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못 규제' 뽑힌 주택시장, 벌써 봄바람 '살랑'
경매 낙찰률 68개월만에 최고치
[동아일보]
#1 서울 강남구 최대 재건축단지로 꼽히는 개포주공 1단지 전용면적 42m² 아파트의 지난해 10월 거래가는 6억6700만 원이었지만 새해 들어 7억1000만 원에 매매가 이뤄졌다. 1월은 전통적으로 비수기이지만 올해 들어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가 폐지되면서 시세차익을 노릴 수 있는 재건축단지에 수요가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채은희 개포부동산 대표는 "규제들이 조금씩 사라지면서 매매를 망설이던 사람들의 마음이 움직이고 있다"며 "앞으로 3000만∼4000만 원가량 오를 것 같다"고 전했다.
#2 자녀교육을 위해 서울 양천구 목동 전용면적 84m² 3억9000만 원짜리 전셋집에 사는 금융회사 간부 이모 씨(49)는 현재 살고 있는 집을 아예 사기로 했다. 지난해부터 주인이 집을 사라고 권유했지만 주저하다 최근 마음을 바꾼 것. 이 씨는 "올해부터는 부동산 시장이 살아날 것이라는 전망도 있어 내 집 마련으로 마음을 굳혔다"고 말했다.
○ 늘어나는 아파트 거래
지난해 말 부동산 시장을 억누르던 '대못 규제'가 잇따라 뽑히면서 시장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 취득세 영구 인하, 수직증축 리모델링 허용 등으로 시장이 서서히 반응하고 있는 것.
서울 아파트 평균매매가는 지난주 0.01% 올라 13주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특히 재건축아파트는 기대감으로 0.30% 상승해 지난해 8월 마지막 주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을 보였다.
거래건수도 지난해와 비교해 큰 폭으로 늘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4일까지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는 1723채로 이미 지난해 1월 전체 거래량 1134채를 훌쩍 넘어섰다.
거래는 이번 규제 완화의 최대 수혜지역인 강남3구에 집중되고 있다. 강남 서초 송파 등 강남3구에서 거래된 아파트는 429채.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215채가 거래됐다. 함영진 부동산114리서치센터장은 "수직증축 리모델링이 허용된 데다 재건축 사업의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이 커 자녀에게 아파트를 사주려는 사람들이 재건축단지가 많은 강남3구로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송파구 잠실동 오종학 좋은사람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시장에 안도감이 돌고 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 경매도 들썩, 업계 기대감도 높아
부동산 시장이 회복될 기미를 보이자 경매법정도 들썩이고 있다. 13일 인천중앙지법 경매법정에 나온 인천 계양구 작전동 전용 59.5m² 아파트는 35명이나 몰리면서 감정가의 99.3%인 1억7029만 원에 낙찰됐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 들어 13일까지 이뤄진 수도권 아파트 낙찰률(경매물건 대비 낙찰된 물건의 비율)은 평균 48.4%로 2008년 5월(54.7%) 이후 5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시장이 들썩이자 건설업계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15일 주택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주택경기실사지수(HBSI)에 따르면 1월 주택사업환경지수는 서울 117.6, 수도권 104.8로 나타났다. 지난달과 비교해 서울(7.0포인트)과 수도권(3.4포인트)이 일제히 올랐다. 지수가 100 이상이면 주택사업 전망을 좋게 보는 업체가 많다는 뜻이다. 이 조사에는 한국주택협회와 대한주택건설협회 회원사 500여 곳이 참여했다. 분양계획지수도 전월 대비 14.6포인트 오른 89.9였고 분양실적지수도 5.1포인트 상승(92.9)했다.
김지은 주택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규제 완화 덕분에 실수요자들이 매매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활로가 열렸다"며 "올해 부동산 시장이 원활하게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김규정 우리투자증권 부동산전문위원은 "대내외적으로 부동산 경기에 우호적인 상황이 만들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금리 상승 가능성과 내수 부진 가능성이 남아 있어 실제 거래가 늘어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홍유라 인턴기자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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