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경제현안 점검] <3> 전세대란, 끝은 있는 걸까

유환구기자 2014. 1. 8.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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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가격 상승세 안 꺾인다전문가 70% "상승률 3.2%" 전망주택공급 물량 늘고 정책 효력 가시화.. 작년 같은 급등은 일단 진정될 듯월세 전환이 대세.. 임대시장 재편은 계속

우리나라의 전세 세입자는 약 370만 가구에 이른다. 이 가구들은 작년에 전세값을 평균 1,153만원 올려줘야 했다. 전세가격 평균 상승률이 4.7% 에 달했기 때문이다. 서울의 세입자들은 더 심각했다. 지난해 서울의 전세 값은 평균 약 9%, 2,645만원이 올랐다.

가계당 수천만원의 추가 비용 부담은 고스란히 가계 부채의 증가와 소비 부진으로 이어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1년 말 48조원2,000억원이었던 전세자금대출 규모는 작년 상반기에 60조원대까지 늘어났다.

새해에는 이 같은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부정적인 전망에 더 무게가 실린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작년보다 상승률이 낮아질 수는 있어도 전세가격 상승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본다. 전세 제도가 월세로 바뀌는 임대시장의 구조적 변화 때문이다. 전세제도 자체가 사실상 소멸의 길을 걷고 있는 만큼 전세매물이 점점 줄어들어 가격 상승은 불가항력적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8일 한국감정원이 정부 당국자와 부동산전문가, 공인중개사 962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69.7%가 올해 전세가격이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예상 상승률은 3.2%에 달했다. 이는 매매가격(0.9%)과 월세가격(0.2%) 상승률 전망치를 여전히 크게 웃도는 수치다. 건설산업연구원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올해 전세가격 상승률을 3%로 전망했다.

작년보다 상승률이 낮아질 것이란 기대는 크게 두 가지 이유다. 주택 공급 물량이 늘어난 것과 전세시장 안정화를 위해 내놓은 정부의 정책 효과가 올해는 효력을 발휘할 것이란 기대다. 이광수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입주 아파트가 약 26만대로 작년보다 30% 이상 증가할 것"이라며 "공급 확대 효과로 올해 전세 시장은 하향 안정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자고 나면 오르는 전세값에 지쳐버린 이들이 결국 집을 사게 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이들에게 저금리 대출을 제공해 구매의 대열로 이끌겠다는 정부의 대책이 효력을 발휘할 것이란 분석이다. 김리영 주택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작년에 정부 정책 주택자금 대출이 11조원 가량 풀리는 등 거래 활성화 지원에 따른 전세 수요 감소로 올해는 전세대란이 다소 해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전반적인 상승 추세를 막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매매로 전환하는 이들이 많아 전세 수요가 줄어든다 해도 전세 물량(공급) 자체가 더 가파르게 줄어드는 추세기 때문이다. 박기정 한국감정원 연구위원은 "올해에도 공급자는 월세, 수요자는 전세를 선호하는 수급 불균형현상이 지속되면서 전세시장이 위축되는 반면 월세시장이 확대되는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급 물량이 지방에 편중돼 있어 대다수 수도권 주민들이 느끼는 체감 전세난은 여전할 것이다. 김규정 우리은행 부동산팀장은 "올해 주택 신규 공급 물량의 대부분 지방이 많고 서울은 보금자리 주택이나 남양주 등 도심과 거리가 있는 곳이 대부분"이라며 "강남의 재건축 아파트 등의 전세 가격은 작년 보다 더 오를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정책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허윤경 건산연 연구위원은 "가계부채 부담이 큰 상황에서 중산층이 주택 매매에 나서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작년과 마찬가지로 전세난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에 따른 전세값 상승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이광수 연구원은 "정부가 부동산 시장의 부양을 위해서 재건축 규제를 대폭 완화해 재건축이 활성화하면 전세 공급물량이 갑자기 줄어들면서 전세 가격이 다시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게다가 전세에서 월세로의 이동이 많아지는 만큼 세입자의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 밖에 없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월세의 경우 지난해 가격이 소폭 하락하는 등 상대적으로 안정을 보이고 있지만 은행금리 등을 감안할 때 전세에 비해 서민들에게 주는 부담이 훨씬 크다"며 "전세는 자금을 모아서 집을 마련하는 사다리 역할이라도 했지만 월세 제도하에서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도 문제"라고 말했다.

따라서 정부의 정책이 이 같은 과도기적 상황에서 세입자들의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원갑 위원은 "전세로 내놓은 집주인에게 세제혜택을 많이 제공하는 등 월세화 속도를 늦추는 등의 대책이 효과적일 것"이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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