아 등에 수출해 오던 한국야쿠르트는 팔도에서 수출 업무를 담당하게 함으로써 이런 불확실성을 해소하려고 했던 것이다. 하지만 팔도는 법인 독립 이후 바로 꼬꼬면이 몰락하면서 기대했던 라면 시장에서 2013년 오히려 시장점유율이 낮아지는 부진을 기록했다.

업계 한 전문가는 "한국야쿠르트가 방문판매 유통 채널로 그동안 꾸준한 성장세를 기록했지만, 장기적기 경기 불황으로 야쿠르트아줌마의 영향력이 많이 떨어졌다"며 "일본과의 지분 문제로 신규 사업 역시 고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승현 (eye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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