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형 전세 갈아타기 본격화..매매 활성화 신호탄?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경기 김포시 장기동 한양수자인 84㎡형(이하 전용면적)에 전세로 살던 40대 김모씨 부부는 올 4월 만기를 앞두고 최근 인근 대림 'e편한세상' 122㎡형 전세로 집을 옮겼다. 중형 아파트 전세매물을 구하기 힘들고, 현재 살고 있는 2억원인 아파트에서 2000만원만 더 주면 큰 곳에서 편히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인근 행복한집찾기공인 관계자는 "중소형 전세 매물이 부족해 차라리 좀 더 큰 전세로 옮기자는 사람들의 문의가 많아졌다"며 "중대형 전세 매물이 아직 많고 중소형과 가격차이가 크지 않아 전세입자들의 선호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중소형 전세 거주자들이 중대형으로 갈아타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수요가 몰려 매물이 부족한 중소형에 비해 상대적으로 넉넉한 중대형에서 전세를 구하는 세입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
경기 용인시 성복동 성복자이 85㎡형 전세에 살고 있는 이모씨도 비슷한 케이스다. 최근 기존 전세 보증금에 3000만원을 더 보태 인근 LG빌리지 135㎡형(전세보증금 3억5000만원) 전세로 갈아탔다. 기존 크기 전세도 어차피 전셋값을 올려야 하는 상황에서 아이들이 커 큰 주택이 필요한 차에 중대형 전세를 선택한 것이다.
인근 가가자이 공인 관계자는 "중대형은 특히 집값 상승 기대감이 별로 없기 때문에 매매보다 전세로 거주하려는 사람들이 더 많다"고 전했다.
이런 분위기에 따라 최근 중대형 전셋값은 다른 크기대에 비해 가격 상승폭이 가장 커 눈길을 끈다.
국민은행의 '규모별 아파트 전세가격 변동률' 자료에 따르면 1월 전국 중대형(95.9~135㎡)은 0.63% 올라 상승폭이 가장 컸다. 대형(135㎡이상)도 0.56% 뛰어 두번째로 많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중형(62.8~95.9㎡)은 0.55%, 중소형(40~62.8㎡)은 0.39%, 소형(40㎡ 미만)은 0.20% 각각 올라 중대형에 비해 상승폭이 작았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중대형 전셋값 상승세가 중소형을 앞지르고 있다"며 "중소형이 가장 많이 오르는 매매시장 흐름과 반대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중대형 전세 선호는 중대형과 중소형 아파트 전세값의 차이가 크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중대형 미분양이 많은 인천지역의 경우 중대형과 중소형 전셋값 차이가 거의 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실제 부동산114가 작성한 경기도 아파트 규모별 3.3㎡당 전셋값 자료에 따르면 1월 현재 85㎡초과 중대형은 586만원으로 다른 크기대에 비해 가장 저렴하다. 60~85㎡ 중형이 601만원으로 가장 비싸고, 60㎡이하 소형도 591만원 수준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입주량이 많은 지역에는 중대형 전세가 특히 많아 전셋값이 저렴한 수준"이라며 "중소형 아파트의 경우 전세값이 오를 만큼 올랐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반면, 중대형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중대형으로 전세 갈아타기가 향후 매매값 상승의 신호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권일 닥터아파트 부동산리서치팀장은 "아직 집을 살 타이밍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세입자들이 일단 전세를 옮기는 것"이라며 "매매거래가 본격화하기 전에 중대형 전세 거래가 먼저 일어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편, 전셋값 상승세는 올해도 계속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은 "매매시장이 조금씩 회복되면서 전셋값 상승폭이 조금씩 둔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전세 수요에 비해 공급이 모자라 전세값 상승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병국기자/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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