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해넘이는 싱싱한 바다의 맛과 함께

2013. 12. 30.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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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다. 한해를 마감하는 즈음 여행테마로는 어떤 나들이가 제격일까.

겨울 여정으로 빼놓을 수 없는 게 일몰 미식기행이다. 별미에 대한 기대와 해넘이의 낭만이 함께 있어 더 매력 있다.

특히 장엄한 낙조 감상은 천지를 온통 붉게 물들이는 낙조의 황홀경 속에 여기 된 연말 분위기를 억누르고 침잠의 시간을 갖게 해준다.

국내 대표적 일몰 미식 기행지로는 한려수도의 중심 통영-거제를 꼽을 수 있다.

통영 일대에 일몰 포인트가 많지만 통영대교의 일몰도 볼만하다.

한려수도 최고의 낙조 포인트 달아공원과 그 주변 포구가 대표 해넘이 명소로 학림도, 비진도, 연대도, 욕지도 등 금빛 물결 속에 점점이 박힌 섬 위로 쏟아지는 붉은 기운이 장관을 이룬다.

게다가 이웃 거제도 또한 일몰-일출의 장관을 감상하기에 더할 나위 없어 연계관광코스로도 제격이다.

통영은 관광지로서 뿐만 아니라 황금어장을 형성하고 있어 철마다 싱싱한 미식거리가 넘쳐난다.

봄에는 도다리쑥국, 여름엔 멸치-장어, 가을은 전어-방어, 겨울엔 굴과 물매기 등 계절을 대표하는 별밋거리가 줄을 잇는다.

여기에 싱싱한 해물 안주가 한상 가득 오르는 '다찌', 시장 통에서 말아주는 시락국과 충무할매김밥 등 여느 지방에서 맛볼 수 없는 독특한 별미와 식문화가 도시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특히 이즈음은 싱싱한 통영굴이 제철이다. 전국 굴 생산의 70%가 통영 앞바다에서 건져 올린 것이다.

◆ 통영의 아름다운 겨울바다 풍광 속으로

▶한려수도에 펼쳐진 황홀경 겨울 낙조

겨울철 통영 여행에 빼놓을 수 없는 게 있다. 바로 낙조다.

통영 최고의 해넘이 포인트로는 미륵도를 꼽을 수 있다. 그중 달아공원과 그 주변이 압권이다.

흔히들 일몰 감상을 위해 달아공원으로 향한다. 한려수도에 바둑돌처럼 놓인 섬들 사이로 내려앉는 낙조의 붉은 기운이 황홀경을 빚어내는 곳이다.

통영 연명포구의 일몰. 해질녘 한려수도가 황금빛으로 물들며 몽환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하지만 통영의 낙조를 사진으로 담고자 한다면 달아 공원 인근 연명포구를 추천한다. 포구의 정취와 주미도, 학림도, 비진도, 연대도, 욕지도 등 올망졸망 섬 사이로 지는 해가 더 정감 있다.

둥그런 붉은 해만 잡아내기보다는 주변 포구와 양식장, 고깃배 등 바다를 지키는 테마들이 앵글을 더 풍성하게 채워준다. 통영대교의 일몰도 볼만하다.

통영의 진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포인트가 더 있다. 통영시 산양읍 미남리 수산과학관 주변과 그 위쪽에 자리 잡은 이에스리조트다.

리조트 위쪽 수영장에서 바라본 한려수도는 그야말로 장관이다. 바닷물과 맞닿은 듯 한 수영장 위로 짧은 겨울 오후 해가 쉬어 가고, 그 속에 투영된 소나무의 자태도 멋스럽다.

시선을 바다로 돌리면 비진도, 욕지도, 거제도 등 한려수도의 섬 풍광이 시원스레 펼쳐져 절로 탄성이 터져 나온다.

몇 년 전 통영에 지중해풍의 이에스리조트 가 문을 열었다. 이에스 리조트의 최고 자랑은 조망이다.

객실의 창문 밖으로 한려수도의 섬들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일출과 일몰 감상이 리조트 내에서 가능하다.

이에스리조트에서 바라본 한려수도.

이른 아침 일출은 마치 한려수도 섬들이 구름처럼 바다에서 피어오르는 듯 한 느낌을 맛볼 수 있다.

건물도 독특하다. 직선이 없다. "자연에는 직선이 없다"는 이에스리조트 이종용 대표의 디자인 철학이 빚은 건물이다.

지붕도 조망을 가리지 않기 위해 최대한 구부렸고, 창문은 물론 실내 벽 모서리도 둥글게 처리해 모가 나지 않는다. 테라스에 설치된 휘어진 통나무 난간도 곡선에 대한 고집스러움을 보여준다.

