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 투게더'의 '무한도전' 재활용과 유재석 사용의 한계

유진모 2014. 2. 7.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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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유진모의 테마토크] '해피 투게더(Happy Together)'는 연예계에서 비교적 자주 써먹는 제목이다. 1967년 미국의 록밴드 터틀스가 발표한 불멸의 명곡의 제목으로 처음 알려진 뒤 1989년 멜 담스키 감독의 미국 멜로영화에서 이 제목을 이었다.

국내 관객들에게는 홍콩의 왕자웨이(왕가위) 감독의 걸작 영화로 낯익은 제목이고 1999년 이병헌 송승헌 전지현 김하늘 강성연 한고은 차태현 조재현 손현주 등의 초호화캐스팅을 자랑하는 SBS 드라마로 각인돼 있기도 하다.

그리고 지난 2001년 시작돼 현재의 시즌 3까지 무려 14년간 장수하고 있는 KBS2의 예능의 선두주자가 있다. 이 '해피 투게더'는 말 그대로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연예인도, 이를 보고 즐기는 시청자도 모두 함께 행복하자는 취지에서 이런 제목으로 시작됐다.

'해피 투게더'는 시즌 1에서 '쟁반 노래방'과 '쟁반극장' 등의 코너로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하며 전성기를 누렸지만 2005년 5월 5일부터 시즌 2 격인 '해피 투게더 프렌즈'로 개편됐다가 시청자들에게 외면당한 뒤 2007년 7월 5일 다시 시즌 3로 개편돼 '학교가자' '그건 너' 등의 코너로 시행착오를 겪은 뒤 '사우나 토크'라는 오늘날의 콘셉트를 안정시키면서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2012년 6월 시작된 '야간매점' 코너가 '먹방'의 유행에 잘 편승해 자리 잡아 '사우나 토크'와 함께 양대 축을 이룬 게 시즌 3다.

하지만 지난 2007년 시작된 시즌 3는 이제 그 한계에 다다른 듯하다. 물총을 쏴대며 야단법석을 떨던 '사우나 토크'가 얌전해지긴 했지만 이제 더 이상 시청자들을 웃길 자극적인 방법이나 독한 소재는 고갈돼 밋밋하기 그지없고 '야간매점' 코너 역시 말장난으로 붙인 이름만 화려할 뿐 결국 나오는 음식도 더 이상 새로울 게 없다. 지난달 23일 청룽(성룡)의 참치김밥이나 7일 송은이의 '두개더' 떡볶이는 이 코너의 미래가 그다지 밝지 않다는 그 증거다. '해피 투게더'가 시청자만 제외한 '그들만의 해피 투게더'가 돼가는 양상이다.

더구나 지난 6일의 방송은 MBC '무한도전' 우려먹기의 냄새가 짙어 제작진이나 유재석 박명수 박미선 신봉선 등 4명의 고정 MC들이 이 프로그램의 포맷에 맞춰 내놓을 아이디어가 완전하게 바닥을 보였다는 것을 입증했다.

이날 방송은 '급노화 특집'이란 제목 아래 공형진 정준하 송은이 자밀라 성규(인피니트) 등을 스튜디오로 불러 모았다.

'미녀들의 수다'로 유명해진 뒤 한때 한국에서 활동하는 대표적인 외국계 섹시스타로 한동안 반짝 바빴던 자밀라는 확 달라진 외모로 눈길을 끈 것은 사실이다. 7일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어 상위권에 그녀의 이름이 올랐으며 누리꾼은 10년 만에 많이 노화한 그녀에 대한 관심을 표명했다.

또한 성규도 의외의 예능감을 보이며 그동안 인피니트라는 틀 안에서 마음껏 펼치지 못했던 예능감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하지만 그게 끝이었고 내용은 마치 '무한도전'의 '쓸친소'나 'If' 코너를 보는 듯했다.

그렇잖아도 고정 MC 네 명중 절반인 두 명이 '무한도전'의 멤버 유재석과 박명수다. 여기에 게스트로 '무한도전' 멤버 정준하가 나오고 그것도 모자라 최근 'If'에서 길과의 데이트로 눈길을 끈 송은이까지 등장했다.

뿐만 아니다. 유재석 등은 '무한도전'에서 정준하를 대상으로 단골로 써먹는 다이어트로 인한 급노화 현상을 재탕 삼탕했고 송은이에 대해서는 '무한도전' 속의 길과의 데이트 내용을 주요 소재로 올렸다. 마치 '무한도전'의 녹화 후 '뒷담화'를 보는 듯한 인상이었다.

오래 전의 '쟁반노래방'부터 시즌 3의 '도전 암기송' '박명수를 이겨라' '손병호 게임' 같은 신선한 재미는 이제 멀리 사라진지 오래고 '해피 투게더'의 정체성이 뭣이고 어떤 형식으로 함께 행복하자는 의도인지 도대체 감이 안 오는 내용이었다.

스물여섯 살의 성규는 오히려 동안인데 이 조합에 끼워 맞춘 게 억지스럽기 그지없었고 그를 이명박 전 대통령과 닮은꼴로 엮어 웃음의 소재로 삼고자 한 것 역시 제작진의 아이디어가 얼마나 궁색한가를 여실히 드러낸 단면이었다.

