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이제는 월세시대]⑥집주인? 집사장 사업수완 갖춰야 수익 보장
편하게 월세받던 시대 '끝', 임차인이 원하는 주거환경 개선해야
전문가들 "고수익 보다는 안정적 수익에 초점 맞춰야"
[김하나 기자]경기도 성남에 사는 김모씨(55)는 신문을 펼 때마다 좌불안석이 따로 없다. '오피스텔 공급과잉','수익률 하락'이라는 타이틀을 보고나면 영락없이 밤잠을 설치기 때문이다. 김 씨는 올해 완공을 앞두고 있는 강남의 오피스텔 2채를 소유하고 있다. 이미 강남의 다세대주택에서 짭짤하게 수익을 보고 오피스텔로 갈아탔던 그였다. 그는 "1인 가구가 늘면서 관리가 쉽고 깨끗한 오피스텔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 않느냐"면서도 "그냥 다세대주택을 가지고 있을 걸 그랬나 하는 후회를 한 두번 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월세시대가 시작됐다'는 얘기는 '집주인이 큰 소리를 치던 시대는 갔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집주인들이 월세를 선호하면서 월세 공급을 늘리고 있는 반면, 세입자들은 여전히 전세를 선호하고 있어서다. 공급은 많은데 수요는 적다보니 가격이 내려가는 건 당연한 현상이다. 그나마 있는 월세수요자도 더 낮은 월세를 찾다보니 월세의 하락도 예상되는 바다.
이 같은 분위기는 낮아지는 주택 월세지수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4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1월 서울·경기·인천과 지방 5개 광역시 등 8개 시·도의 주택 월세가격지수가 전월에 비해 0.1%포인트 떨어졌다. 지난해 4월 이후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 전셋값이 75주째 오르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주택 월세가격지수는 2012년 6월을 기준 시점으로 삼고 있다. 이처럼 월세지수가 낮아지고 있는 얘기는 전세금을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하는 월세이율도 하락하고 있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지난달 월세이율은 평균 0.8%로 전월 대비 0.01%포인트 하락했다.
눈길을 모으는 결과는 주택형에서 오피스텔의 하락폭이 가장 컸다는 점이다. 아파트와 연립·다세대주택은 각각 0.2%포인트 하락하고 단독주택은 0.1%포인트 가라앉았다. 이에 비해 오피스텔은 0.3%포인트나 떨어졌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하면 오피스텔은 2.8%포인트 떨어진 셈으로 아파트(-0.7%)의 4배에 달한다.
◆월세주택, 공급은 늘어나는데 수요는 줄어…하락하는 월세수익률, 추가하락 전망
이같은 오피스텔의 수익률 부진은 입주 물량이 최근들어 크게 늘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월세 세입자들이 집을 구하는 기준이 '싼 월세'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오피스텔은 깨끗하고 편리하다. 집주인들은 월세가 높더라도 이러한 장점 때문에 오피스텔에 수요가 많을 것으로 여기지만 현실은 다르다는 얘기다.
앞서 예를 들은 김 씨가 최근들어 마음고생을 하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10년 넘게 원룸을 소유하고는 있었지만, 그동안 달라진 임대인의 구매패턴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다. 쉽게 말해 김 씨는 임대사업을 쉽게 생각했던 결과, 공급이 넘치고 수요자들의 성격이 달라진 월세시장에서는 경쟁력을 잃고 있었다.
전문가들이 집을 '용돈 벌이 수단'이 아닌 '사업'으로 보라고 조언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넘쳐나는 월세공급 시대에서 임차인의 거래패턴을 파악해야 집주인이 아닌 집사장으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주장이다.
월세를 받을 수 있는 1인 가구의 소득은 어떤 수준일까? 통계청이 지난해 3분기 가구원수별 월평균소득을 분석한 결과 1인 가구의 월평균소득은 158만원이었다. 2인 가구는 291만원, 3인 가구는 423만원 등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소득을 가진 이들이 부담할 수 있는 월세수준은 얼마나 될까? 임대전문회사 렌트라이프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월세로 50만원 이상을 지불할 수 있는 임차인은 연봉 2500만원 이상이어야 가능했다. 집주인이 만족하는 수준인 월 60만~70만원 이상의 월세를 받으려면 월소득 300만원 이상, 연봉으로는 3600만원 이상을 받는 임차인을 확보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1인 가구의 평균소득을 두배 가량을 올리는 임차인을 쉽게 구할 수 있을까?
◆집주인 만족하는 월세 60만~70만원, 1인 가구 평균소득 '두배'의 고소득자여야 가능
집주인의 입장에서는 깨끗하고 관리하기 좋은 집, 그리고 교통이 편리하고 입지가 좋아 높은 수익률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해 투자를 결정했다. 물론 이러한 집을 찾는 임차인도 있지만 구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임차인을 구하기 어렵다보면 공실기간이 늘고 이를 연단위로 환산하면 결국 수익률 하락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임차인이 집을 구하는 1순위 기준은 '돈'이다. 렌트라이프가 지난해 10월 수도권(서울·인천·경기)지역의 20~30대 임차인 300명을 대상으로 '임차인이 집을 구하는 기준과 패턴'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집 구할 때 '자금 사정'을 고려한다는 응답이 57.3%로 가장 많았다. '집 상태'(21.0%)와 '교통 편의성'(20.0%)은 뒤를 이었다.
임차인은 보증금, 월세 부담이 덜한 곳을 찾아간다. 임차인의 '소득 현실'과 '월세 현실'은 괴리감이 크다보니 대로변의 풀옵션 오피스텔 보다는 이면도로의 저렴한 다세대주택이나 원룸을 찾을 수 밖에 없다. 임차인의 이러한 움직임은 신규 오피스텔의 수익률이 떨어지는 주요 원인이다.
전문가들은 임차인의 거래패턴과 소득 현실을 이해하고 집주인에서 집사장(임대사업용 부동산 투자자)으로 마음을 바꿔 먹어야만 월세시대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월세의 눈높이를 낮추고 고수익 보다는 안정적 수익, 임차인의 눈높이에 맞추라는 설명이다. 임차인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이를 홍보하고 PR에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를 통해 안정적인 임차인을 확보한다면 안정적인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
◆임차인이 원하는 주거환경 개선해야…적절한 홍보와 PR도 필수
임차인에게 거주지를 옮길 계획이라면 그 이유를 묻는 질문에 '새집으로 옮기고 싶어서'라는 응답이 전체의 32%로 가장 높았다는 대답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다. 임차인들이 당장은 '돈' 때문에 낡은 집에 살고 있지만 임차인도 결국에는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임차인이 가장 선호하는 시설은' CCTV'가 31.7%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엘리베이터'가 25.3%, 냉장고나 세탁기와 같은 '가전제품'이 23.3%, '에어컨'이 14%를 차지했다. 이러한 시설을 보완하고 임차인을 위해 주거환경을 개선해주는 노력이 집사장의 기본적인 자세가 되야한다.
김혜현 렌트라이프 대표는 "임대사업용 부동산 투자자는 당장의 고숙익 보다는 안정성에 집중해야 한다"며 "부동산 중개인이나 인터넷을 통해 △월세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점과 △외관 시설 안정성 등의 경쟁요소를 부각시키고 △교통여건이나 먹거리 등 입지환경을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계속)
한경닷컴 김하나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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