◆ 싱싱하고 푸짐한 미식천국 통영

▶통영굴이 제철을 만났다

이즈음 통영의 최고 미식거리는 단연 굴이다. 통영만의 푸른 바다 속에서 막 건져 올린 싱싱한 굴을 횟감, 찜 등으로 맛보기에 제철이다.

굴은 보통 10월에서 이듬해 4월까지 채취하는데 한겨울 추위가 더할수록 제 맛을 낸다. 통영 앞바다는 대한민국의 대표적 천혜 어장이다.

150여 개의 크고 작은 섬들이 바다를 에워싸 수면이 늘 고요하다. 게다가 바둑돌처럼 놓인 섬에서 흘러나오는 다양한 미네랄이 바닷물에 사철 자양분을 제공해 굴 씨알이 굵고 맛도 좋다.

통영의 굴은 수하식으로 길러낸다. 물속에 길게 늘어뜨린 줄에 굴 포자를 붙여 키우는 방식이다. 수하식은 물속에 그대로 잠긴 채 성장해 바닷물의 천연 양분을 듬뿍 먹고 자라는 것도 특징이다.

생굴

굴은 생장환경 중 물 흐름과 갯벌에 큰 영향을 받는다. 통영 굴은 바다 밑 작밭위에서 자란다. 모래도 뻘도 아닌, 그래서 부유물도 적고 깨끗하다.

올해 굴 작황은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다. 여름 적조현상에 태풍마저 없었던 탓이다. 게다가 비도 적게 내려 수산물 생육에 지장을 받았다.

그래서 초겨울엔 좀 비쌌다. 하지만 김장철이 지나며 가격이 내려 지금은 1kg에 1만원 선이다.

생굴은 미륵도 입구인 통영여객선터미널 1층에 자리한 생굴유통센터 등지에서 맛볼 수 있다. 생굴, 껍데기째 찐 각굴 등 굴에 관한 다양한 별미들을 맛보고 구입할 수 있다.

먼저 생굴은 도시에서 먹는 것과는 그 맛이 다르다. 짭쪼름 쫄깃한 게 굴 한 점에 싱싱한 남해 바다가 통째로 담긴 듯 한 느낌이다. 이게 바로 제철 미식기행의 묘미다.

바다생굴 1만 원짜리 한 접시에 1만원이니 쉽게 소주잔을 기울일 만하다. 껍질째 찐 굴도 별미다.

쫄깃한 게 바닷물로 간이 되어 굴이 이처럼 맛나다는 것을 새삼 실감케 한다. 굴찜 한 솥단지에 1만원. 2~3명이 먹을 만하다.

▶신선한 해물안주가 한상가득 다찌

통영의 또 다른 명물은 '다찌'. 다찌란 술 한 병을 시키면 안주가 무제한 따라 나오는 통영식 술집이다.

일제 강점기 일본의 선술집을 뜻하는 다찌노미에서 비롯됐다는 게 통영사람들의 추정이다.

싱싱한 해물요리가 푸짐한 다찌집.

'통영을 제대로 알려면 다찌 집을 들러야 한다'는 말이 있을 만큼 통영의 식문화, 나이트 문화의 상징쯤으로 통한다. 통영에는 무전동 호두나무 실비 등 곳곳에서 다찌 집이 성업 중이다.

6만원(2인 기준)이면 소주(한 병에 1만원)와 맥주(한 병에 6000원)를 얼음이 담긴 파란 플라스틱 통에 섞어 담아 내온다.

굴, 멍게, 호래기, 방어회, 볼락, 전갱이 등 생선구이, 가자미 튀김 등 한상 가득 채워진 해산물 안주가 기본으로 나온다.

▶충무김밥

통영에 가서 충무김밥을 맛보지 않으면 섭섭하다. 충무김밥은 한입에 쏙 들어갈 만한 크기의 담백한 김밥에 조선무로 담근 김치, 어묵을 섞어 무쳐낸 오징어를 곁들이면 그 맛이 일품이다.

충무김밥

충무김밥은 60여 년 전 어두리 할머니(1994년 작고)먼 뱃길에 김밥이 쉬지 않게 하려고 밥과 반찬을 따로 싸서 어부들에게 판 것이 유래다.

현재 충무김밥집은 여객선 터미널 앞 등 통영에만 70여 곳이 성업 중이다. 그중 중앙동 문화마당 앞 '뚱보할매김밥'이 원조 격이다.

60년 전통으로 지금은 어두리 할머니의 며느리가 손맛을 잇고 있다. 4500원(1인분 기준). 한편 통영시내 18곳의 충무김밥 전문점에서는 최근 김밥 가격을 4500원에서 4000원으로 자율 인하했다.

