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주택시장 '힘겨운 봄'
[동아일보]
#1. "하루 한두 통도 오지 않던 매매 상담 전화가 지난주부터 10여 통으로 늘었습니다. 가격이 더 뛸 거라는 기대감에 1주일 새 급매물이 싹 사라졌네요." 15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일대. 느티마을 공무원 3·4단지, 한솔주공 5단지, 정든우성 등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아파트 단지가 몰려 있는 이곳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이렇게 전했다.
수직증축 리모델링 관련 법안이 통과되면서 부동산 시장에 온기가 돌고 있는 것이다. 벌써 일부 단지는 매매가가 1000만 원 이상 뛴 상황. J공인의 안모 대표는 "리모델링 추진 단지에 관심을 갖는 수요자는 많은데 집주인들이 벌써부터 호가를 올리다 보니 아직 관망하는 분위기가 크다"며 "리모델링 사업이 본격화되면 거래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2. 서울 강남구 최대 재건축 단지로 꼽히는 개포주공아파트 일대. 지난달 7억7500만 원대에 거래됐던 1단지 50m²는 이달 초 7억9500만 원에 매매가 이뤄졌다. 다른 단지도 호가가 2000만 원씩 뛰었다. '4·1 부동산 대책'에 따라 연말까지 1주택자가 파는 집을 사면 양도소득세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이런 매물을 찾는 막바지 수요가 몰린 것이다.
하지만 이달 중순경부터 가격 움직임도, 거래도 다시 주춤해졌다. 채은희 개포부동산 대표는 "내년부터 4·1 대책의 양도세 면제 혜택이 없어지고 현재 한시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조치마저 사라지면 집값이 더 떨어질 거라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수개월간 표류했던 취득세 영구 인하와 수직증축 리모델링 허용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부동산 시장에 기대감이 감돈다. 하지만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분양가 상한제 탄력 적용 같은 핵심 쟁점 법안들이 시행되지 않아 '반짝 활기'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2·3 부동산 후속 조치' 등에 힘입어 전국 아파트 매매가는 9일 기준으로 전주보다 0.09% 오르며 15주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올 들어 최장 기간 전국 아파트 값 상승이다. 여기에다 취득세 영구 인하, 수직증축 리모델링 허용 법안 통과가 맞물리면서 서울 아파트 매매가도 5주 만에 하락세를 벗어났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0.01%의 하락세를 이어가던 서울 아파트 값은 13일 기준 보합세를 보였다. 특히 지은 지 15년이 넘어 리모델링이 가능한 노후 아파트가 밀집한 경기 분당과 평촌은 0.01%씩 올랐다.
하지만 리모델링 규제 완화는 특정 단지들만 혜택을 받는 데다 취득세 영구 인하도 시장에서 어느 정도 기정사실화됐던 상황이라 전반적인 시장 상승세로 이어지는 데 한계가 있는 모습이다. 정자동의 유시희 중앙공인 대표는 "같은 정자동이라도 리모델링과 관계없는 단지들은 움직임이 없다"며 "취득세 인하의 경우 한시 감면 때는 혜택이 끝나기 전에 급하게 거래하는 수요자가 많았는데 영구 인하된다고 하니 그런 움직임이 없다"고 말했다.
취득세 영구 인하와 관련해서는 지역별로 온도차가 엇갈리고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M공인의 정모 대표는 "6억 원 넘는 주택은 상반기 한시 감면 때보다 오히려 세율이 높다"며 "정책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6억 원 이상 주택이 많은 강남권에서는 취득세 영구 인하에 따른 영향이 거의 없다"고 전했다.
강남권과 다주택자들은 당장 올해 말로 종료되는 양도세 중과 유예 조치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4년 넘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법안이 올해도 민주당의 반대로 접점을 찾지 못한 상황에서 이대로 해를 넘길 경우 당장 내년 1월 1일부터 2주택자는 50%, 3주택 이상은 60%의 중과세율을 적용받는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일부 법안이 처리됐지만 계절적 비수기와 맞물려 가격 반등에는 힘이 부치는 모습"이라며 "국회 계류 중인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같은 법안이 통과돼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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