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의 '종편출범 2년' 자화자찬 보도, 허점에 궤변 투성

2013. 12. 13.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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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기사 통해 '보도채널 편성' 정당화에 방송산업 발전 '강변'까지…잦은 심의제재 등 불리한 내용은 없어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조선일보가 지난 3일과 12일 종합편성채널 출범 2년을 맞아 기획기사를 내놨다. 종편출범의 성과와 방송계에 미친 영향을 어떻게든 호평하기 위해 노력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종편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는 있다. 하지만 왜곡이 많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조선일보는 우선 종편의 성과로 "지상파가 만들어놓은 장르별 편성표를 벗어난 장르의 다양성"을 꼽았다. 쉽게 말해 지상파3사 시절에는 특정 시간에 드라마만 보고 뉴스만 봐야 했는데, 지금은 선택의 폭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종편출범으로 "지상파의 독과점 체제가 훼손했던 시청자의 볼 권리가 되살아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종편 출범으로 시청자 볼 권리가 살아났다고 하기에는 기존 케이블채널의 강세가 수년 전부터 존재해왔다. 케이블의 수십여 개 채널은 지상파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양한 편성전략을 펼쳤고, 20~30대를 중심으로 그 효과가 드러나고 있다. 지상파 채널시청률이 완만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 그 예다. 그렇다면 케이블 없이 의무 재송신채널만 보는 가구입장에선 다양해진 걸까.

▲ 조선일보 12월 3일자 6면 기사.

종편의 편성전략은 종편 스스로 밝혔듯이 지상파와의 차별화다. 동시 경쟁 할 경우 시청률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려워서다. 조선일보는 구체적으로 "평일 낮 시간대 1~5시, 숨어 있던 시청자의 볼 권리가 살아났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지상파가 버린 시간대를 값싼 제작비로 활용한 결과일 뿐 '볼 권리'와는 큰 상관관계가 없다. 종편이 해당시간대에 집중 편성한 시사·보도프로그램의 경우 이미 YTN 등 24시간 보도채널을 통해 소비가 가능했다.

종편의 낮 시간대 시청률 상승은 의무재전송 등 특혜를 기반으로 자극적이고 편향적인 뉴스를 통해 보수적 시청층을 붙잡은 결과 나타났다. 예컨대 종편 시사토크 프로그램은 출범이후 2013년 10월까지 모두 37건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재를 받았다. 이 중 채널A가 25건, TV조선이 10건이었다. 주의 이상의 법정제재를 받은 사례는 22건으로, 채널A 18건, TV조선 4건이었다. 대부분 품위유지 위반 사례가 많았다.

18대 대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의 경우도 채널A를 10차례 제재했고, TV조선을 6차례 제재했다. 같은 기간 KBS와 MBC는 각각 1건과 3건이었고 SBS는 한 건도 없었다. 종편채널은 개국부터 지난 11월 22일까지 방심위로부터 총 180건의 무더기 제재를 받아왔다. 이런 상황에서 시청자의 볼 권리를 높였다는 주장은 방송윤리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궤변에 가깝다.

▲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 5월 21일자.

종편으로 보도·오락채널이 균형을 맞추기 시작했다?

조선일보의 '궤변'은 또 있다. 이 신문은 "종편 4개 채널 중 3개는 보도·교양, 1개는 오락 중심 편성을 하고 있다. 기존 4개 지상파와 합치면, 보도(KBS1·TV조선·채널A·MBN)와 오락(KBS2·MBC· SBS·JTBC)이 동수로 균형을 맞추기 시작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방송법 2조가 종합편성을 '보도·교양·오락 등 다양한 방송분야 상호간에 조화를 이루도록 방송프로그램을 편성하는 것'으로 명시한 점은 기사에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종편의 편성이 시사·보도에 치우친 부분에 대해선 "골고루 편성·방송하는 게 종편이라고 착각하는 '용어의 함정'을 노린 의도적인 비판"이라고 반박했다. 이 신문은 "현행 방송법 시행령(50조 1항)은 '종편 채널은 오락 프로그램을 매월 전체 방송시간의 50% 이하로 편성할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편성의 자율권을 최대한 인정하면서도 '오락 과잉 금지'라는 규제의 원칙을 이어간 것"이라며 현재 편성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조선일보는 최성진 서울과학기술대 전자IT미디어공학과 교수 발언을 인용해 "지상파를 포함한 종편에서 오락 프로그램의 비율이 과도하게 높은 게 문제지, 방송법상 보도·교양 비율이 높다고 비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조선은 일례로 KBS 1TV를 들었다. 종편을 비판하는 언론시민단체 논리라면 KBS 1TV가 제일 문제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는 오락·교양을 담당하는 KBS 2TV를 무시한 의도적인 해석이다.

