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3%대 후반 낙관론.. 가계부채 해소 최대 과제
올해 한국경제의 겉모습은 지난해보다 좋을 것으로 전망된다. 성장률이 3%대 후반으로 잠재성장률 수준에 미칠 것으로 정부와 한국은행은 내다보고 있다. 잠재성장률이란 한 나라의 자본과 노동력을 최대한 활용할 경우 달성할 수 있는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말한다.
지난해 성장률이 2.8%(한은 전망치)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경기회복세가 가속화하는 셈이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걱정거리가 한둘이 아니다. 양극화와 가계부채가 특히 심각하다. 둘 모두 내수를 위축시켜 경제성장 기반을 허무는 요인이다.
미국 양적완화 축소 이후 금리 상승이 특히 걱정이다. 가계의 부채 상환 부담이 가중되고 주택시장은 더 위축되며 양극화는 심화할 가능성을 키우기 때문이다. 양적완화 축소는 이달부터 시작돼 단계적으로 축소 폭이 커질 것이다. 빠른 고령화 속에서 자칫 일본식 장기불황의 터널로 빨려 들어갈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런 관점에서 2014년은 한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하느냐, 중진국으로 남을 것이냐를 가늠할 중요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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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보다 나은 2014년
정부, 한은을 비롯해 주요 기관들이 전망하는 올해 경제성장률은 3%대 후반이다. 기획재정부 3.9%, 한은 3.8%, 한국개발연구원(KDI) 3.7%이며 국제통화기금(IMF)도 3.7%를 전망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3.9% 성장으로 일자리가 42만개 이상 늘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엔 세계 경기 회복에 따라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늘리고 가계소비도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이 깔려 있다. 실제 정책금융공사의 설비투자계획 조사에 따르면 전자·자동차 등 제조업 부문이나 항공·통신 등 내수기업들은 올해 투자를 늘릴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도 민간소비가 소득여건과 소비심리 개선에 힘입어 완만한 증가세를 보이고 설비투자도 경기회복과 투자심리 개선으로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상품수출도 지난해보다 증가 폭이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 관계자는 "IT(정보기술) 수출이 견실한 증가세를 지속하고 비IT 부문도 자동차 등을 중심으로 증가 폭이 확대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민간 경제연구소의 전망도 비슷하다. LG경제연구원은 '2014년 국내외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GDP가 상반기 4.0%, 하반기 3.5% 증가해 연간 3.7%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는 "선진국의 소비수요가 회복돼 내구재와 IT부품을 중심으로 한국 주력제품 수출이 올해보다 호전될 전망이며, 국제유가의 하향 안정으로 수입 부담이 줄면서 실질국민소득 확대도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해도 장밋빛 전망?
장밋빛 전망은 팍팍한 현실에 막혀 빗나가기 일쑤다. 2013년 성장률 전망치도 대개 3% 이상이었지만 결과는 3%를 넘지 못했다. 기업들 표정을 볼 때 올해도 전망과 현실의 괴리가 예상된다. 기업들은 움츠린 몸을 쉽게 풀 태세가 아니다. 올해도 긴축경영 기조가 예상된다. 투자와 고용이 예상보다 저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278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4년 최고경영자 경제전망 조사' 결과를 보면 41.3%가 올해 경영계획 방향을 긴축경영으로 잡았다. 현상유지는 37.2%, 확대경영은 21.5%였다. 긴축경영 기업 비율이 지난해보다 9.9%포인트 하락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경기회복에 대한 확신이 아직 부족한 탓으로 분석된다. 응답자의 43.5%가 장기불황을 우려했고 경기가 회복 국면에 진입했다고 본 응답자는 18.1%에 불과했다.
이런 흐름에서 기업들의 경제성장 전망도 상대적으로 비관적이었다. 지난 연말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4년 경영환경'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기업(366개사)의 82.8%가 올해 전반적인 경제여건이 지난해에 비해 '소폭 개선'(38.0%)되거나 '불변 또는 비슷'(44.8%)할 것으로 전망했다. 16.4%는 '소폭 악화'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58.1%가 올해 경제 성장률을 '3% 미만'으로 예상했다.
◆성장 막는 양극화, 가계부채
전경련 조사에서 기업들은 올해 경영계획 수립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경제변수로 '내수 회복 미흡'(50.1%)을 1순위로 꼽았다. '엔저 등 환율변동'(16.5%), '미국 양적완화 축소'(11.0%)와 같은 외생변수보다 내수 부진을 더 심각하게 본 것이다.
내수 부진의 근본 이유로는 양극화와 가계부채가 꼽힌다. 모두 내수기반을 허물어 성장을 어렵게 하는 악재다. 이 두 악재는 올해도 한국경제 순항을 방해할 암초로 지적된다. 미국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시장금리 상승은 두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개연성이 크다. 가계 부채상환 부담이 늘고 부채가 낀 집값이 약세를 보이며 부동산 침체가 가속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여파로 기업과 가계 부문에서 부익부 빈익빈의 양극화도 더욱 심화할 수 있다.
소득 불균형·양극화를 나타내는 지니계수와 소득5분위배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훨씬 높은 상태를 지속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5분위(상위 20%) 소득을 1분위(하위 20%) 소득으로 나눈 '소득5분위배율'은 가구원 수를 감안해 산출한 '균등화 가처분소득' 기준으로 볼 때 2012년 6.82로 OECD평균 5.5(2010년 기준)를 훌쩍 뛰어넘는다. 중산층 붕괴를 동반하는 양극화는 내수기반을 허물고 잠재성장률을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최악의 불균형으로 지적된다.
시한폭탄에 비유되는 1000조원대 가계부채는 폭발력을 갈수록 키우는 형국이다. 2008년 말 149.7%였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13년 9월 말 169.2%까지 치솟았다. 같은 기간 선진국은 디레버리징(부채감축)이 꾸준히 진행되면서 이 비율이 대폭 하락했다. 미국의 경우 2008년 말 132.7%에서 2012년 말 114.9%까지 떨어졌다.
◆불황터널이냐, 재도약이냐
양극화, 고령화, 가계부채, 부동산시장 침체 등등 한국경제의 여러 현상을 놓고 '잃어버린 20년'에 진입할 당시 일본과 비슷하다고 말하는 이들이 적잖다. 일본식 장기불황 가능성을 말하는 이유다. 지난 12월 중순 출간된 '노무라종합연구소 2014 한국경제 대예측'에서도 현재 한국의 상황이 일본의 1990년대 전반 상황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이 책에 따르면 한국은 저성장 사회로 접어들었다. 저성장이 기업의 투자, 가계의 소비 부진과 함께 저출산·고령화에 의한 구조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노무라종합연구소는 1965년 설립된 일본 최초의 민간 싱크탱크다.
노무라연구소는 올해 한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할지 중진국으로 남을지 가늠해볼 수 있는 중요한 해라며 해결 과제로 가계부채와 고령화를 꼽았다. 노무라연구소는 "한국 사회가 고령층 복지를 어느 정도까지 보장할 것인지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극화도 국민적 합의, 즉 대타협을 통해 흐름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양극화란 중산층 붕괴를 의미하는 것이며, 중산층 붕괴는 소비여력 소진과 잠재성장률 하락, 사회적 갈등으로 이어진다"면서 경제주체들 간 대타협을 통한 정책 대전환을 주문했다.
류순열 선임기자 ryoo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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