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소 | 빅토리캠프 임성채 대표

강다경 기자 2013. 12. 31.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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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all But Hot

왜 난로를 만들 생각을 했나?

루어낚시 다니며 캠핑을 좋아했지만, 동계 캠핑은 하지 않았다. 캠핑을 주춤하던 중 하얀 눈밭에 연통이 올라온 텐트가 낭만적으로 보였다. 뭔가 시작해야겠다 싶었다. 화목 난로를 찾아보니 금액이 부담스러웠다. 원래 무엇이든 잘 만드는 편이라 만들어보기로 했다. 집에 있는 수납장이나 수족관 같은 대부분의 가구를 다 만들었다. 바이크도 만든 적이 있다. 아버지가 만드는 모습을 자주 보여줘서 그런 것 같다. 큰형님이 건축 설계를 하고 작은 형님은 컴퓨터 분야에서 일한다. 집안에 그런 분위기가 있다. 무엇이든 사야겠다는 생각보다는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캠핑은 언제부터 했나?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다녔다. 그때 캠핑이 좋다는 것을 알았고 10년 전부터 루어낚시를 다니며 솔로 캠핑을 즐겼다. 작년 추석에 혼자 남해에서 카약을 타고 무인도로 들어가 캠핑을 했는데 핸드폰도 터지지 않고 추웠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다. 자연을 좋아하고 위험한 데 가고 도전하는 것을 좋아한다. 지금은 난로를 테스트하기 위해 캠핑장에 1~2달 장박을 해두고 있다.

난로를 만든 지는?

혼자 난로를 만든 지 1년 정도 됐다. 첫 번째 난로는 철깡통을 그라인더로 자르고 못을 박아서 만들었다. 불을 때고 연기가 나갈 곳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실패를 많이 했다. 그러면서 욕심이 생겼다. 더 작게, 연기가 안 나게 만들고 싶었다. 화목난로는 장작이나 펠릿도 함께 실어야 한다. 오토캠핑에 가져간다고 해도 공간 효율 면에서 부담스러울 수 있다. 작은 크기 난로가 큰 열량을 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식기용품이 난로를 만들기 적당해 뼈통 같은 스테인리스 제품을 보면 난로로 변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먼저 들었다. 식당 관련 부자재 홈페이지를 하루 종일 본 적도 있다. 이런 재료로 난로를 만들어 캠핑 카페에 올리니 댓글이 우수수 달렸다. 만들어서 팔아 달라고 했다 .

철판을 레이저로 자르고 용접해서 무에서 유를 만드는 공정 과정에 대해 전혀 몰랐으므로 식기류를 가져가면 편하겠지 그런 생각을 했다. 스테인리스 수저통, 그릇, 주방용품으로 난로를 만들어달라고 큰 공장을 찾아갔다. 예의를 차린다고 정장을 입고 갔는데 정말 신기하게 봤다. 공장에서 쫓겨나다시피 거절당한 뒤 집으로 돌아와 다시 그라인더로 잘라 난로를 만들고 카페 후기를 토대로 수요를 보여주며 다시 공장을 찾아갔다. 2012년 12월 첫 제품으로 출시된 아이언맨은 뼈통에서 나온 셈이다.

지금까지 만든 난로는?

시제품은 3가지다. 아이언맨, 멀티맨, 히트맨. 아이언맨은 백패킹용 펠릿난로를 만들려고 시도하다 오토캠핑 쪽 수요를 고려해 미니멀하게 만든 것이다. 멀티맨은 4계절 사용 가능한 난로를 만들기 위해 조리도구에 가깝게 했다. 히트맨은 작고 수납이 좋으면서 열량이 좋은 제품을 만들고 싶었다. 아이언맨의 1/2 정도 크기로 시중에 나온 펠릿 난로 중 가장 작다. 작은 고추가 매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난로 개발하며 가장 중요한 부분은?

탈 것, 산소, 발화점 이 3가지 조건으로 불이 만들어진다. 3가지 구성 요소의 조건을 상시적으로 잘 맞춰줘야 한다. 하나라도 빠지면 역화가 나거나 불이 꺼진다. 역화란 연통으로 빨려나가야 할 연기와 불이 거꾸로 난로로 나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연료가 타면서 서로 틈새가 없으면 산소 공급에 실패하게 된다. 이때 역화가 난다. 난로 자체에 불필요하게 공기가 많이 들어간다거나 고온의 환경을 만들어주지 못하는 장애 요소 있으면 난로로서의 기능이 떨어진다. 연소의 3요소를 잘 잡아줘야 좋은 난로를 만들 수 있다. 난로라는 것은 생각하기 나름이라 고추장통에 장작 몇 개 때도 난로가 될 수 있다. 어떤 것은 세밀하게, 정밀하게 해야 한다. 펠릿의 주원료가 되는 나무나 제작환경에 따라 열량이나 꾸준한 화력을 낼 수 있는 정도가 다르다. 좋은 난로라면 화력이 꾸준해야 한다. 항상 양질의 원료를 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연료에 연연하면 발전이 없다.

