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ize] 김수현부터 박지은까지, 7인의 드라마 작가 성적표

김선영 2014. 1. 2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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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선영TV 평론가][편집자주] 2013년은 드라마 산업에서 가장 인상적인 변화가 일어났던 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케이블과 IPTV, 모바일 기기 등 미디어 시청 플랫폼의 다변화로 어느 때보다 콘텐츠 자체의 힘이 중요해졌다. 이제 시청자들은 누가 쓰고 출연해서가 아니라 재밌어야 본다. 이에 발맞춰 기존 드라마들과는 다른 상상력을 발휘하는 판타지 장르가 기존 드라마의 문법과 결합하면서 센세이션에 가까운 반응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유망주로만 평가받던 작가들이 스타 작가가 됐고, 반대로 오랜 명성을 자랑하던 작가들은 조금은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다시 말하면, 지난 10여 년 동안 늘 고정된 것 같았던 스타 작가들의 리스트가 변하고 있는 시점인 것이다. < 아이즈 > 에서 지금 방송사와 대중 모두가 주목하는 몇 명의 작가들에 대해 냉정한 평가서를 작성한 것도 이 때문이다. 흥행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검증받은 작가들 중, 지난 1년간 미니시리즈나 주말 드라마를 발표한 작가에 한정해 그들을 기대할 수 있는 이유와 불안한 이유를 평가했다. 그리고 지난 최근 작품들의 평균 시청률(AGB닐슨 기준)도 함께 적어놓았다.

박지은 작가

평균 시청률: MBC < 역전의 여왕 > 12.9%, KBS < 넝쿨째 굴러온 당신 > 33.3%, SBS < 별에서 온 그대 > 21.6% (10회까지)

기대 요소: 현재 미니시리즈와 장편드라마를 모두 성공시킬 수 있는 몇 안 되는 작가. 특히 < 넝쿨째 굴러온 당신 > 은 트렌디한 감각과 미니시리즈의 호흡을 지닌 획기적인 가족극의 탄생인 동시에, 드라마를 현실사회에 대한 공론의 장으로까지 확장시켰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이번에는 < 별에서 온 그대 > 로 판타지의 궁극적 쾌감에 도달할 수 있는 능력까지 선보였다. 한 작가가 완전체가 되어가는 과정.

위험 요소: 이변이 없는 한 < 별에서 온 그대 > 는 MBC < 해를 품은 달 > 이후 시청률 30%를 넘기는 또 한편의 주중 미니시리즈로 기록될 듯하다. 하지만 이 수년 만의 메가히트작 탄생에는 전지현, 김수현이라는 환상적인 캐스팅과 장태유라는 스타 감독의 역할도 크다. 작가의 힘이 이런 요소들에 가려지지 않으려면 어느 때보다 극적 완성도가 중요하다. 그것을 극복하고 뒷심을 유지하는 것이 완전체로 가는 데 남은 유일한 최종 관문이다.

종합 평가: 투자자, 제작자, 방송사, 배우 모두의 미션. 영혼을 팔아서라도 박지은의 차기작을 잡아라.

김은숙 작가

평균 시청률: SBS < 시크릿 가든 > 24.4%, < 신사의 품격 > 19.3%, < 상속자들 > 16.6%

기대 요소: 지난해 시청률 10위까지의 드라마 중 9개를 신데렐라 코드의 작품이 독식했다. 김은숙은 이 코드를 제일 잘 활용하는 작가고, 호불호는 갈려도 매번 유행어를 배출하는 '대사발'이 있다. 또한 < 상속자들 > 에서 증명한 것처럼 남자 배우의 매력을 끌어내는 데 탁월하다. 그의 작품에 늘 톱스타들이 출연하는 이유.

위험 요소: 평균 시청률이 3년 연속 하락 중이다. 또한 < 시크릿 가든 > 의 주원(현빈)은 한때 21세의 기억으로 돌아갔고, < 신사의 품격 > 주인공들은 40대에도 소년 같았으며, < 상속자들 > 에서는 주인공이 아예 10대였다. 인물들은 점점 퇴행하고 있으며, 그와 함께 "나 너 좋아하냐"와 같은 자기중심적 화법은 더 강해졌다. 내용은 점점 유치해지고 있고, 최근 드라마의 트렌드를 쫓아가는 것이 점점 버거워 보인다. < 상속자들 > 방영 당시 신인 작가의 KBS < 비밀 > 에 동 시간대 시청률 1위를 내준 것은 최근 위기의 징후가 단적으로 표출된 예.

