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천.. 차가운 세상도 녹일 듯한 따뜻함

기누가와·미나카미·쓰쿠바 | 김향미 기자 2013. 11. 27.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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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와 가까운 기타간토 지방 '깊은 산 속 온천샘' 3곳

찬바람이 불어 코끝이 차고, 어깨가 잔뜩 움츠러들었다. 가을을 벗고 겨울로 들어가는 계절, 이때부터 온천여행의 흥이 살아난다. 온천 하면, 일본이다. 도쿄에서 약 1시간30분~2시간 거리에 있는 기타간토(北關東) 지방의 도치기·군마·이바라키현 내 3곳의 온천을 찾아갔다. 이곳은 도쿄와 가까운 '깊은 산속 온천 샘'이었다. 여기서는 온천에서 몸과 마음을 녹인 뒤 조금만 발걸음을 옮기면 에도(江戶) 문화의 흔적을 고스란히 만날 수 있다. 또 기타간토 지방 특산품인 '유바(湯葉)' 음식과 일본인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는 달콤한 디저트 '스위츠'를 다양하게 맛볼 수 있다.

일본 군마현 미나카미마치에 있는 마츠노이 료칸의 노천탕의 모습. 바위과 나무로 둘러쌓인 온천탕이 동화 속 선녀들이 목욕하던 곳처럼 꾸며져 있다.

■ 도치기현 기누가와 온천과 에도 문화 흔적

'도쿄의 휴식처'로 불리는 기누가와 온천 일대는 기타간토 지방 최대 규모의 온천 골이다. 기누가와 계곡을 따라 여관·호텔이 나란히 들어섰다. 숙소의 창문을 열면 건물 밑으로 강이 흐르고, 노천탕에서도 강물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강을 둘러싼 절벽에는 나무마다 늦가을의 흔적이 조금씩 남아 있다. 노천탕에 앉아 있으면 찬 공기와 온천의 뜨거운 온기가 섞였다가 풀어졌다가 하는 것이 눈에 보인다. 온천탕에 들어선 사람들 사이에서 이내 말소리가 사라졌다. 그렇게 '고요'를 만끽한 후 일본식 저층 건물이 마을을 이룬 거리를 산책하는 것도 괜찮다.

온천 숙소를 나서 가장 먼저 향한 곳은 닛코다. 닛코는 1200년의 역사를 가진 작은 도시다. 닛코도쇼구(日光東照宮)를 포함한 신사 2곳과 절 1곳이 199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됐다. 닛코도쇼구는 에도막부 시대를 연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사당이다. 도쿠가와는 자신이 죽은 뒤 에도 북쪽의 악귀를 잡는 수호신이 되겠다며 닛코에 묻어 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신사 안에서는 에도막부 당시의 건축 양식이나 일본 불교 문화의 흔적을 볼 수 있는데 다수가 국보나 중요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눈길을 잡은 건 닛코도쇼구로 가는 길의 '산'이다. 공기는 차가웠지만 햇살은 따뜻했고 하늘을 향해 뻗은 능선을 따라 시선을 옮기며 산책을 하기에 좋았다. 1934년 지정된 닛코 국립공원에 속한 지역이다. "닛코를 보지 않고 일본의 아름다움을 말하지 말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 경치가 유명하다.

기타간토 지방은 도쿄의 11월 평균기온보다는 낮다. 산책이 끝나면 따뜻한 국물이 당긴다. 여기에 유명한 '유바 라면' 가게가 있다. 유바를 돌돌 말아 어묵처럼 라면 국물 위에 동동 띄웠다. 유바는 승려나 수행자들이 단백질원을 콩에서 찾으면서 만들어진 음식. 두유를 끓일 때 표면에 생기는 막을 건져낸 것이다. 부드럽지만 두부와는 다른 식감을 느낄 수 있다.

일본 도치기현 닛코시에 있는 닛코 도쇼구 신사 안 모습. 최근 신사 안 채색담을 새로 단장했다.

■ 군마현 미나카미 온천과 스위츠

미나카미 온천은 구사쓰, 이카호와 더불어 군마현 3대 온천으로 꼽힌다. 알칼리성 온천이다. 노천탕에서 너른 정원이 한눈에 보인다. 노천 수면은 밤이면 달빛을, 아침이면 햇빛을 받아낸다. 동화 속 '선녀가 목욕하던 탕'처럼 꾸며놓은 것이 재밌다.

미나카미산은 해발 2000m로 이 일대 크고 작은 스키장이 11곳이나 있어 온천과 스키를 동시에 즐기는 겨울여행으로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숙소와 가까운 곳에 미나카미의 명소로 알려진 장인의 마을(다쿠미노 사토)이 있다. 장인의 마을은 에도 시대 지방 영주들이 도쿄로 가기 위해 하룻밤 묵던 여인숙 거리다. 에도 시대 지방 영주들이 거닐던 도로의 위치와 폭이 그대로 남아 있다. 미나카미 온천을 찾아간 전날 미나카미산에는 첫눈이 내렸다. 장인의 마을 거리를 걷는데 먼 산꼭대기에 흰 눈이 내려앉아 호젓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장인의 마을에선 칠보, 탈 색칠, 도자기 등 일본 전통문화를 보고 체험할 수 있는 공방이 여럿 있다.

