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백척간두에 선 '풍운아' 야누코비치

2013. 12. 3.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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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입지전적 인생빈곤가정서 태어나 소년원 들락자수성가 뒤 정치입문 대통령 당선'선거부정' 퇴진 6년만에 다시 권좌

'시민혁명'으로 두 차례나 권좌에서 쫓겨나다?

우크라이나 대통령 빅토르 야누코비치(63·사진)가 2004년 시민혁명인 '오렌지혁명'으로 권좌에서 물러난 데 이어 또다시 시민혁명 전야에 서게 됐다. 세계 역사상 전례를 찾기 어려운 사례로, 정치인으로서도 치욕적인 기록을 남기게 될 판이다. 우크라이나에선 정부가 러시아의 압력에 굴복해 장기적으로 유럽연합(EU)과 통합을 지향하는 경제 협정 추진 중단을 지난달 21일 발표한 뒤 반정부 시위가 불붙었다. 지난 주말엔 최대 50만명이 시위에 나선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2일 호세 마누엘 바호주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경제 협정과 관련한 재협상을 요청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하지만 이런 조처만으로 야당과 시위대가 쉽게 물러서지는 않을 듯하다. 그는 전날에도 긴급 성명을 발표해 협정 체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지만 별다른 효험을 보지 못했다. 유럽연합 정상들의 일정을 고려할 때, 재협상을 하더라도 내년 3월 이후까지 기다려야할 가능성이 크다.

제2오렌지혁명 맞을 위기EU와 경협 중단으로 저항 직면재협상 요청했으나 출구 안보여시위대, 퇴진·내각해산 요구 커져

그의 비서실장 등 측근들마저 사임하며 등을 돌렸고 물리적으로도 시위대에 포위돼 있어 돌파구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야당과 시위대는 대통령 퇴진과 내각 해산을 요구하고 있다.

야누코비치는 빈곤 가정에서 태어나 소년원까지 들락거리다가 엄청난 부를 일구고 정치인으로도 성공한 입지전적 인물이다. 그는 1950년 우크라이나가 옛 소련에 속해 있던 시절에 러시아어를 쓰며 사회경제적으로도 러시아와 밀착한 우크라이나 동부의 예나키예보에서 태어났다. 2살 때 간호사인 어머니를 잃고 할머니 손에 자란 그는 청소년 시절 절도와 폭력으로 두 차례나 소년원에 다녀왔다. 그는 이후 버스 회사 전기공으로 출발해 운송회사 최고책임자가 되며 자수성가형 인물로 자리매김했다. 1990년대 초반 정치에 입문해 동부 공업지대인 도네츠크 주지사를 거쳐 중앙 정치에 진출했다. 이 과정에서 도네츠크에 기반을 둔 신흥재벌 올리가르히들과 유착관계를 맺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수도 외곽에 엄청난 부동산을 가진 거부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는 '오렌지혁명'으로 대통령 당선인 자리에서 물러나는 쓴맛을 봤다. 당시 그는 집권 여당인 지역당 후보로 대선에 출마해 박빙의 승리를 거뒀다고 선언했으나, 선거부정을 포착한 야당과 시민 수십만명이 민주주의를 부르짖으며 거리로 뛰쳐나왔다. 결국 국제 선거 감시인단이 지켜보는 가운데 결선투표를 다시 치러야 했고, 야당 후보 빅토르 유셴코에게 패배해 권좌 문전에서 쫓겨나고 말았다.

그러나 야누코비치의 정치적 생명력은 질겼다. 그는 2006년 지역당을 원내 제1당으로 이끈 뒤 치열한 권력투쟁을 거쳐 2010년 대선에 재출마해 마침내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여기에는 우크라이나 정치 지형 자체가 나라를 동서로 가르는 드네프르 강을 경계로 러시아에 사회경제적으로 밀착한 동부 공업지대와, 우크라이나어를 쓰며 유럽 지향적인 서부 지역으로 갈라져 있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러시아어를 모국어로 쓰는 야누코비치는 이번 정치적 갈림길에서 자신의 정치적 기반이 러시아와 경제적으로 밀착한 동부라는 점을 고려해, 유럽연합 대신 러시아의 손짓에 응한 것으로 보인다. <가디언>은 "야누코비치는 오렌지혁명에서 살아남았으나, 이번에 재기하려면 모스크바의 지지에 기댈 방법밖에 없다"고 짚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사진/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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