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북몰이 역풍..종교계 "대통령 퇴진" 목소리 높아진다
[한겨레] 천주교 이어 개신교에서도 '퇴진' 요구 나와
"지난 대선 명백한 부정선거""책임자 처벌은커녕 은폐 두둔신앙·양심에 입각한 강론조차종북으로 탄압…30년 전 회귀"진상 규명서 '퇴진 운동'으로조계종 승가회 오늘 '시국선언'목정평 "지역 기도회 재개할 것"사제단도 전국 차원 '입장' 준비
대통령 퇴진 주장에 기독교계 일부 단체들까지 가세하는 등 종교계의 선거부정 진상규명 운동이 대통령 퇴진 운동 쪽으로 방향을 트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 배후엔 국가기관의 선거 개입 진상을 규명하고 그 책임자를 처벌하라는 상식적 주문이 권력의 벽 앞에 번번이 좌절되는 상황에 대한 절망감이 깔려 있다. 국가권력에 의해 민주화가 훼손되는 상황이라면 과거 민주화 투쟁을 이끌었던 종교계가 다시 나설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인식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천주교 전주교구 박창신 신부의 발언을 빌미로 한 여권의 가톨릭 정의구현사제단에 대한 종북몰이도 종교계의 대정부 투쟁 수위를 높이는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국가정보원 선거개입 기독교 공동대책위원회'(기독교공대위)가 27일 기자회견을 통해 "현 정권이 국가기관 대선 개입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기는커녕 검찰총장과 수사 검사를 쫓아내 은폐를 두둔하고 비판자들을 종북좌파로 규정하며 탄압하고 있다"고 한 데서 이들의 심경을 읽을 수 있다. 기독교공대위는 여권으로부터 집중타를 맞고 있는 박창신 신부 문제와 관련해선 "신앙과 양심에 입각한 강론의 발언조차 종북으로 탄압하는 작태"라며 "30년 전 유신독재정권 시절의 공안탄압을 방불케 한다"고 비판했다.
유신독재와 신군부 때 정권의 탄압에 맞서 민주화에 앞장섰던 진보적 종교그룹들이 전면에 나선 데는 정국이 자칫 독재 시절로 되돌아갈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목정평) 의장 정태효 목사는 "하나님의 정의가 사라지면 정의를 세울 때까지 성직자들이 실현해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 목사는 "실제 민주화가 어느 정도 이뤄졌다고 여겨 목정평 활동이 거의 없던 지역들도 적지 않지만, 현 정권의 모습 때문에 지역별 조직이 다시 움직여 지역 기도회를 재개할 것"이라고 전했다.
종교계에서 '대통령 퇴진' 목소리가 높아졌지만, 이 사안을 두고 각 단체별로는 속도차가 있다. 기독교공대위에 참여하는 30개 단체 중 하나인 한국와이엠시에이(YMCA)는 이사회 논의 전이라는 이유로 이날 회견에 참여하지 않았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국정원 대선개입 진상조사위원회'도 진상 조사 중이라는 이유로 동참 명단에선 빠졌다.
28일 오전 서울 조계사에서 '박근혜 정부의 참회와 민주주의 수호를 염원하는 조계종 승려 시국선언문'을 발표하는 실천불교전국승가회(승가회)도 '특검 도입과 이념 갈등 조장 행태 중지'를 촉구할 계획이다. 승가회 집행위원장 종호 스님은 "전주교구의 시국미사가 열리기 전부터 이런 내용의 시국선언을 하기로 이미 결정했다"며 "선언 내용이 수용되지 않으면 시국법회를 열 것"이라고 밝혔다. 승가회 회원은 150명가량이지만, 시국선언엔 승가회 외 승려들도 다수 참여해 27일 현재 850명이 서명했다.
천주교에서도 박창신 신부에 대한 검찰 수사 소식에 '혼자 당하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지 않으냐'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정의구현사제단은 다음달 2일 전국사제단 총회 준비위원회가 열리면, 전주교구의 시국미사에 대한 전국 사제단 차원의 입장을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사제단의 한 신부는 "박 신부의 발언 요지는 제쳐두고 일부분을 침소봉대해 공안몰이를 한 것은 불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라며 "부정선거에 대한 비판을 일부 신부의 의견으로 몰아붙이고 있지만, 실상 사제들의 70~80%는 국가기관의 불법에 대한 비판 의식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한국장로회총연합회 등 보수성향의 3개 기독교단체들은 이날 기독교공대위가 대통령 퇴진을 요구한 회견장 인근의 기독교연합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일부 사제들의 시국미사와 박창신 신부의 발언은 반국가적, 종북적 행위이자 망언"이라며 "종교를 떠나 국민의 입장에서 극한 분노를 느끼며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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