난로 개발하며 어려웠던 점은?

초기에는 역화도 많았다. 체한다고 표현하면 좋을 것 같다. 역화가 일어나면 텐트 안은 화생방이 된다. 냄새가 3일 동안 빠지지 않는다. 훈제 인간이 된 느낌이다. 정신이 몽롱하다. 그래서 난로 만들 때 체력이 정말 중요하다. 역화를 견디고 다시 테스트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름에도 난로를 뗐다. 사무실에 에어컨을 계속 틀어놓고 난로를 틀고 창문을 열어뒀다. 창가에 선풍기를 설치해서 온기를 빼보려고 했지만 여름에는 열꽃이 피었다. 이제는 난로 열에 익숙해져서 웬만큼 뜨거운 것은 뜨겁다고 못 느낀다. 화상도 많이 입었다.

히트맨을 개발하며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히트맨이 워낙 작다보니 조립하기 쉽지 않다. 조그만 속에 오밀조밀 넣으려니 오차가 생기는데 오차를 잡기가 쉽지 않다. 작동된 뒤 연료층이 조절되며 0.5mm 싸움이 많았다. 20번 이상 수정하며 샘플을 계속 다시 뽑았다. 온도계로 찍었을 때는 온도 차이가 많이 안 나지만 오차에 따라 화력 유지하는 부분에서 만족할 수 없어서 바꿨다가 원상태로 돌아갈 때도 있고 과감하게 변경할 때도 많았다. 난로와의 씨름, 아니 전쟁이었다.

히트맨의 토네이도 연소 시스템은 어떻게 생각하게 됐나?

자작 난로를 만들며 공정상의 실수로 틈새가 생긴 적이 있다. 그쪽으로 산소가 주입되며 안에서 불이 회전하며 한번 더 타는 것을 봤다. 구조적으로 활용하면 고온 연소를 이뤄낼 수 있겠다 싶었다. 외국에서는 난로 만드는 사람을 '스토브 빌더'라고 한다. 고온연소 방식이나 청정연소 방식이 스토브 빌더마다 있다. 나무 그을음까지 태워내고 일산화탄소 배출을 완벽하게 막아 청정하게 연소된 연기를 내보내는 환경을 생각하는 기술, 나무가 낼 수 있는 열량을 최대치로 뽑아내는 기술 등에 대한 고민을 연소 방식마다 담고 있는 셈이다. 앞으로 만드는 제품마다 토네이도 시스템을 적용할 것이다. 불이 어떻게 회전하느냐에 따라 버섯 모양, 하트 모양 등 다양한 불길을 볼 수 있다.

1년에 3개의 제품을 개발해 낼 수 있는 아이디어의 근원은?

빅토리캠프 회원들의 후기나 리플을 보고 아이디어를 많이 얻는다. 그 내부에는 엄청난 아이디어와 특허 거리들이 숨어 있다. 고정관념으로 쌓여있는 것들이 콘텐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단점이라면, 개발병이 도져서 하나를 꾸준히 팔 생각을 하지 않고 빨리 단종시키는 것이다. 하나의 제품이 출시되고 나면 성에 차지 않는다.

사용자들의 특징은?

공동구매가 소량으로 마감될 수 있고 제품이 언제 품절될 줄 몰라 출근해서 빅토리캠프 창 열어놓으며 하루를 시작하는 분들도 있다고 한다. 아이언맨을 쓰는 분들이 멀티맨, 히트맨을 연속으로 쓰는 경우도 많다. 1년 동안 너무 많은 제품을 뽑아내서 사용자분들이 부담을 느낄까봐 연결해서 쓰는 분들은 거의 원가로 공급하고 있다. 새로운 시도나 창의적인 도전 자체를 좋아하는 것 같다.

앞으로의 계획은?

난로는 10개 정도 머릿속에 있다. 내년 봄에는 캠핑 트레일러도 만들어볼 계획이다. 한국적 처마의 매력을 담아내고 싶다. 요트를 닮은 폴딩 트레일러로 한국의 미 속에서 자연을 키우는 테마다. 처음 찾아갔다 퇴짜 맞은 공장에서 작업이 진행 중이다.

빅토리캠프 히트맨

ㆍ가격 :

39만원

ㆍ빅토리캠프 :

cafe.naver.com/victorycam

강다경 기자 / kangda@outdoo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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