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ize] < EXO's 쇼타임 >부터 <위너 TV>까지, 아이돌 리얼리티 평가서

한여울 기자 2013. 12. 18.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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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한여울기자][편집자주] '아이돌 세계의 속사정을 보여준다.', '신인 가수가 데뷔를 준비하는 과정을 그린다.' 아이돌 리얼리티의 기획 의도는 보통 이렇지만, 프로그램이 이 목표만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아이돌 리얼리티는 아이돌이 무대와 다른 매력으로 팬들과 소통하며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꼭 얻어야 할 필수 아이템처럼 여겨진다. 이미 인기를 얻은 그룹부터 데뷔도 하지 않은 연습생까지, 아이돌 리얼리티의 출연자층이 넓어지는 것도 이 아이템의 효과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 아이즈 > 는 각기 다른 콘셉트로 방영되고 있는 다섯 개의 아이돌 리얼리티가 어떻게, 얼마큼 제대로 위력을 발휘하는지 평가했다. 평가 항목 또한 리얼리티의 효과에 집중해, 시청자에게 매력 발견 입구가 되어주는 '캐릭터'와 갖가지 정보를 전달해 인물에 대한 이해도와 관심을 높여주는 '떡밥', 팬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는 '팬서비스', 각 프로그램 속에서 강조되는 이미지인 '우린 OOO'로 마련했다. 현재의 아이돌 리얼리티가 얼마나 아이돌에게 중요한지 조금은 더 구체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Mnet < 위너 TV > - 리얼리티는 리얼리티로 잊는 것임을

콘셉트: 신인 그룹 위너가 데뷔하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리얼리티쇼

캐릭터: 카메라는 거들 뿐. 리얼리티쇼의 정석을 따른 첫 회 구성은 멤버들에게 이전 리얼리티 프로그램인 < WIN > 에서 만들어진 것과는 다른 캐릭터를 의외로 쉽게 안겨줬다. VJ들과 숙소에 설치된 카메라는 빅뱅의 일본 돔 투어 오프닝을 준비하는 멤버들의 일상을 담을 뿐이다. 하지만 캐리어에 '파병이'란 이름을 붙이는 송민호와 공항 패션을 유난히 신경 쓰는 강승윤을 자연스럽게 포착한다. 멤버들 간의 '케미'도 이러한 구성 안에서 만들어졌다. 바쁘게 녹음을 하는 보컬 라인과 옆에서 장난스럽게 노는 래퍼 라인의 캐릭터는 벌써 잡혔다. 같이 방을 쓰며 어색해하는 강승윤과 남태현을 강조하는 등 멤버들끼리의 캐릭터도 더 발전될 수 있음을 예고했다. 첫 회에 캐릭터만으로도 다음을 기대하게 만들었으니 리얼리티쇼의 힘을 그대로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떡밥: < WIN > 을 보지 않은 시청자도 쉽게 다가갈 수 있을 만큼의 기본적이고 세세한 정보는 없다. 하지만 멤버들이 직접 프로그램의 타이틀곡을 작업한다는 것과 보컬, 래퍼 라인을 대략적으로 보여줘 관심을 끌었다. 돔 투어 무대에서 지적을 받고 수정해가는 모습도 앞으로의 성장 서사를 위한 신호탄으로, 신인 그룹에 대한 호기심을 주는 데에는 성공한 듯싶다.

우린 즐거움: "위너, 이제 시작이니까요." 송민호가 수줍게, 하지만 자신감 있게 남긴 이 말은 < 위너 TV > 의 정서를 보여준다. 긴장감이 맴돌 수밖에 없었던 < WIN > 과 달리 재미있게 놀고 장난치는 멤버들의 모습은 데뷔를 앞둔 신인의 풋풋함과 어울려, 보는 이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었다. 틈틈이 멤버들을 놀리는 자막도 이러한 분위기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

팬서비스: 한 회에 얼마나 많은 캡처와 움짤 포인트를 팬들에게 던져준 건가. 카메라는 멤버들의 여권 사진은 물론 남태현의 알몸과 요염한 자세, 입을 벌리고 자는 멤버들 모습까지 남기며 제 소임을 다했다. 카메라 바로 앞에서 텔레파시를 쏘는 송민호처럼 알아서 팬서비스에 충실한 멤버들이 있다는 것도 < 위너 TV > 의 바람직한 요소라 할 수 있겠다.

