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타임지 게재 울산 용연초등학교 '50년사' 발간

조현철 2014. 1. 9.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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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뉴시스】조현철 기자 = 1995년 6월26일자 미국의 유력 시사해설잡지 '타임(TIME)'에 울산 '용연초등학교'가 실렸다.

거뭇한 하늘보다 선명한 하늘색 지붕을 머리에 인 단층의 퇴색한 학교건물 뒤편엔 교사를 덮칠듯이 위태롭게 버티고 있는 산업쓰레기 더미들. 그 위로 하늘을 찌를듯이 치솟은 공장 굴뚝엔 희뿌연 매연이 쉴새없이 뿜어져 나오고 있는 가운데 운동장에선 해맑은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었다.

타임지가 이 학교를 주목한 것은 환경오염 탓에 폐교할 수밖에 없는 한 바닷가 학교의 운명을 통해 '한강의 기적'이란 급속한 경제발전 이면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를 조명한 것.

1988년부터 기록된 용연초교의 공해일지를 보면 세계적인 뉴스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학생들은 악취와 두통·구토 등 증세가 심해 단축수업을 밥 먹듯이 했다고 한다. 심지어 등교하자마자 귀가한 적도 있다고. 교정 우물을 파묻고 여름철엔 창문을 닫은채 연중 3분의 1 정도 찜통수업을 했다고 하니 산업화에 따른 공해의 심각성을 가늠할 수 있다.

울산교육청에서 실시한 '울산 국가공단 인근 학교 학생들의 건강조사 보고서'는 더욱 소스라치게 했다.어린 아이들의 혈중과 오줌에서 나온 납·비소·아연·카드뭄 등 중금속이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치를 훌쩍 넘겨 충격을 던져줬다.

급기야 이 학교는 1968년 2월24일 첫 졸업생(118명)을 배출한 이후 30년만인 1998년 2월28일 교문을 걸어잠그고 만다. 1회부터 31회까지 3185명의 동량이 교문을 나왔다.

영원히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뜻있는 동문들은 교명살리기에 나섰다. 교육청 등을 동분서주한 끝에 2004년 3월 1일 남구 야음교육단지에 새 둥지를 틀고 27학급 785명(남 424명·여 362명)이 복교했다.

'태백산맥 끝자리에 동해물 그리며......'로 운을 떼는 교가는 교정에 울려퍼지고 있다.

이에 머물지 않고 총동창회(회장 김석하·4회 졸업)는 올해 개교 50주년을 맞춰 지난해부터 편집진을 꾸려 '용연초등학교 50년사' 발간작업에 착수했다.

50년사엔 부임교사 회고사를 비롯해 동문회 카페(cafe.daum.net/yongyeon.es.kr)에 오른 사진과 글, 언론보도, 복교를 위한 몸부림, 용연·황암·천곡·성외·세죽·성암마을에서 다녔던 코흘리개들의 스승과 도란도란 꽃피웠던 얘기들, 구수한 고향이야기 등이 담겨있다.

제자(題字)는 교사로 몸담었던 서예가 규빈 김숙례씨가 독창한 한글 먹글씨에 금박을 입혔다.

편집을 이끈 김진곤 울산남구문화원 향토사연구소장(8회 졸업)은 "폐교 전 자료는 다수 있었으나 폐교 됐던 6년간(1998~2004년)의 학교역사를 일일이 찾는데 애를 먹었다"면서 "빠진 부분도 있으나 산고의 기쁨으로 감내했다"고 술회했다.

특히 50년사가 눈길을 끄는 것은 급격한 공업화 탓에 빚어진 남구 용연·황성동 해안마을 주민들의 이주사와 뗄 수 없기 때문.

1962년 1월 27일 울산은 특정공업지구로 결정됐다. 2월 3일 울산군 대현면 매암리 납도(納島)에서 성대한 기공식을 거행할 때 하늘로 치솟은 형형색색 축하 폭죽은 훗날 300여년을 연연해온 삶의 터전을 떠나야 하는 신호탄이었던 셈이다.

1985년 10월 15일부터 시작된 울산온산공단이주대책사업으로, 당시 1146가구 5112명의 주민들이 남구 야음·태화·다운동으로 살림살이를 옮기는 실향의 아픔을 겪어야만 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서로 얼굴을 마주하면 정체성 상실감과 함께 향수에 흠뻑 젖어든다. 달짝지근한 돌미역따기, 억척스런 무질, 비릿한 고기잡이 등 이젠 기억마저 희붐해져 가는 옛 추억풀기로, 가끔 눈시울을 붉히며 밤을 지새우기도 한다.학교주변 해안마을은 예로부터 살기좋은 고장이었다. 신석기시대 황성동 세죽 패총과 신라시대 처용설화의 산실 처용암, 개운포 성지, 조선 효종(1656년) 때 성암동 선수마을에 '전선창'이라고 불렀던 '선소(船所 : 군함을 만드는 곳)' 등 많은 유적이 산재해 있다.

김석하 회장은 발간사에서 "용연초등학교 50년사는 우리 학교의 역사 뿐만 아니라 우리 고향의 이야기와 울산광역시의 공업화 50년의 과정을 엿볼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될 것"이라며 "후배들에게 다시는 굴곡진 역사가 없고 희망찬 미래만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 전해지길 바란다"고 했다.용연초등학교 50년사 발간식은 10일 오후 7시 남구 문수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jhc@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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