▲ 종합편성채널 4사 로고.

닐슨코리아가 집계한 방송사별 8월 뉴스 편성비율(주중, 6시~24시 기준)을 보면 KBS 1TV은 30.9%, MBC는 26.5%, SBS는 27.9%로 나타난 반면, MBN은 45.1%, 채널A는 55.7%, TV조선은 56.5%로 나타났다. 채널A와 TV조선의 경우 편성에서 뉴스의 비중이 지상파의 두 배 수준인 것이다. 공공미디어연구소에 따르면 대선 직전인 2012년 12월 11일~18일 종편의 시사보도 편성비율은 TV조선이 58.1%, 채널A가 65.5%에 달했다. MBN은 무려 72.5%였다. 종합편성의 취지가 무색한 수준이다.

이 때문에 보도전문채널 YTN과 연합뉴스TV는 방송통신위원회에 공개서한을 보내 "종편 3사(TV조선, 채널A, MBN)의 주중 보도프로그램 편성 비중이 전체 방송시간에서 60~70%(올해 8월 평일, 6시~24시 기준)에 육박해 당초 정부의 정책 목표와 종편사들의 사업 계획이 전혀 이행되지 않고 있다"며 "(종편이)다양한 장르의 프로그램 편성을 통한 방송콘텐츠 산업 발전과 소비자 선택권 확대라는 당초의 정부 정책 목표에 부합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으며 위법한 형태로 방송사업을 운영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언론노조·언론연대 등이 참여한 종편검증TF가 종편의 2012년 방송프로그램 본방/재방을 분석한 결과, 종편의 재방비율은 SBS의 4~6배에 이르렀다. JTBC가 60.8%로 재방비율이 가장 높았고, 채널A가 58.5%, TV조선이 58.1% MBN이 40.5% 순이다. JTBC의 재방비율은 계획대비 10.9배나 높았다. 다른 종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조선일보 기사는 종편4사가 당초 출범 전 계획과 달라 시사·보도 편성비중이 높고 재방비율이 높은지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다.

종편은 콘텐츠에 집중 투자했고, 종편 때문에 지상파·케이블은 제작비를 늘렸다?

▲ 조선일보 12월 12일자 8면 기사.

조선일보는 종편 투자의 '선순환'으로 "방송계에선 종편이 등장한 이후 그동안 직접 제작을 등한시했던 케이블 채널들이 프로그램 제작에 뛰어들도록 '자극'을 주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며 "종편이라는 새로운 경쟁자가 시장에 등장하면서 기존 케이블 채널들도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는 것"이라 보도했다. 기사에 따르면 종편 4사는 2012년 방송 프로그램 제작비용으로 4229억원을 썼다. 이 중 98.7%(4176억원)를 제작비로 썼고, 외부에서 사다가 재방송하는 구매 비용은 1.3%(53억원)이었다. 기사는 "종편은 외부 구매가 아닌 새로운 콘텐츠 제작에 집중적으로 투자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사실일까.

조선일보가 인용한 2012년 '방송 사업자 재산 상황 공표집'을 분석한 결과 JTBC는 2012년 방송프로그램 제작비로 1611억 원을 썼다. 채널A는 934억 원, TV조선은 833억 원, MBN은 797억 원 가량을 썼다. 같은 자료에서 MBC는 5511억 원을 제작비로 썼다. SBS는 5091억원, KBS는 1TV와 2TV 포함 9560억 원을 제작비로 썼다. 지상파의 경우 채널 당 평균 5040억 원의 제작비를 쓴 반면 종편은 평균 1057억 원의 제작비를 썼다. 편성시간은 24시간으로 같은데, 제작비는 지상파의 5분의 1 수준인 것이다.

