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재건축 활기 '글쎄'
재개발·재건축사업의 용적률이 법적 상한선까지 완화되면서 지지부진한 정비사업이 활기를 띨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지방자치단체 조례에 따라 용적률을 제한 받아왔지만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개정으로 지방자치단체가 조례상 규정한 용적률과 무관하게 법적 상한선까지 용적률을 높여 지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용적률 완화는 그동안 정비사업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사항으로 일반분양물량이 늘면 사업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의미가 크다"며 "사업시행인가 이전 단계에 있는 정비구역들을 중심으로 사업계획을 재검토하는 등 움직임이 바빠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법 개정을 가장 반기는 곳은 사업시행인가 이전 단계의 재개발·재건축 추진지역들이다. 용적률 상한선 허용 대상을 사업시행인가 이전 단계의 정비구역으로 한정했기 때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사업 지연과 주민 혼란 등이 우려되기 때문에 사업시행인가 이전 단계에 있는 정비구역에 대해서만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적 상한까지 용적률을 높일 경우 일반분양 주택 수가 늘어나게 되면서 사업성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시내 사업시행인가 이전 단계에 있는 재건축·재개발구역은 각각 84개, 139개로 총 223곳이 용적률 완화 수혜를 입게 됐다. 서성권 부동산114 연구원은 "부동산경기 침체에 발목이 잡혀 사업속도를 내지 못했던 정비사업이 힘을 얻게 됐다"며 "다만 이번 도정법 개정안에 매몰비용 지원기간 연장 등 출구전략 확대도 담겨 있는 만큼 사업장별로 옥석 가리기가 활발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도정법 개정에 대한 부정적 전망도 제기된다. 법적 상한까지 용적률을 늘릴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지만 여전히 일선 지자체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라는 벽을 넘어야 하는 탓이다.
업계 관계자는 "조례에서 규정한 용적률을 얼마만큼 뛰어넘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지만 사업성이 크게 개선될 정도로 용적률을 높이는 것은 쉽지 않다"며 "오히려 조합과 지자체의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해 갈등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상당수 강남권 재건축 추진단지의 경우 이미 용적률 인센티브를 통해 법적 상한선까지 용적률을 높인 경우가 많아 이번 법 개정에 더욱 시큰둥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분양한 '래미안 대치 청실'의 경우 제3종 일반주거지역의 용적률 상한선인 300%를 받아 분양이 이뤄졌고 대치동 은마 역시 용적률 300%를 골자로 재건축사업을 추진 중이다.
채은희 개포부동산 대표는 "개포주공1단지 역시 임대주택비율 및 기부채납 등을 통해 제2종 일반주거지역 상한선인 250%를 받은 상태"라며 "용적률 완화로 수혜를 입는 사업지는 한정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신희철기자 hcshi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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