MBC 에브리원 < EXO's 쇼타임 > - 단순하지만 초반부터 효과 만점

콘셉트: 시청자가 직접 보낸 궁금증을 EXO가 답하며 알려주는 리얼리티쇼

캐릭터: 말 한마디, 표정 하나하나에서 캐릭터가 쏟아졌다. 팬들이 궁금한 점을 묻고 그에 대한 답을 EXO의 일상으로 보여주는 구성은 어느 것 하나 특별할 게 없다. 하지만 데뷔 2년 만에 첫 리얼리티에 출연하는 멤버들에 대한 궁금증이 넘쳐나는 팬들에게는 가장 직접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구성이었다. 상황을 모두 친절하게, 재미있게 설명하려는 자막은 그래서 사실 꼭 필요하진 않다. 팬들이 알아서 멤버들을 해석하고 그들에게 캐릭터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EXO 24시 그 후?' 편에서도 차도남이지만 파절임은 흡입하는 크리스와 떡볶이도 아이처럼 받아먹는 타오는 물론 혼자 영화 보며 잘 노는 디오 등 카메라가 그들의 일상을 담는 것만으로도 멤버들의 캐릭터는 팬들에게 강하게, 새롭게 꽂혔다. 최소한의 투입으로 최대의 결과를 얻은 성공적인 출발이라 할 만하다.

떡밥: 멤버들에 대한 사소한 정보가 무대가 아닌 일상에서 틈틈이 나옴으로써 이미 정보를 알고 있는 팬들은 물론 일반 시청자도 EXO에게 좀 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 막창을 좋아하는 멤버들, 수호가 키우는 강아지 이름 등도 특별한 코너 없이 멤버들의 일상에서 나와 자연스럽게 전달됐다.

우린 아이돌: 아무리 홍대에서 막창을 먹어도 스타일은 포기하지 않는다. 멀리서도 포착될 것 같은 크리스의 모자만큼이나 스케줄이 끝나면 여유롭게 강아지와 산책을 하고 멤버들과 한강에서 자전거를 타는 화기애애한 멤버들의 모습은 예쁘게 그려진 '아이돌' 자체다. 친근하면서도 팬들의 환상을 깨지 않는, 전략 아닌 전략인 셈이다.

팬서비스: 다양한 각도에서 촬영된 컷과 잦은 클로즈업, 12명의 멤버들을 고르게 담은 카메라는 캡처와 움짤을 준비하고 있는 팬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있다. 특히 첫 회에서부터 멤버 전원에게 윙크를 주문하고 영화 보며 나초를 먹는 디오의 입을 포착하는 것을 보면, 팬들이 왜 이 리얼리티에 열광하는지 알 수 있다.