더욱이 TV조선을 예로 들 경우 제작비가 MBC의 15%에 불과하다. 제작비 절감을 위해 편성에서 드라마와 예능을 최소화한 결과다. 물론 개국 2년차인 신생채널과 수십 년 된 지상파 제작비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종편이 콘텐츠에 집중 투자했다는 주장은 맞지 않다는 사실을 증명할 순 있다. 참고로 같은 기간 보도전문채널 YTN의 방송프로그램 제작비는 771억 원으로, 종편채널인 MBN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조선일보는 또 "종편과 경쟁하는 지상파 계열 채널(MBC드라마넷·KBS드라마·SBS플러스 등)과 CJ그룹(tvN·투니버스·OCN 등)도 (종편)대응 전략으로 프로그램 비용을 대폭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지상파 계열 케이블은 450억 가량, CJ는 600억 가량 제작비가 늘어난 게 사실이다. 그러나 기사가 언급한 CJ그룹 관계자는 "tvN을 비롯해 CJ계열 채널은 콘텐츠 강화를 중장기계획으로 내걸고 있었기 때문에 제작비 증가는 예정됐던 일"이며 "종편의 등장으로 경쟁이 치열해진 건 맞지만 종편 때문에 제작비를 높였다고는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 조선일보 12월 12일자 8면 기사.

조선일보는 또 제일기획이 지난 10월 내놓은 2013년 방송광고 시장 전망 자료를 근거로 "평균 시청률 1%당 광고 수주액은 지상파가 1185억원이었고, 종편은 537억원으로 집계됐다. 종편이 기존 지상파 TV에 비하면 시청률당 광고료에서 아직은 낮은 대우를 받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KBS 2TV·MBC·SBS 등 지상파 3사는 올해 1조7940억원(추정치)의 광고 실적을 올릴 것으로 전망됐다. TV조선 등 종합편성 채널 4개사의 올해 광고 수입은 2400억 원으로 예상됐다.

조선일보가 산정한 시청률 1%당 광고 수주액은 산술적으로는 맞다. 그러나 현실을 무시한 산술이다. 방송광고사정에 밝은 업계 주요관계자는 "수십 년 된 방송사와 2년차 방송사의 광고 단가를 시청률만으로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라고 말한며 "시사·보도 중심인 종편의 광고 단가를 엄밀히 비교하려면 지상파가 아닌 YTN 같은 보도채널과 비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종편 광고는 시청률과 상관없이 신문의 영향력에 의해 집행된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외주제작사 줄었는데 급증했다? "종편의 조기종영으로 외주제작사 피해봤다"

조선일보는 "종편의 투자가 촉발한 방송 제작 경쟁은 자연스럽게 외주 제작 시장의 확대로 이어졌다"고도 주장했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2010년 5072억원이었던 국내 외주 제작 시장은 2012년 8003억원으로 늘어났다. 이 신문은 "급속한 외주 시장 팽창으로 외주제작사가 1200여 곳으로 급증하며, 제대로 된 제작 역량을 갖추지 않은 외주 제작 업체의 등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외주제작사의 실태는 보도와 매우 다르다.

독립제작사협회 관계자는 조선일보 보도를 두고 "TV조선도 외주제작이 별로 없다. 종편 출범 당시 외주제작사의 기대치가 100이었다면 현재는 20~30 수준이다. 외주 시장이 늘어나긴 했는데 종편의 영향은 미비했다. 종편사업계획서에 있던 제작비투자규모에 비하면 기대에 한참 못 미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종편은 출범 이후인 2012년 초 외주제작사에 프로그램을 맡겼다가 대부분 조기종영을 선언해 제작사들이 큰 피해를 봤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외주제작사가 급속히 늘어났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른 것으로 보인다. 독립제작사협회에 따르면 2011년에서 2012년 사이 지상파·케이블 등에서 1개 이상 납품한 외주제작사는 2011년 470여 곳에서 2012년 570여 곳으로 100여 곳이 늘었을 뿐이다. 문화부에 신고 된 업체는 지난해 기준으로 1350여 곳인데, 이전에는 1800여 곳이었다가 최근에 폐업 등으로 그 수가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독립제작사협회 관계자는 "1200여 곳으로 급증했다는 수치가 도대체 어디서 나온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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