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 일본 최고 영웅이 몰래 먹었던 불고기와 김치

2013. 12. 26.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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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이 있는 맛집]양념과 불맛의 밸런스 뛰어나 <풍미연갈비>

일본인의 영웅이 된 이방인 역도산1950년대 누가 뭐라 해도 일본 최고 영웅은 '리키도잔'이었다. 패전의 굴욕과 상실감을 가슴 속 깊이 파묻은 일본인들에게 리키도잔의 등장은 삶의 일부이자 활력소였다. 거구의 서양 레슬러들을 일본 무술 가라테 &#52617으로 제압하는 위풍당당한 리키도잔은 특히 미국 콤플렉스를 안고 있는 일본인들에게 무한한 대리만족을 주었다.

리키도잔, 역도산 그는 한국인이다. 함경도 출신의 김신락이 역도산의 본명이다. 어렸을 때 남다르게 덩치가 컸던 김신락은 홀홀 단신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 전통 씨름 스모계에 입문했다. 랭킹 3위인 세키와키까지 올라갈 정도로 그의 실력은 성장했다. 그러나 보수적인 일본 스모계는 조선 청년에게 넘을 수 없는 벽이었다. 스모 최고의 지위인 요코즈나는 김신락이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이룰 수 없는 꿈이었다. 이방인이었기 때문이다.

스모를 포기한 역도산은 프로레슬링을 선택했다. 미국으로 건너가서 프로레슬링을 배운 역도산은 1951년 일본으로 돌아오면서 프로레슬링을 일본에 전파했다. 프로레슬링은 스모보다 훨씬 재미있었다. 대중의 관심은 순식간에 레슬링으로 집중했다. 한국에서도 1960년대 김일 선수 레슬링을 보려고 동네에 텔레비전이 있는 집은 아이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역도산은 일본 프로레슬링의 명실상부한 정상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김신락은 외로웠다. 사람들 앞에서는 자신의 모국어인 한국말을 할 수 없었다. 새벽 1시가 넘은 야밤에 고향 친구의 불고기집(야키니쿠)에 몰래 찾아가 불고기와 김치를 마음껏 먹고 친구와 고향에 대해 이야기 나누곤 했다. 평소에는 마늘 냄새를 철저히 배제했고 한국에서 건너온 김일 등 한국인 제자들을 특히 더 혹독하게 다루었던 역도산이었다.

역도산도 즐겨 먹었을 한우숯불불고기고향 친구 진명근의 '콘고엔(金剛苑)'이라는 불고기집에서는 아리랑이나 도라지 등 고향 노래를 나지막이 부르곤 했다. 그 때 기억을 진명근의 일본인 아내 이마모토 씨는 정확히 기억하고 있고 아리랑의 가사도 그대로 잊지 않고 있다고 한다. 친구와 불고기, 김치를 먹으면서 시간을 보낼 때 역도산은 김신락으로 돌아왔다. 그는 종종 밤에 몰래 니카타항에 가서 고향으로 가는 배를 바라보고는 했다고 한다.

1963년 한국 정부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했을 때도 역도산은 일화를 남겼다. 추운 겨울날 판문점에서 북측을 바라보더니 갑자기 상의를 벗고 완전히 알몸이 되어 괴성을 질렀다고 한다. 다시는 못 갈 고향 땅이 그리워서인지, 분단의 아픔 때문이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역도산의 내면에는 한민족이라는 정체성이 존재했다. 고향에 두고 온 부모와 형제를 그리워했다. 북한에는 조혼으로 태어난 딸도 있었다. 일본에서 외적으로 영웅이지만 내면은 이방인이다.

그 역도산이 고향을 추억하며 남몰래 즐겨 먹었던 불고기를 간만에 먹었다. 의정부 호원동의 <풍미연갈비>에서였다. 설렁탕(탕반)과 적(구이)을 같이 제공하는 이른바 '한식탕적(韓食湯炙)' 콘셉트를 추구하는 집이다. 이 집 한우숯불불고기(200g 1만5000원)는 한우 목심을 사용한다. 양념은 최근 트렌드인 즉석식이다. 불고기의 양념이 강하지 않고 은은하다.

참숯으로 구워 불고기에서 불맛이 난다. 업소 입장에서는 시설과 인건비 등 불리한 요소가 있지만 숯불불고기는 전골식 불고기보다 손님이 체감하는 흡인력이 훨씬 강하다. 오픈 한지 얼마 안 되었는데 불고기에 대한 반응이 생각 외로 좋다고 한다. 적당한 양념과 불맛의 밸런스가 그 힘이다. 찬류는 최근의 고깃집 반찬 트렌드인 장아찌 위주로 구성했다.

냉면 같은 메밀막국수와 상품력 뛰어난 한돈프리미엄수제갈비후식으로 주문한 메밀막국수(4000원) 육수는 풍미가 아주 뛰어났다. 한우 육수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설렁탕 전문점을 운영하니 한우 육수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메밀 함유량 40% 정도의 면으로 냉면의 느낌을 내줬다. 오히려 평이한 냉면보다 분명한 매력이 있었다. 불고기를 막국수에 곁들여 먹었다. 마치 불고기를 먹으면서 평양냉면을 먹는 느낌과 다소 비슷했다.

숯불불고기와 메밀막국수, 선육후면의 조합이 아주 괜찮았다. 2만원 미만의 가격으로 한우 고기를 먹고 막국수로 마무리할 수 있다는 점이 만족스러웠다. 국내산 한돈으로 제공하는 한돈프리미엄수제갈비(230g 1만3000원)는 이 집에서 고객이 가장 선호하는 메뉴다. 좋은 원육과 은은한 양념 등 최근 돼지갈비 트렌드에 맞췄다. 주인장이 의정부 시내에서는 가장 상품력이 우수한 돼지갈비임을 자부한다. 찬류 구성도 깔끔해 세미 한정식으로 여성 고객에게 호평을 받는다.

<풍미연갈비> 경기도 의정부시 호원동 435-2 (031)855-4754 주차가능

글·사진 김현수 외식콘셉트 기획자(blog.naver.com/tabula9548)외식 관련 문화 사업과 외식업 컨설팅에 다년간 몸담고 있는 외식콘셉트 기획자다. '스토리텔링이 있는 맛집'은 대부분 사전 취재 없이 일상적인 음식점 방문으로 콘텐츠를 작성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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