tvN < 청담동 111 > - 욕심은 많지만 아직은 반타작

콘셉트: 아이돌 세계를 FNC엔터테인먼트(이하 FNC) 오피스 라이프로 보여주는 리얼드라마

캐릭터: FT아일랜드와 씨엔블루는 물론 한성호 대표까지 FNC의 모든 구성원, 심지어 회사까지도 캐릭터를 얻었다. 이는 '스캔들 대응하기'처럼 매주 새롭게 정해지는 주제를 그에 맞는 FNC 구성원의 일상으로 보여주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첫 회의 주제를 어느 회사에서나 있을 법한 갑을 관계로 정한 것이 영리한 이유다. 데뷔하고 5년 만에 처음 돈을 받았다고 대표 앞에서 외칠 수 있는 '슈퍼 을' 이홍기와, 지금은 쉬고 있지만 팀 내 실세인 정용화에게 깨알같이 아부하는 이정신의 새로운 매력을 어디서 또 볼 수 있겠는가. 다만 연습생들은 기본적인 소개만으로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없음은 기억해야 한다.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연습생들의 풋풋함 외에 어떤 캐릭터를 보여줄 수 있는지 고민하지 않는다면, 그들에게 이 리얼리티는 지우고 싶은 과거 영상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떡밥: 용화가 드라마 주연을 맡고 민혁이 야구를 좋아한다는 것처럼, 기존 팬들은 외울 만한 정보가 가수들의 일상 대화와 친절한 자막으로 전달된다. 팬뿐만 아니라 아이돌 세계에 관심을 갖고 프로그램을 보게 된 일반 대중에게 FNC 가수들을 어필하는 것도 이 리얼리티의 중요한 포인트인 것이다. 전달 방식이 단순하고 설정인 것도 보이지만, 제 기능에는 충실했다.

우린 뮤지션: 대표의 차를 빌려 간 홍기 때문에 한바탕 소동을 벌인 FT아일랜드도, 틈만 나면 숙소에서 게임 하는 씨엔블루도 오피스 라이프란 점을 활용해 연습생 멘토링 에피소드에서 아티스트의 모습을 보여준다. 발성법을 직접 보여주는 홍기, 스파르타식으로 드럼 스트로크를 가르치는 강민혁의 능숙함에 어느 순간 설레는 것은 물론 뮤지션의 모습도 다시 보게 됐다.

팬서비스: 민낯과 침대에 누운 모습은 공개하지 않는다. 하지만 풀 메이크업으로 단장한 가수들과 연습생은 클로즈업 없이도 캡처 본능을 자극한다. 특히 눈동자만 굴리며 게임에 집중하는 종현과 크리스탈 때문에 부끄러워하는 민혁이의 볼터치 CG는 팬들에게 바로 저장감이다.

< 빅스 TV > - 가랑비에 옷 젖듯, 팬덤을 공고히 다져온 강한 힘

콘셉트: 매주 화요일 밤 9시 빅스가 직접 자신들의 최신 소식을 전하는 영상

캐릭터: 티끌 모아 태산이다. 3~4분짜리 < 빅스 TV > 를 모두 모으면 멤버들의 캐릭터가 쌓인다. 영상은 별다른 형식 없이 데뷔 때부터 멤버들이 직접 빅스의 소식을 전하는 것으로 구성돼 있어 각자의 매력을 단번에 볼 수는 없다. 하지만 때로는 '레오의 축구교실', 초반 < 빅스 TV > 에 잘 나오지 않았던 멤버 혁을 소개하는 '혁이 탐구생활', 메인 진행자가 아닌 켄이 방송하는 '켄 TV' 등 다양한 형식이 시도되어 지루하지 않게 멤버 모두의 캐릭터가 쌓일 수 있었다. 점점 방송에 익숙해지는 멤버들을 보는 맛도 무시할 수 없지만, '빅스티비망해라아디다스나이키'처럼 전설의 유행어도 탄생했으니 < 빅스 TV > 는 팬덤 굳히기의 일등공신이라 할 수 있다.

떡밥: 근황을 정리하고 대놓고 홍보하는 단순한 포맷이지만, 의외로 흥미로운 접근이 가능하다. 켄이 신곡 이야기를 하다가 혁이 음원을 틀고 갑자기 라이브를 요청한 77편도 "원래 뭐 없는" '켄 TV'로 전달했기 때문에 무리가 없었다. 정신없는 진행 속에서 'Secret Night'의 작사, 작곡을 라비가 했다는 점은 분명히 전달됐으니, 무형식 방송의 힘을 제대로 활용한 셈이다.

