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영어 강사 구인 때 "백인만" 인종차별 못 고친 한국사회
한국에서 일할 외국인 영어강사를 구하는 해외 사이트 채용 공고에서 '백인 구함' 같은 인종차별적 문구가 버젓이 쓰이고 있다. 전 세계가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의 타계를 추모하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재선을 하는 시대지만 한국 사회에서 흑인은 여전히 차별받고 있다.
25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korea4home' 등 외국인들을 위한 한국 일자리가 공고되는 외국 사이트 여러 곳에 올라온 원어민 영어강사 채용 게시물에서 'white person only(백인만 가능)', 'white people wanted(백인 구함)' 등의 인종차별적 내용의 글이 다수 확인됐다.
심지어 공립 초등학교의 방과후 프로그램 영어강사를 구한다는 채용 공고 제목에도 '백인 구함'이라는 문구가 들어 있었다. 서울, 인천 등의 학원 영어강사 구인글에는 'white person only(백인만 가능)'라는 말이 포함돼 있다. 이 중 한 곳으로 실제 전화를 걸어 일자리 문의를 해보니 "흑인은 안된다"는 답이 돌아왔다.
한국의 영어 원어민 강사는 시급 2만~4만원 수준으로 임금이 높아 우리나라에 체류하려는 영어권 외국인들이 선호하는 일자리다. 그러나 한국에 체류 중인 영어권 국가 출신 흑인 ㄱ씨는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는 "같은 흑인이더라도 미국이나 영국 출신이면 사정이 더 나은데, 아프리카 대륙 출신이라는 걸 밝혔다가 채용이 취소된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이후 구직 시 애초부터 국적과 인종을 밝혀온 ㄱ씨는 일자리를 아직 찾지 못했다.
외신이나 외국인 커뮤니티에서는 한국의 영어강사 인종과 국적 차별에 대한 지적이 지속돼왔다. 최근 한 외국인 커뮤니티의 인종차별 관련 게시판에는 'Seriously Korea?(한국이 진짜 이렇다고?)'라는 제목으로 위 같은 '백인 선호' 구인 공고를 캡처한 글이 올라왔다. 이 글에는 "영어 원어민인 내 친구도 백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영어강사 자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는 등 한국 사회를 비판하는 이야기와 불쾌함을 표시하는 댓글들이 달렸다.
한국에서 영어강사를 하고 싶어하는 외국인에게 임금 정보를 제공하는 외국 사이트들은 "백인이고 미국인이나 캐나다인일 경우 유리하다"고 소개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한 영어강사 구인글에는 '우리는 피부색을 신경쓰지 않습니다'라는 해명 아닌 해명이 붙어 있기도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초등학교의 방과후 프로그램 교사 모집은 일선 학교나 학교가 위탁한 대행업체가 맡는다"며 "정부 지침으로 백인 강사를 선호하는 일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김여란 기자 pee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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