▶시락국

통영의 새벽 맛을 느낄 수 있는 미식거리다. 활기 넘치는 서호시장의 새벽을 구경하고 '시락국'을 맛보면 딱 좋다.

서호시장 대장간 골목(여객선 터미널앞)에서 반세기가 넘게 시락국을 끓여 내는 '원조 시락국'집이 맛집으로 통한다.

시락국

시락국은 시래깃국의 경상도식 표현이다. 보통 시래깃국 하면 된장을 풀어 끓여 내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통영의 것은 좀 다르다.

12시간 넘게 푹 고은 장어 육수로 시래깃국을 끓여 내 국물 맛이 추어탕에 가깝다. 시락국에 제피(산초가루), 부추, 다진 양념을 넣어 먹는 맛이 부드럽고도 고소하다. 시락국밥 5000원

▶꿀빵

팥고물을 넣어 튀기는 한국식 도넛이다. 팥을 소로 넣고 튀겨낸 동글동글한 도넛에 물엿을 발라 만드는데, 달달한 게 그 맛이 '꿀맛'이다.

그래서 '꿀빵'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통영 어머니들이 군대 간 아들 면회 시 꼭 챙겨 간다는 별밋거리 품목이다.

오미사 빵집이 원조로 통한다. 통영시내 곳곳에 꿀빵집이 성업 중이다. 10개들이 한 상자 8000원.

◆ 일몰-일출을 한꺼번에 거제도

풍광이 수려한 거제도는 근자에 거가대교의 개통으로 부산에서의 접근이 빨라졌다. 따라서 남동해안의 관광 중심지로 거듭나며 내방객들로 넘쳐난다.

통영과는 연육교로 맞닿아 있어 통영~거제 연계관광코스로 제격이다. 특히 거제도는 일몰과 일출을 한꺼번에 감상할 수 있는 대표 명소로, 연말연시 여정으로는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거제도 남단의 여차-홍포 해안도로는 바다를 감상하며 드라이브의 묘미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아침저녁으로는 장엄한 일출과 환상적인 일몰의 풍경까지 한꺼번에 만날 수 있다.

거제도 홍포-여차 일몰.

여차마을에서 홍포항 입구까지의 거리는 4km 남짓. 하지만 비포장 길이 남아있어 걷기나 MTB를 즐기기에도 좋다.

가왕도, 어유도, 소병대도, 가왕도, 대매물도, 소매물도 등 거제 앞바다에 바둑돌처럼 떠 있는 섬들을 감상할 수 있다.

거제 사람들은 이곳이 동해와 남해의 정기가 만나는 곳이라 여긴다. 따라서 여차~홍포 해안도로를 거쳐 해돋이 해넘이를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새해의 힘찬 원기를 듬뿍 받을 수 있다고 자랑이다.

거제도는 가히 '동백섬'이라 칭할만하다. 지심도 등 동백군락지에서는 한겨울에도 초록의 싱싱함과 선홍빛 붉은 꽃잎이 어우러진 동백의 자태를 만날 수 있다.

한편 거제도는 제주 다음으로 큰 섬이다. 하지만 해안선의 굴곡이 심해 그 길이(387km)가 제주(263km) 보다 길다.

섬의 북쪽과 서쪽은 양식장이 지천이다. 반면 장승포에서 저구에 이르는 남동쪽 해안이 관광명소로절경을 이룬다. 해안 드라이브는 장승포~지세포~와현~구조라~학동몽돌해수욕장~여차-홍포로 이어진다.

▶겨울철 거제의 별미 대구탕

거제도는 또 겨울철 먹을거리도 풍성하다. 그중 권할만한 게 외포의 대구다.

회유성 어족인 대구가 최근 10여년 사이 거제 앞바다, 진해만 수역에서 많이 잡혀 싱싱한 대구의 참맛을 볼 수 있다.

이른 아침 외포항에서는 대구 경매가 이뤄지고 부둣가 식당가에서는 갓잡은 대구로 시원한 대구탕을 끓여 낸다.

◆ 여행메모

▶가는 길

대전-통영간 고속도로 통영IC~통영시~통영대교~미륵도(통영 시내로 진입하려면 통영IC)/ 통영시~거제

◆ 김형우 여행기자

조선일보 출판국 기자, 스포츠조선 레저팀장을 거쳐 현재 여행전문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관광기자협회장, 2010~2012 한국방문의해 위원, 서울시 관광진흥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한국관광공사 베스트 그곳 선정 자문위원, 한양대 관광학부 강의교수 등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여행기자들이 다시 찾고 싶은 여행지(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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