공형진은 마흔여섯 살로 이날 출연자 중 최고령이다. 그가 노안인가에 대해서도 시청자들은 강력한 의문을 제기하며 그의 출연에 의아해했다.

이러한 조합은 제작진의 게스트 섭외력이 뒤떨어지고 고민하지 않는다는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 더 나아가 SBS '런닝맨'까지 현재 예능MC로서 유일하게 지상파 방송 3사의 인기 예능 프로그램을 고르게 섭렵하고 있는 명실상부한 정상급 스타 유재석의 활용법이 지나치게 무성의하고 무기력해보였다.

'무한도전'이나 '런닝맨'은 체력이나 운동감각 등을 필요로 하는 예능이다. 이 분야에서 그다지 뛰어난 편이 아닌 유재석은 매번 굴욕을 당하지만 오히려 그게 그에게서 웃음의 코드를 이끌어내는 훌륭한 '조건'이 된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매 미션마다 굴욕을 당하는 유재석은 그러나 특유의 긍정적이고 착한 태도로 자신의 실수와 실패를 받아들이면서 오히려 비슷한 처지의 멤버들을 격려하고 보완해주려 노력하는 가운데 철저하게 균형감각을 잡는 중심축으로서의 역할에 충실 한다. 이게 데뷔 초 전혀 가능성이 엿보이지 않았던 유재석이 노력 끝에 정상에 올라 오랫동안 그 자리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다.

하지만 이날을 포함한 최근의 '해피 투게더'는 유재석을 아주 평범한 토크쇼의 MC라는 1차원적인 기능 밖에는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무한도전'을 통해 이기적이고 치사하며 자기중심 적인 밉상 캐릭터를 구축함으로써 오랜 고생 끝에 스타덤에 오른 박명수조차 이제 더 이상 '해피 투게더'에서는 자신의 주특기를 소비하지 않고 평범한 토크쇼의 보조진행자 수준에 머물고자 하는 것 역시 그와 더불어 제작진의 프로그램 방향설정의 오류 혹은 직무유기다.

잠정은퇴 뒤 컴백한 강호동은 자신의 체질과 안 맞는 포맷의 '달빛프린스'와 기존 그가 출연한 '1박2일'과 비슷한 포맷의 '맨발의 친구들' 등에서는 죽을 쑤다가 자신의 강점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우리 동네 예체능'으로 비로소 컴백을 성공시킨 바 있다. '해피 투게더'의 제작진에게 효과적인 '유재석 사용법'을 일러주는 가장 단순명료한 케이스다.

시청률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이날 방송된 '해피 투게더'는 7.7%의 시청률로 지난 방송분의 6.4%보다 1.3% 포인트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동시간대에 방송된 SBS '자기야-백년손님'의 9.6%를 따라잡지 못해 여전히 2위에 머물러야 했다.

'자기야'는 예능을 기준으로 할 때 유재석 박명수와는 비교가 안 되는 신현준과 김원희가 MC을 맡고 있는데다가 프로그램 속 이들의 역할은 유재석 박명수에 비해 확연하게 적게 설정돼 있다. 사실상 '사위' 함익병 남재현 김일중 등이 진행 코멘트만 안 할 뿐 그들이 스스로 이끌어 나가는 게 이 프로그램의 포맷이다.

그런데 함익병과 남재현은 연예인이 아닌 의사고 김일중은 SBS 아나운서다. 김일중은 전현무처럼 예능에서 끼를 발휘한 적도 없다.

이렇게 지극히 평범한, 예능과는 거리가 먼 사위들의 처월드 스토리가 난다 긴다 하는 예능의 고수와 톱스타들이 대거 출연하는 '해피 투게더'와의 대결에서 매번 승리하고 있다.

이는 연예인의 육아 예능 등 가족 예능이 예능계의 새로운 대세로 떠오른 것과 같은 맥락에서 분석된다. 시청자는 자신들과는 많이 다를 줄 알았던 유명 스타 혹은 조금 다를 줄 알았던 선망의 직업군이 삶의 본질은 일반인과 별 다를 바 없는 생활을 영위해 나가고 있다는 것을 보면서 동질감의 웃음을 찾는 한편 그 속에서 디테일의 차이점을 발견하는 소소한 재미를 느끼는 가운데 인간의 삶에 대한 새삼스러운 교훈을 얻는 즐거움에 빠져있다. 그게 육아 포맷을 포함한 '자기야'같은 가족 예능의 장점이다. 픽션으로 꾸민 드라마와는 확연하게 다른 차이점이고 지금까지 시도되지 않았던 포맷이라 신선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하지만 '해피 투게더'는 쟁반 사우나 노래 등의 소재를 활용한 자기복제를 끊임없이 시도하다가 그것마저 약발이 떨어지자 이제는 타 방송사의 내용까지 뻔뻔하게 차용하면서까지 생존의 안간힘을 쓰고 있으니 그게 경쟁력을 갖출 리 만무하다.

대중문화 콘텐츠는, 특히 예능은 참신함과 독창성이 떨어지면 생명력도 쇠퇴한다.

[티브이데일리 유진모의 테마토크 news@tvdaily.co.kr / 사진=KBS 화면 캡처, 티브이데일리DB]

무한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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