군마현에는 '스위츠'를 판매하는 곳이 많다. 일본에서는 케이크나 과자, 초콜릿, 아이스크림 등 디저트로 먹는 단것을 '스위츠'라고 부른다. 군마현에선 '바움쿠엔(Baumkuchen)'이 유명하다. 바움쿠엔은 나무 나이테 모양을 한 둥근 과자로 독일에서 만들기 시작했다. 도치기·군마현에선 딸기나 블루베리 등 과일이 많이 나 과일 스위츠도 입맛을 돋운다. 스위츠 가게에선 커피나 차도 마실 수 있다. 아무리 훌륭한 경치가 기다린다고 해도 쉬어가고 싶은 법. 동행인이 있다면 함께 담소를 나누기에 좋고, 혼자라도 사색하기에 손색없는 공간이다.

일본 도치기현 닛코시 닛코 도쇼구 신사 입구에 있는 음식점에서 파는 유바 라면(위 사진). 일본 도치기현 마시코시의 스위츠 가게에서 파는 유자 스위츠. 마시코시는 도기 제작소가 380여개에 달하는 곳으로, 스위츠 가게에서 아기자기한 그릇을 보는 재미도 있다(아래 사진).

■ 이바라키현 쓰쿠바산 온천과 가스미가우라 호수

도쿄에서 살짝 벗어났을 뿐인데 산 무리에 둘러싸인 고즈넉한 시골 마을들이 눈에 들어온다. 기타간토 지방에서 동쪽에 위치한 이바라키현 쓰쿠바산은 높이 871m의 남채산과 877m의 여채산 등 2개의 봉우리로 이뤄진 일본 100대 명산 중 하나다. 과거 '신앙의 산'으로 불리며 수행자들이 많이 찾았다. 최근에는 등산객들이 많이 늘었다. 산행으로 지친 몸의 피로는 온천에서 푼다고 한다.

대부분 온천은 실내 대욕장과 노천탕을 구비하고 있는데, 이번에 묵은 온천 숙소의 노천탕은 7층 높이에 있었다. 노천탕에서 바로 탁 트인 벌판이 내려다보였다. 이 지방의 곡창지대라 높은 산들 사이에 꽤 너른 평야가 펼쳐져 있다. 이날 날씨가 맑아 멀리 후지산이 보였다.

겨울로 가면서 자연은 다양한 색을 내려놓는다. 다만 하늘빛은 그대로인지, 일본에서 두 번째로 큰 호수 가스미가우라 호수의 하늘과 맞닿은 수면에서 촉촉한 하늘빛이 퍼져 나갔다.

이곳에선 큰 돛을 달아 물고기를 잡았던 '돛예인선'이 떠다닌다. 현재는 고기잡이보다는 관광객들이 이용하도록 했다. 배 위에선 일본 엔카(演歌)가 흘러나왔다. "가스미가우리 호수에선 노을이 질 무렵, 날개를 편 돛예인선을 보는 것이 '가장 좋은 장면' "이라고 했다. 다만 돛을 멋드러지게 펼치기 위해서는 꽤 센 바람이 불어야 한다고 하니,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은 아니다.

항공편으로 일본 나리타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도쿄 신주쿠에서 JR·도부선을 타고 기누가와온천역으로 이동하면 약 2시간 정도 걸린다. 기누가와온천역에서 각 호텔·여관·민박으로 가는 버스가 있다. 열차를 이용해 닛코역에 도착하면 닛코도쇼구 등 세계문화유산 탐방 버스가 있다. 닛코도쇼구 입구에 유바 음식을 파는 가게들이 들어서 있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역사 테마파크인 '에도 원더랜드'도 가볼 만하다. 에도 원더랜드는 한국의 민속촌과 흡사한 곳으로 건물부터 사람들의 복장까지 에도 시대 그대로 재현했다. 영화 속에서 볼 법한 사무라이 계급의 저택을 둘러보거나 공연을 통해 화려한 칼솜씨를 자랑하는 '닌자'를 볼 수도 있다. 에도 원더랜드는 기누가와온천역에서 내린 뒤 노선버스로 약 15분, 택시로 약 10분 정도 가면 된다(www.edowonderland.net).

도쿄 우에노·도쿄역에서 JR조에쓰선으로 미나카미역까지 이동, 여관에서 운영하는 셔틀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미나카미 장인의 마을(다쿠미노 사토)은 조에쓰신칸센 조모코겐역에서 버스로 20분 거리에 있다. 장인의 마을에서 도자기·탈·칠보 등 공방에서 체험을 할 수 있다(www.takuminosato.or.jp). 군마현에서 스위츠 수제 바움쿠엔을 맛볼 수 있는 가게 '가르바(GARBA)'는 미나카미 마을에 있다.

나리타국제공항에서 열차나 자동차로 가면 약 1시간30분 걸린다. 도쿄 아키하바라역에서 쓰쿠바역까지 가는 직통 열차(쓰쿠바익스프레스)가 있다. 쓰쿠바산 온천에 대한 정보는 이바라키현 홈페이지에서 한국어로 제공하고 있다(http://www.ibarakiguide.jp/kr/). 가스미가우라 호수는 버스나 자동차로 가스미가우라시 또는 나메가타시로 이동해야 한다. 돛예인선은 7월부터 11월까지만 타볼 수 있다. 성인 요금 2000엔(http://www.kasumigaura-kankou.jp).

< 기누가와·미나카미·쓰쿠바 |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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