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60 트레킹 | 고행길인가 꿈길인가 '다이기레토'

글 사진 김동규 경희대 산악부 2013. 12. 27.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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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북알프스 야리호다케 종주..약 40km 3일 걸려

나고야 공항에서 전세버스로 4시간 걸려 가미코치(上高知)의 전초 도시라고 할 수 있는 히라유(平湯)에 도착했다. 다음날 산행 일정이 빠듯해 온천마을 히라유에 머무르는 것은 돌아오는 날로 미뤘다. 히라유부터는 친환경버스로 갈아타고 가미코치까지는 천천히 달려도 20분도 안 되는 거리다. 그 사이 터널이 3개나 있다. 터널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 설국 > 에 나오는 터널처럼 새롭게 펼쳐지는 눈의 나라를 기대하는 마음이 들게 한다. 또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 의 낡고 오래된 터널처럼 으스스한 기분도 들었다.

3000m급 호다카 연봉 8개 중 마지막 봉우리 마에호다카다케에 오르면 야리가다케와 작별하게 된다.

버스는 숲 속에 섬처럼 만든 터미널에 도착했다. 햇살이 넘실거려 마음이 설레었다. 꽤 늦은 시간이므로 우리가 갈 방향과 반대쪽에 있는 '웨스턴 비'는 구경을 생략하기로 했다. 웨스턴은 '일본 알프스'란 이름을 서양에 알린 유명한 사람이다. 매년 봄이면 그를 기리는 축제가 열린다. 가미고치의 상징물 갓바교는 호다카 연봉을 보기에 더 없이 좋은 장소다. 양쪽 건물의 빨간 지붕과 어울려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조형물이다. 빨간색은 귀신을 물리치는 색으로 갓바가 무엇인지 알면 궁금증이 풀린다. 갓바는 물속에 사는 괴물로 다른 동물을 물로 끌어들여 피를 빨아 먹고 산다. 키는 1m밖에 안 되지만 아즈사와 강은 무시무시한 갓바를 품고 살게 되었다.

창끝처럼 뾰족한 야리가다케

첫날 머문 곳은 고나시타이라. 넓은 평지에 쭉쭉 뻗은 삼나무는 형형색색의 텐트들을 포근하게 감싸 안고 있었다. 텐트 주변에서 느긋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을 보면 여름이 끝날 때까지 머물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일본에는 북알프스가 무대인 산악소설이 많다. 그 중에서도 걸작의 무대는 야리가다케-호다카 연봉이다. 그 필두가 이노우에 야스시의 < 빙벽 > . 1955년 호다카 연봉에서 실제로 발생한 '나일론 자일 절단 사건'을 기본으로 한 연애소설이다. 그 무렵 발명된 '끊어지지 않는' 나일론 자일의 절단 사고가 마에호다카다케 동벽에서 일어나 자일 강도의 공개 실험까지 했던 일련의 소동이다. 추모비는 도쿠사와 산장의 서쪽 신무라바시(新村橋) 건너편 산속에 있다. 그리고 소설 속의 숙소 도쿠사와엔(德澤園)에서는 기념 타월도 팔고 있다.

도쿠사와 산장 직전에서 바라본 호다카 연봉.

하세가와 피크로 이어지는 암릉 구간 다이기레토 종착지.

요코오 산장 앞의 대형 다리는 가라사와로 가는 길이다. 가라사와는 꽃으로 유명하다. '사와'란 골짜기에서 토사가 밀려와 쌓여 평평해진 지대로 고추냉이 등 야채를 심을 수 있는 곳을 말한다. 가라사와를 거쳐 자이텐 구라토를 오르면 호다카 산장에 이를 수 있다. 이 길도 훌륭한 하나의 코스다. 야리사와 산장에서 야리가다케는 아직 멀다. 그러나 '야리'가 들어간 이름을 그냥 흘러버리지 말아야 한다. 삼나무 사이로 야리가다케를 처음 대하는 벅찬 순간을 놓쳐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호기로운 산장 주인이 망원경을 설치해 놓았기 때문이다.