우린 실력파: 데뷔 초쯤, < 빅스 TV > 에서 보여준 멤버들의 노래 실력은 신인이었던 빅스를 유심히 보게 했다. 특히 방송의 작은 코너였던 '레오의 음악도시'는 나윤권의 '나였으면', '뒷모습' 등을 통해 메인 보컬로서의 레오를 확실히 어필했다. 리얼리티에서 아이돌의 사생활과 재미있게 노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뿐 아니라 가수라는 본래의 모습도 진지하게 강조한 예다.

팬서비스: 조용히 있던 홍빈이 자신에게 기대자 라비는 홍빈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말이 없던 레오가 부상 후 편지를 남긴다. 멤버들이 알아서 움짤 거리와 팬들이 감동할 소스를 주지만, 과하지 않은 효과 또한 이를 적절하게 강조한다. 다만 오그라드는 로빅의 자막은 어느 정도 자제해도 좋겠다.

< A-JAX 야간식당 > - 캐릭터를 만든 것만으로도 기특기특

콘셉트: 세 팀으로 나눠 야식 요리 대결을 펼치는 프로젝트로, 매주 화요일 밤 10시 팬카페에 공개

캐릭터: KBS < 해피투게더 3 > 의 '야간매점'을 패러디한 < A-JAX 야간식당 > 은 멤버들의 캐릭터를 낳았다. < A-JAX의 능구렁이 육아일기 > 와 달리 요리 대결이라는 형식이 마련되자 평소 적극적이던 리더 형곤 외에도 전문가처럼 요리에 접근하다가 다소 가벼운 말투를 시전한 허당 윤영, 형들이 몰아가도 눈이 휘어질 듯 웃는 '함막내' 승진 등 여러 멤버들의 캐릭터가 형성된 것이다. 요리 도구도 알음알음 자체적으로 준비하는 듯하며 프로그램 이름도 보드에 손으로 써야 하는 열악한 상황이지만, 방송 3회 만에 거둔 효과로서는 고무적이다.

떡밥: 데뷔 후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에이젝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멤버들의 기본 정보를 확실히 알리는 것이다. '막내 라인', '삼색 패션의 철학을 가진 리더'처럼 요리 대결을 하며 자연스레 반복돼 부각되는 정보는 멤버들의 이름과 얼굴, 개성을 연결시켜 보는 사람이 멤버들을 오래 기억할 수 있도록 한다. MBC < 무한도전 > 의 자막 스타일이 남발되는 등 디테일한 요소를 평가하는 게 아직은 중요하지 않은 이유다.

우린 친근함: '야간매점'의 틀과 < 무한도전 > 의 자막 등 유명 예능 프로그램의 느낌을 가져왔다. 자막에서도 나왔듯, 제자리에서 뛰는 멤버들을 합성해 화면을 전환하는 '90년대식 진행'이 전면에 드러난다. 이는 사무실의 하나로 추정되는 공간에서 투닥투닥 그러나 무조건 열심히 야식을 만드는 멤버들을 풋풋하고 친근하게 만들어주는 지점이다. 아직은 신인의 티를 벗지 못한 멤버들이 매력을 보여주기에는 나쁘지 않은 이미지인 듯하다.

팬서비스: 멤버들이 매력을 던져줘도 왜 잡지를 못할까. 승민이가 카메라를 보고 환하게 웃는데, 윤영이가 의욕적으로 요리를 하다가 쉽게 '멘붕'에 빠지는 귀여운 장면이 나오는데도 이 순간을 강조할 클로즈업이나 효과가 거의 없다. 종종 활용되는 줌을 더 영리하게 쓸 필요가 있다. 멤버들보다 멤버들이 만든 요리 '힝 속았지 피자아니전'과 심사위원이 더 제대로 된 원샷을 받는 것은 아닌가 봉가.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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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한여울기자 fi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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