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은 황금알? 강남 큰손들 움직인다는데..
[동아일보]
서울 강남에 작은 상가건물을 보유하고 있는 60억 원대 자산가 이모 씨(58)는 요즘 신문기사에서 '통일' 얘기만 나오면 눈이 번쩍 뜨인다. 4년 전 직장에서 은퇴하고 재테크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그는 통일의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지금 북한만큼 좋은 투자처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씨는 올 초부터 자산관리사의 조언에 따라 미국 달러화와 금을 조금씩 사들이기 시작했다. 통일이 임박하면 단기적으로 한국 경제가 흔들리며 원화 가치가 떨어지고 다른 안전자산의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것이다. 그는 "요즘은 중소기업 사장처럼 돈이 좀 있는 친구들을 만나면 다들 통일을 대비해 우리 재산을 어떻게 지키고 불려야 할지 서로 묻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최근 북한 정세가 급변하고 정부도 통일에 대한 비전을 강조하고 나서면서 국내 투자시장에도 '통일 재테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 대내외 여건 변화로 올 초부터 관심 증폭
통일을 대비한 고액 자산가들의 움직임이 바빠지기 시작한 것은 작년 말부터다. 지난해 12월 장성택 전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처형되며 북한 정권의 조기 붕괴론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올해 초 박근혜 대통령도 '통일 대박론'을 언급하면서 통일 문제가 본격적으로 화두가 됐다.
'어느 곳에도 투자할 곳이 없다'는 불만을 가진 자산가들이 북한으로 눈을 돌리게 된 건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국내외 주식과 부동산 시장이 깊은 침체에 빠져 있는 가운데 연초부터 신흥국들의 경제위기가 불거지면서 자산가들은 적당한 투자처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뭉칫돈을 장롱 속에 보관해두는 사람이 늘어난 것이다.
이에 따라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일부 고위 임원을 중심으로 통일을 주제로 한 재테크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한 증권사 사장은 "북한 정세 때문인지 통일이 되면 우리 돈은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묻는 지인이 많다"며 "그때마다 외화나 해외 국채를 중심으로 분산 투자를 해놓으라고 답해 준다"라고 말했다. 증권사의 한 프라이빗뱅커(PB)도 "당장 투자하려는 건 아니지만 통일 문제에 관심을 갖는 고객이 제법 늘었다"고 전했다.
프랜차이즈 사업을 운영하는 100억 원대 자산가 임모 씨(57)는 "당장 통일이 이뤄지진 않겠지만 대비해둘 필요는 있는 것 같다"며 "주변에서 북한 기업과 관계있는 중국 기업을 눈여겨보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고 말했다.
○ "리스크 관리하며 투자기회 엿봐야"
북한에 대한 관심은 해외에서도 높은 편이다. 연초에 세계적 투자전문가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은 "할 수만 있다면 전 재산을 북한에 투자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의 자본·기술력과 북한의 노동력, 천연자원이 결합하면 통일 한국이 폭발적인 성장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자산관리 전문가들은 환율 급변 등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면서 북한 경제의 재건 과정에서 생길 투자기회를 엿보는 게 좋다고 말한다. 우선 다양한 외화를 확보해 여유자금을 분산하고 위험자산보다는 금이나 달러 같은 안전자산의 비중을 높이라는 조언이다.
통일 직후 정세불안이 이어지고 한국 정부의 재정 부담이 커지면 원화가치가 단기적으로 급락(원-달러 환율은 급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식으로는 통일 수혜 업종들이 부각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한진 KTB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건설과 보험, 음식료, 경협 관련주들을 주시해야 한다"며 "다만 통일 관련 투자는 불확실성이 아주 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 백두산과 비무장지대, 금강산 등 북한은 오염되지 않은 관광자원이 풍부한 만큼 관광산업도 많은 조명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김대중 정부가 햇볕정책을 폈을 때도 휴전선 인접 지역에 땅을 사두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기대했던 효과를 얻지 못했다"며 "현실적으로 남한 사람들이 북한 땅을 미리 사들일 수 있는 것도 아닌 만큼 부동산 투자는 불확실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지영 jjy2011@donga.com·김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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