깊은 산에 살며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텐구'는 붉은 얼굴에 코가 큰 상상의 괴물이다. 12세기 고대 설화집 < 금석물어집 > 에 등장하는 이 괴물은 신통력이 있다고 하는데, 아직도 텐구바라에 살고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텐구바라 분기점에서 1시간 거리에 이르면 발동기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중간에 마땅한 물 보충 장소가 없어 공원 측에서 배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곳에서 야리가다케는 가장 창답게 보인다. 창날의 뾰족뾰족한 부분도 선명히 보인다.

보즈 동굴은 야리가다케를 최초로 오른 반류스님(1786~1840)이 수도했던 장소다. 이곳부터 길은 상당히 가팔라진다. 산행 첫날 묵었던 야리가다케 산장은 야리가다케 삼각형이 끝나는 어깨 부분에 있다.

텐구바라 분기점에서 30분 거리에 모터를 돌려 물을 보충하는 장소가 있다. 이곳에서 야리가다케는 창끝처럼 보인다.

산행 둘째 날. 드디어 야리호다카 종주길이다. 3시간30분이 소요되는 다이기레토는 최대의 난관이다. 날씨가 나쁘면 위험한 구간이다. 특히 강풍이 불면 과감히 포기해야 한다. 칼날 능선에 서면 바람에 완전 노출되기 때문이다. 미나미다케에 이르면 벌써 입이 벌어진다. 산장에서 충분히 요기도 하고 마음을 가라앉힌 다음 스틱을 접어 넣고 출발했다. 처음 만나는 난관은 가느다란 쇠사슬이 설치된 V자로 파여진 바윗길로 또박또박 걷지 않으면 낙석을 일으키기 쉽다. 좌로는 사자비암을 보면서 지그재그로 급경사를 내려왔다. 2단의 긴 철제 사다리를 내려오면 바로 다이기레토의 최저 안부다. 여기서부터 하세가와 피크까지는 비교적 안정적인 능선길이다.

아찔한 암릉 구간 다이기레토

하세가와 피크를 올라서면서부터는 다이기레토 핵심부. 완전 칼날 능선으로 고도감이 최고인 말등을 내려왔다. 바위에 박힌 철제 말뚝이나 리지에 늘어져 있는 쇠사슬 등을 이용해 칼바위를 내려갔다. 합판으로 만든 다리를 건너면 안부 'A사와노콜'이다. 이곳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했다. 여기서부터 기타호다케 산장까지는 1시간 거리. 역시 만만치 않은 길이지만, 다이기레토 핵심부를 통과한 이상 그보다는 험하지는 않았다.

일본 에델바이스.

야리가다케 산장을 출발해 야리가다케를 오르는 등산객들.

낙석 위험 구간.

기타호다케 산장은 기타호다케와 일체를 이루고 있다. 뒤돌아보면 역시 아찔하다. 3000m의 고도에서 3시간이 넘게 계속된 긴장 때문에 피로가 만만치 않다. 점심을 먹으며 충분한 휴식을 취한 후 숙박지 호다카 산장으로 향했다. 뾰족한 모습을 잃지 않고 있는 야리가다케를 연신 바라보면서 우측으로 멀리 가사가다케를, 좌측으로는 조넨다케를 조망할 수 있다. 어쩌면 '일본 에델바이스'도 발견할 수 있을지 모른다. 오쿠호다카다케를 오르는 길에 왼편 능선 사이로 후지산이 보였다. 멀리 떨어져 있지만 거대하고 산뜻한 모습이다. 오른쪽으로는 프랑스 근위병의 투구 모습을 한 둥그런 잔다르무가 보인다. '일본 알프스'에는 외국 이름이 많다. '잔다르무'는 프랑스어다. '자이텐구라토'는 독일어이고, 안부는 프랑스어 '콜'이다. 알프스이니까 당연히 '에델바이스'도 있다.

기타호다케와 일체가 되어 있는 기타호다케 산장.

갓바교와 호다카 연봉.

