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X파일] 비수기 주택시장의 이상 급등 왜?

2013. 12. 19.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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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주택시장에서 12월은 연중 아파트 거래량이 가장 적고 집값도 하락하는 비수기로 통합니다. 국민은행이 조사한 1986년부터 2012년까지 27년간 전국 평균 월별 주택가격 변동률 자료에 따르면 12월은 1년 중 유일하게 마이너스 변동률(-0.02%)을 기록한 달입니다. 하지만 올해 분위기는 조금 다를 것 같네요.

19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10~16일 주간 전국 아파트값은 0.08% 올라 16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눈여겨볼 지역은 서울인데요. 이 기간 0.06% 뛰어 전주대비 0.04%포인트 올랐습니다. 서울 아파트값은 비수기에 접어든 11월 하반기부터 3주 연속 내리막길을 걸었는데, 지난주부터 느닷없이 0.02% 상승 반전했네요.

자세히 보니 강북이 오름세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전주(0.08%) 보다 0.02%포인트 높은 0.10%나 뛰었습니다. 이는 최근 8주 만에 가장 큰 상승폭입니다. 강남도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전주(-0.03%)까지 4주 연속 하락하다가 갑자기 0.03%로 상승으로 돌아섰습니다.

주택시장 비수기에 아파트값이 오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무래도 지난 3일 정부가 발표한 '4.1 및 8.28부동산 대책 후속조치'의 영향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정부 발표 직후부터 아파트값이 상승세로 돌아섰고, 지금 상황에서 정책 변수 외에 집값이 뛸 다른 요인이 없기 때문입니다.

시장에서는 무엇보다 1%대 초저금리의 '로또' 대출로 통하는 '공유형 모기지'(집값 변동에 따른 손익을 정부와 나누는 장기주택담보대출)의 영향력이 크다고 봅니다. 정부는 이번에 공유형 모기지를 지난 시범사업 때 3000가구보다 5배 많은 1만5000가구로 확대하기로 했죠.

국토부에 따르면 당장 일주일 사이에 1300여건의 대출 신청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사이 대출 심사가 끝나고 승인이 떨어져 통보를 한 건수도 500여건이 넘었다네요. 우리은행 관계자는 "비수기인 12월 주택 담보대출이 늘어날리 없는데 올해 분위기는 많이 다르다"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사실 1만5000채의 주택을 살 수 있도록 공유형 모기지를 제공하는 건 작은 규모가 아닙니다. 서울시에서 한 달간 일어나는 주택거래 건수는 평균 5000건이 안됩니다. 세달간 거래되는 물량만큼 초저금리 대출을 주겠다는 계획이니 시장이 들썩들썩 할 수 있는 겁니다.

그런데 12월은 '양도소득세 5년 면제'와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에 대한 취득세 면제' 등의 세제 혜택이 끝나는 달입니다. 전세난에 시달리던 무주택 서민이라면 올해 내에 저리에 집을 사고 취득세 및 양도세 혜택을 노려보면 어떨까 하는 유혹에 시달릴 수 있는 상황이겠죠.

대외 여건도 좋습니다. 최근 국회에서 그동안 미뤄왔던 '취득세율 영구 인하'와 '수직증축 리모델링' 관련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취득세 영구인하로 지난 몇 개월간 취득세 적용 여부가 불확실해 거래를 미루던 사람들이 움직일 수 있게 됐고, 수직증축 리모델링 허용으로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수도권 아파트 단지들이 다시 사업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습니다. 경기도 분당 등 리모델링 대상 아파트 주변 중개업소에는 벌써부터 시세를 묻는 전화가 늘어나고 집주인 호가(부르는 값)도 뛰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분위기가 내년에도 이어지기를 바라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1000조원이상인 가계 부채 문제나 국내외 경기 상황 등이 여전히 좋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금 주택시장은 실수요자들이 집을 사기 좋은 여건이 형성됐습니다. 물가 상승률보다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고, 세금 혜택도 집중돼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국내외 경기 여건과 주택수급 동향 등을 고려했을 때 내년까지 주택시장 활기가 계속 이어질 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겠습니다. 분위기에 따른 주택 매수는 꺼리는 게 좋겠습니다." 김덕례 주택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의 조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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