종합 평가: 과거에는 스타를 톱스타로 만들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톱스타들의 힘으로 화제성을 유지한다. 작품 자체의 힘을 되찾는 것이 시급하다.

김수현 작가

평균 시청률: SBS < 천일의 약속 > 16.4%, JTBC < 무자식 상팔자 > 6.5%, SBS < 세 번 결혼하는 여자 > 10.6% (18회까지)

기대 요소: SBS < 인생은 아름다워 > 로 가족극의 지평을 더 넓힌 뒤 < 천일의 약속 > 으로 정통 멜로의 원조다운 깊이를 증명했고, < 무자식 상팔자 > 로 종합편성채널의 시청률 역사를 새로 썼다. 주부 안식년, 동성애, 미혼모, 황혼이혼에 이어 현재는 < 세 번 결혼하는 여자 > 에서 삼혼 문제를 다룬다. 김수현 작가의 최근 5년의 행보다. 어느덧 데뷔 50주년을 향해 가면서도 늘 새로운 화두를 던지며 진화한다는 점이 놀랍다.

위험 요소: 김수현 작가의 흥행 요소 중 하나였던 명랑 홈드라마의 분위기가 점점 흐려지고 있다. < 천일의 약속 > 은 시한부 멜로였고, < 무자식 상팔자 > 는 홈드라마의 외피 아래 은퇴 세대의 우울과 황혼이혼 등을 그렸으며, < 세 번 결혼하는 여자 > 는 내내 침울하다. 인물들의 신경증은 늘어가고 가족의 난제는 복잡해진다. 자극적인 가족극의 시대에 웃음을 잃어가는 드라마의 여제는 새 화두만으로 흥행 신화를 이어갈 수 있을까.

종합 평가: 기본 이상의 시청률을 원한다면 여전히 가장 안전한 답. 하지만 그 이상의 파괴력을 원한다면 다른 답안도 고려해야 할 때.

홍자매(홍정은·홍미란) 작가

평균 시청률: MBC < 최고의 사랑 > 16.0%, KBS < 빅 > 8.5%, SBS < 주군의 태양 > 17.2%

기대 요소: 최근 드라마 산업의 최대 이슈인 복합장르와 예능 출신 작가 전성시대의 개척자. 사극, 전설, 판타지, 호러 등 로맨틱코미디 안에서 결합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장르를 시도하며 흥행에 성공시켰다. 남녀 주인공의 달달한 연애 감정을 만드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가졌다. < 빅 > 의 실패로 인해 판타지에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그보다 더 과격한 판타지였던 < 주군의 태양 > 의 성공으로 약점을 극복한 것도 긍정 요소.

위험 요소: < 빅 > 의 실패에서 보여주듯 작품마다 완성도의 편차가 크다는 것은 드라마 데뷔 10년 차 중견작가에게는 최대의 약점이다. 최근 한 로맨스소설가가 자신의 작품을 표절했다고 주장해 논란이 된 < 최고의 사랑 > 은 방영 당시에도 또 다른 작품과 표절시비에 휘말린 바가 있었다. 또한 홍자매의 최고작이라 할 만한 MBC < 환상의 커플 > 은 리메이크작이고, < 주군의 태양 > 은 에피소드별로 평가가 갈렸다. 에피소드 창작 능력에 감점이 되기 충분한 사례들.

종합 평가: 성공작들은 자유분방한 상상력에 균형을 잡아주는 연출의 역할도 컸다. 누군가 그의 차기작에 투자하려면 연출자도 함께 눈여겨볼 것.

