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法, 결국 해 넘길 듯
부동산 경기를 살리기 위해 꼭 필요한 정책 중 하나로 꼽혔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重課) 폐지'가 국회의 벽에 막혀 올해 처리가 사실상 어렵게 됐다.
연말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데다 철도 파업 등 현안을 둘러싸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막판 타결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다주택자가 집을 팔 때 무거운 세금을 부과하는 이 제도는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적용하지 않고 있다. 이 제도를 폐지하는 법률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내년부터는 양도세 중과가 시작돼 부동산 시장에 커다란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25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방안을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과 분양가 상한제 탄력 운영을 담은 주택법 개정안이 해당 국회 상임위원회 소위원회도 통과하지 못했다"며 "올해 중 처리는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소득세법 개정안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에, 주택법 개정안은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소위에 상정돼 있다. 개정안이 해당 상임위를 통과한 뒤 다시 법사위 검토와 국회 본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는 절차를 감안하면 올해 처리는 일정상 어렵다는 것이다.
2004년 도입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제도는 2주택 이상 보유자가 집을 팔 때 양도 차익의 50%(3주택 이상은 60%)를 세금으로 물리는 제도다. 하지만 2009년부터 올해 말까지 제도 적용이 한시적으로 미뤄져 일반 세율(6~38%)이 적용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4·1 부동산 대책 발표 때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는 조속히 폐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이어 새누리당 나성린 의원이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야당 반대에 부딪혀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 신축 운영도 재개발·재건축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지만 야당은 주택 가격 인상을 초래할 것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명지대 이상영 교수(부동산학과)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는 부동산 투기가 심했던 시기에 도입됐던 한마디로 '과거의 법률'"이라며 "이제 현실 상황에 맞게 바꿔줘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적으로도 우리나라와 같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는 찾아볼 수 없다. OECD 주요 국가들은 주택 소유자가 집을 팔 때 종합소득세만 부과할 뿐 우리나라처럼 징벌적 성격의 세금은 부과하지 않는다.
부동산 시장에선 취득세 영구 인하와 수직 증축 리모델링 허용 등으로 부동산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싹트고 있는 상황에서 양도세 중과가 시작되면 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양도세 중과 유예는 매년 연장돼 오던 것이고, 사람들은 그에 맞는 기대를 하고 주택 거래를 하고 있다"며 "만약 내년에 과세가 시작된다면 시장에 큰 '쇼크'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와 부동산 업계에선 양도세 중과 폐지가 어렵다면 적어도 중과를 유예하는 방안이라도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27일 국회 기재위 전체회의가 남아 있어 유예만이라도 연장시켰으면 하는 마지막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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