오쿠호다카다케에서 기미코타이라로 가는 길은 활처럼 휘어진 능선이다. 이 길을 닦은 사람은 주타로. 길을 만들 때 어린 딸 기미코를 데려와서 놀게 했다고 한다. 당시 주타로의 사진이 호다카 산장의 서가 벽에 걸려 있다. 기미코타이라에서 배낭을 내려놓고 마지막 3000m봉 마에호다카다케를 올라갔다. 이제 야리가다케와 작별하는 순간이다. 남으로는 멀리 중앙알프스와 남알프스도 보인다.

다시 다케사와 산장까지는 2시간 정도 가파르게 내려가야 한다. 가미코지가 보이고 바로 밑에 빨간 지붕의 산장이 보이기 때문에 서두르기 쉬워 안전사고가 자주 일어난다고 한다. 그래서 '넘어질 우려가 많은 길'이라고 적힌 경고판을 설치했다. 3일간 계속된 산행으로 다리가 풀리기 쉽기 때문이다.

기미코타이라에서 본 북알프스 남쪽 방향. 가미고치와 우측으로 화산 연기가 하얗게 피어오르는 야케다케가 보인다.

다케사와 산장에서 맛이 일품인 카레라이스로 점심을 먹었다. 이제부터는 경쾌한 발걸음이다. 이윽고 갓바교. 다리에서 호다카 연봉이 아련하게 보였다. 그리고 다시 3개의 터널을 빠져 나갔다. 터널 위로 야케다케의 화산 연기가 피어올랐다.

일본 북알프스 야리호다케 종주 안내

일본 북알프스의 정식 명칭은 히다산맥. 남북으로 약 105km, 동서로 약 30km에 달하는 일본 최대의 산맥이다. 또한 일본을 대표하는 고산이 솟아 있으며, '일본 100명산'만 해도 15개가 있다. 북알프스 중에서도 남부에 해당하는 야리호다케 종주는 일본의 5위봉 야리가다케(3180m)와 3위봉 오쿠호다카다케(3190m)를 잇는 구간이다. 이 봉우리 사이에는 일본의 3000m급 봉우리 총 21개 중 8개가 있다. 이 연봉을 차례로 오르면서 보이는 조망은 멀리 북쪽으로 다테야마 및 시로우마다케가, 남쪽으로 야케다케 및 노리쿠라다케가 한눈에 보여 북알프스의 엑기스라 할 수 있다. 더구나 능선의 암벽 구간 다이기레토는 전문등반이 아닌 트레킹 코스 중에서 난이도가 세계 제일이라고 단언할 수 있을 정도다. 이런 점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인기가 높다. 산행 일정은 3일이나 일본을 오가는 시간을 포함하면 4박5일을 잡아야 한다.

나고야 중부국제공항에서 가미고치 가는 방법은 공항에서 나고야 역까지는 전철을 이용한다. 요금은 850엔, 30분 정도 걸린다. 나고야 역에서 마쓰모토까지 교통은 JR로 요금은 2410엔, 2시간. 그리고 마쓰모토에서 신시마지마까지는 전철, 신지마지마에서 가미고치는 버스로 환승한다. 2400엔, 1시간50분 정도 걸린다.

산행1일 총 22km 10시간 소요

가미코지~(1시간)~묘진 산장~(1시간)~도쿠사와 산장~(1시간)~요코오 산장~(1시간30분)~야리사와 산장(점심·2시간 40분)~텐구바라 분기점~(1시간30분)~보즈 동굴~(1시간20분)~야리가다케 산장

산행2일 9km 9시간 소요

야리가다케 산장~(3시간)~미나미다케 산장~(다이기레토 구간 3시간30분)~기타호다케 산장(점심·2시간 30분)~호다카 산장

산행3일 9km 7시간 소요

호다카 산장~(50분)~오쿠호다카다케~(1시간30분)~기미코타이라~(50분)~마에호다카다케 왕복~(2시간)~다케사와 산장(점심·1시간50분)~가미고치

글 사진 김동규 경희대 산악부 OB / webmaster@outdoo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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