하명희 작가

평균 시청률: JTBC <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 > 1.7%, SBS < 따뜻한 말 한마디 > 8.5% (12회까지)

기대 요소: 결혼을 앞둔 연인과 이미 결혼한 부부들의 속사정이라는 가장 통속적인 소재로 품격 있는 드라마를 그려낼 수 있는, 신인답지 않은 내공을 지녔다. 인간 심리에 대한 세밀한 관찰과 묘사가 그것을 가능하게 만든 원동력. KBS < 사랑과 전쟁 > 의 오랜 집필 경력을 통해 구축한 현 사회의 세속적 풍경에 대한 현장감 넘치는 진단과 현실적인 화법은 하명희 작가만의 개성이요 무기다.

위험 요소: 드라마 데뷔작부터 차기작까지 연속으로 결혼 소재를 극화한 것은, 안 그래도 강렬한 < 사랑과 전쟁 > 의 그림자를 더 짙게 했다, 지금까지는 제일 잘할 수 있는 이야기를 잘 써냈다면, 한 발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다른 장르에서의 검증도 필요하다. 작품 안에서 대사의 비중이 너무 높다는 점, 그리고 일상성은 강하지만 극성은 약하다는 점 등의 해결 과제도 안고 있다.

종합 평가: 데뷔 때부터 이미 완성된 신인, 하지만 차기작에서는 그 이상을 보여줘야 할 때.

박혜련 작가

평균 시청률: KBS < 드림하이 > 15.7%, SBS < 너의 목소리가 들려 > 18.8%

기대 요소: 지난해 < 너의 목소리가 들려 > 에서 톱스타 캐스팅에 의존하지 않고 화제를 모았고, 복합장르 트렌드를 이끌어냈으며, 주연 배우까지 톱스타 대열에 합류시켰다. < 너의 목소리가 들려 > 에서는 장르적 재미와 로맨스 안에 법과 인간에 대한 무게감 있는 메시지까지 집어넣었다. 한마디로 능력 있는 작가다. 캐릭터 창조력과 스토리텔링의 힘을 두루 갖췄기에 앞으로 어떤 장르를 하더라도 흡입력 있고 참신한 이야기를 기대하게 만든다.

위험 요소: 기대 이상의 큰 성취를 맛본 신진급에게 따라붙는 의례적 질문. 과연 전작 성공의 무게를 떨칠 수 있을 것인가. < 너의 목소리가 들려 > 는 2011년 초 < 드림하이 > 의 성공 이후로 2년 반 만에 빛을 본 작품이다. 오랜 준비기간을 거친 꼼꼼한 취재가 완성도에 큰 기여를 했다. 하지만 드라마 시장은 이 작가에게 더 빨리 더 많은 작품을 내기를 요구할 것이다. 현재로서는 이 부담감이 유일한 위험 요소다.

종합 평가: 유명 드라마 작가들의 작품을 작가 이름을 감춘 채 상영해 평가한다면, 박혜련 작가는 거기서 상당히 높은 순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서숙향 작가

평균 시청률: MBC < 파스타 > 16.3%, KBS < 로맨스타운 > 10.4%, MBC < 미스코리아 > 7.5% (10회까지)

기대 요소: 데뷔 이후 현재까지 한 번도 같은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 < 파스타 > 의 주방, < 로맨스타운 > 의 1번가, < 미스코리아 > 의 비비화장품에 이르기까지 특정 공간 안에서 개성적인 인물들이 펼쳐가는 인간 군상을 특히 잘 그려낸다. 전형적 장르 안에서도 인간과 현실사회에 대한 성찰을 녹여내는 시선 또한 판타지가 강세인 현 드라마 시장에서 이름에 무게를 실어준다.

위험 요소: 다양한 캐릭터와 그들이 빚어내는 풍부하고 생생한 에피소드들이 강점인 대신 굵직한 서사의 힘은 아직 다소 약하다. 그래서 특유의 장점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전문직드라마 성장서사의 틀을 충실히 따라갔던 < 파스타 > 는 성공할 수 있었지만, 중심 서사의 흡입력보다 소동극의 매력이 더 강한 < 로맨스타운 > 과 < 미스코리아 > 는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종합 평가: 작가주의와 대중성의 조화를 고심했던 노희경 작가와 비슷한 고민을 해야 할 시점.

- 디즈니 공주의 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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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선영TV 평론가 struc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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