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낮보다 뜨거운 창원 상남동의 밤문화

강승우 2013. 11. 27.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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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마시술소·마사지·호스트바 단속 현장벽면 위장한 비밀의 문 뒤에서 성매매

【창원=뉴시스】강승우 기자 = 경남 최대의 '유흥밀집지역'인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

땅거미가 지는 순간 휘황찬란하게 불을 밝히는 수많은 간판들과 인파로 이곳의 밤은 낮보다 역동적이다.

많게는 수천 곳에 이르는 각양각색의 업소들이 밤마다 성황을 이루는 가운데 유흥업소도 즐비해 그 규모가 전국에서도 손에 꼽힌다.

◇안마시술소로 위장한 성매매 업소

26일 오후 9시께 창원중부경찰서 천영규 생활질서계장과 정효정 경사 등 단속반은 한 건물 3층의 안마시술소를 급습했다.

경찰관이 들이닥치자 잠시 놀란 기색을 보이던 카운터의 여종업원은 불과 몇 분 뒤 경찰관을 성매매 현장으로 안내해줬다.

단속반은 카운터 뒤에 위치한 8개 방을 모두 뒤졌지만 아무도 없었다.

계단으로 이어진 4층의 잠겼던 출입문이 열리자 방마다 샤워실과 간이침대가 놓인 16.5㎡ 남짓한 밀실이 모습을 드러냈고 한 성매매 여성이 적발됐다.

경찰은 "또 다른 방에서 상당량의 외출복들이 있는 것으로 미뤄 여성들이 이곳에서 숙식하며 불법 성매매 영업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손으로 얼굴을 황급히 가린 이 여성에게 경찰이 상황을 설명하자 여성은 체념한 듯 진술서를 써내려갔다.

천 계장이 불쑥 여성에게 "팔에 멍든 자국이 있는데 구타 흔적이 아니냐"고 묻자 여성은 말없이 눈물만 흘렸다.

천 계장은 여성에게 연락처를 알려주며 꼭 연락해 달라고 당부했다.

천 계장은 "이 같은 곳에 고용된 여성은 감금이나 구타 등 폭력에 쉽게 노출된다"며 "단속과 함께 처벌도 강화돼야 하지만 재활의지도 상당히 중요하다. 단속만이 능사가 아닌 전문기관과 연계해 새 삶을 살아갈 수 있게끔 지원과 노력 또한 절실하다"고 말했다.

경찰이 현장에서 확인한 결과 성매매 알선 혐의로 적발된 전력이 있던 이 업소는 시각장애인 바지사장과 안마사를 고용해 정상적인 안마 영업을 하면서 동시에 성매매 영업도 병행해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마사지 업소라더니 태국 여성 고용해 성매매

한숨 고른 단속반이 다시 불법 성매매 현장을 적발한 곳은 한 마사지 업소.

지하 1층에 위치한 이곳은 여성 3명이 대기실에서 쉬고 있었다.

"현장이 어디냐"고 추궁하던 단속반에 불쾌감을 역력히 드러내던 남성 업주가 버튼을 누르자 실내장식으로 감쪽같이 위장한 벽면이 삐걱하는 소리가 나면서 열렸다.

말 그대로 비밀의 문이 열리자 불그스름한 복도 조명에 여러 개의 방이 갖춰진 실내가 보였다.

방안에 있던 한 여성은 갑작스러운 단속에 영문을 모른 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대기실에는 커다란 여행용 가방에 한가득 쌓여있는 여성 옷들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다.

한눈에 봐도 외국인임을 알 수 있는 여성들은 관광비자로 대부분 최근에 국내에 입국한 20~30대 태국 여성들이었다.

경찰은 이 업소가 태국 마사지 업소로 홍보하면서 은밀하게 태국 여성을 고용해 현금 11만원을 받고 성매매 영업을 했던 곳이라고 말했다.

이 업주는 "업소를 인계받은 지 3일밖에 되지 않았다. 태국 여성들은 본인들이 스스로 알고 연락해왔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업주의 신원을 확인하던 경찰이 이내 수군거렸다. 경찰은 이 업주가 체포영장이 발부돼 지명수배를 받고 있었다며 현장에서 체포했다.

경찰은 "업주가 현재는 사실상 와해된 지역 폭력조직원 선배로부터 업소를 인수받았다고 진술해 자금 경로 등에 대한 수사가 진행돼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보건증 없는 남성접대부 고용한 '호스트바'

다음날 오전 1시까지 이어진 단속에는 창원시 성산구청 문화위생과 직원들과 합동으로 나섰다.

건물 10층에 비지니스 룸으로 간판이 붙여진 이곳은 남성접대부를 고용해 영업하는 '호스트바'였다.

성산구청 직원들은 단속을 알리며 곧바로 주방으로 진입했다. 거기서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들이 적발됐다.

이 중에는 유통기한이 6개월을 넘긴 데리야끼 소스도 포함돼있었다.

단속반은 장부를 확인하며 종업원들의 고용여부 등을 물어봤다. 남성접대부들의 '보건증' 유무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단속반은 "고용한 남성접대부들은 보건소를 통해 전염병 유무 등이 기록된 보건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예닐곱 명의 남성접대부 중 보건증을 제시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자신의 나이가 20살이라고 밝힌 앳된 티의 한 청년은 "돈을 많이 벌 수 있다고 해서 왔다. 오늘이 출근 첫날로 사전에 보건증 유무에 대해 들어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업주는 단속반에게 "밤늦게 다들 고생하시는데 식사비로 생각하시라"며 봉투를 건네려하자 단속반은 "단속 나온 분들에게 각각 100억원씩 줄 생각 아니면 그런 소리 함부로 하지마라"며 다그쳤다.

식품위생법을 위반한 이 업소에 영업정지 15일과 과태료 60만원의 행정처분이 내려질 것이라고 성산구청 단속반은 밝혔다.

그리고 경찰은 "식품위생법은 양벌규정이 가능해 같은 혐의로 업주를 입건해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단속반은 오전 2시께 호스트바 단속을 끝으로 일정을 마무리했다.

단속 성과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천영규 계장은 "앞서 적발된 성매매 업소의 여성이 꼭 연락하길 바랄 뿐"이라며 짧게 대답하고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연말을 앞둔 이날 경찰과 동행한 상남동 불법 성매매 단속 현장의 밤은 낮보다 뜨거웠다.

ksw@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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