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아 3.0>'근육 굳는 병'에도.. 그의 엄지·검지는 멈추지 않는다

고서정기자 2014. 1. 8.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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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이로 세상 소통' 김길호씨

"종이모형으로 내 아들이 삶의 활력을 되찾았습니다."

근육이 굳어지는 병인 근이영양증을 7세 때부터 앓아온 김길호(21·사진) 씨는 종이접기 마니아다. 손가락도 거의 다 굳어서 손을 어머니가 책상에 올려주면 엄지와 검지만 움직여서 작품을 만든다. 그러다 보니 작품 하나를 만드는 데 남들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들지만 실력은 수준급이라 2006년부터는 '김길호의 종이모형'이라는 자신의 이름을 건 사이트를 운영해 종이모형접기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이 사이트는 1일 방문자가 52명에 달할 만큼 인기다.

어머니 박정애(44) 씨는 아들이 종이접기를 할 수 있게 뒤에서 말없이 지원해준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박 씨는 "장애가 있더라도 아이를 존중하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눈높이에 맞는 걸 찾아서 하게 한다면 잘 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씨는 함부로 움직이면 뼈가 깨질 위험이 있는데다 면역력이 떨어져 감기만 걸려도 폐렴으로 진행돼 위험할 수 있어서 외출을 삼가고 집안에만 있어야 한다. 하지만 김 씨는 인터넷을 통해 종이모형접기 노하우를 공유하며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 같은 병을 앓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집안에 누워 있어야 하는 경우에 비춰보면 휠체어에 앉아서 종이모형을 제작할 수 있는 김 씨는 건강한 편이다. 김 씨가 처음 종이모형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초등학교 3학년 수학시간에 원뿔과 삼각형의 전개도를 배우면서부터다. 이후 종이접기 책을 사보고 인터넷을 뒤지면서 카트라이더 같은 캐릭터의 종이모형 전개도를 직접 그리기 시작했다. 장래희망에 대해 김 씨는 어눌하지만 확신에 찬 목소리로 "종이모형 작가가 되는 것이 꿈"이라면서 "종이모형을 설계하고 만드는 것이 즐겁다"고 말했다. 매일 오전 10시부터 밤 9시까지 식사시간을 제외하고는 계속 휠체어에 앉아 작업에 몰두하는 김 씨는 엉덩이 욕창이 심한데도 앉아서 작업하는 시간이 가장 소중하다고 한다. 1년에 1∼2번에 그칠 정도로 외출을 극도로 삼가는 김 씨지만 지난해 12월 7일 제1회 한국종이모형 페스티벌에 참여해 휠체어를 타고 자신이 만든 작품과 다른 이들의 작품을 환한 미소 속에 둘러봤다.

고서정 기자 himsgo@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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