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펠탑 높이서 날씨 입체추적..관측법 표준화 이끈다

2013. 11. 26. 20: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겨레] [과학과 내일]

전남 보성 종합기상관측탑을 가다

전남 보성군 득량면 예당리는 일제강점기인 1940년대 개발된 간척지에 형성된 마을이다. 득량만을 향해 고즈넉이 펼쳐진 벌판 한가운데에 높은 철탑이 마을의 수호신처럼 '솟대' 모양으로 우뚝 섰다. 아래서 올려다보려면 고개를 90도로 완전히 젖혀야 할 정도로 높다랗다. 기상청 보성글로벌표준기상관측소의 종합기상관측탑이다. 높이만 307m다. 안테나를 뺀 파리 에펠탑(안테나 포함 324m) 높이와 비슷하고, 63빌딩(지상 240m)보다 높다. 지난해 3월 착공해 27일 현재 완공을 일주일 앞두고 있다.

보성글로벌표준기상관측소는 지난해 1월 이미 국제연합(UN) 산하 세계기상기구(WMO)의 '기상관측기구 및 관측법 전문위원회'(CIMO)로부터 3차원 입체관측의 시험관측소(테스트베드)로 지정됐다. 전문위원회는 2010년 세계 기상관측의 표준화를 위해 시험관측소를 두기로 하고, 독일 린덴베르크와 스위스 파이예른, 핀란드 소단퀼레와 한국의 보성 등 4곳을 테스트베드로 지정했다. 종합기상관측탑은 각종 기상관측기기의 성능을 검정하고 관측방법의 표준화를 위한 현장실험 장소로 쓰인다. 무엇보다 레이더와 라디오미터, 인공위성 등 원격장치로 수집한 기상 정보와 온도·습도계, 풍향·풍속계, 강우량계 등 직접 측정장치를 통해 획득한 정보의 통합을 위한 연구에 이 탑이 사용될 전망이다.

탑에는 11개 층에 걸쳐 팔처럼 옆으로 뻗은 관측붐대가 설치된다. 5m짜리 붐대는 각 층의 정남과 북서, 북동 방향으로 120도마다 1개씩 모두 33개가 부착된다. 이곳에는 2015년까지 온습도, 바람, 온실기체, 일사, 대기오염, 방사능 등 26개 요소 138개의 관측장비가 설치될 예정이다. 대기 움직임의 원천은 태양이다. 그러나 통상의 기상관측은 지구 표층에서 10~20m 상공에서만 이뤄지고 있다. 정확한 기상 변화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지표와 대기의 경계층인 1㎞까지의 변화를 측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은 항공기나 라디오존데(기구에 기압계·온도계·습도계 등을 장착해 상층의 기상 상태를 소형의 무선발신기로 발신하는 장치)를 띄워 기상 정보를 습득하지만 일회성에 그치고 비용이 비싼 한계가 있다. 안용모 광주지방기상청 기후과장은 "지표와 대기 경계층 사이에 가장 낮은 부분인 지상 300m까지 연직 관측을 고정적으로 연속해서 할 수 있다는 것은 각종 기상관측 방법을 표준화하는 데 핵심 토대가 될 것이다. 일종의 고정식 라디오존데를 확보하는 셈이다. 보성 종합기상관측탑 건립과 운용은 우리나라가 기상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에서 두번째로 높은 보성 종합기상관측탑은 중국 베이징의 관측탑 '아이에이피'(IAP·325m)와 1100㎞, 일본 쓰쿠바의 '엠아르아이'(MRI·213m)와 1200㎞ 떨어져 있어, 3개 탑을 연계해 동북아시아의 기상관측 네트워크를 구성하기에 알맞은 곳에 위치해 있다.

종합기상관측탑은 강선으로 지지해놓는 '지선식'으로 지어졌다. 에펠탑처럼 철골 지지대로 짓는 것보다 면적과 건립비가 훨씬 적게 든다. 건립에는 658억t의 강철재와 160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지하 8m까지가 갯벌인 매립지여서 지반 상태가 우려됐지만 다행히 하부가 하나의 암반으로 돼 있어 36m까지 파이프를 박아 기초를 다졌다. 규모 7.0의 지진과 초속 72.5m의 강풍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

면적이 14만㎡에 이르는 보성글로벌표준기상관측소는 관측탑 활용 외에도 기상관측 기기의 비교 및 지상 현장실험, 위험기상 메커니즘 규명, 기후변화 환경 감시 등 선진 기상서비스 생산을 주도해갈 계획이다.

우리나라에 세계기상기구가 기상 표준화를 위한 장소로 지정한 곳은 또 있다. 충북 영동군에 있는 추풍령표준기상관측소다. 세계기상기구는 2008년 추풍령관측소를 이탈리아, 독일에 이어 세번째 '선도센터'(리드센터)로 지정했다. 선도센터는 기상관측기기의 성능을 비교·측정하기 위해 기상관측에 적합한 지역을 골라 지정된다. 추풍령관측소에서는 주로 강우량 계측기기의 성능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 이곳이 선도센터로 지정된 것은 기상대 중 가장 오염이 덜 된 곳의 하나이면서, 1935년에 기상관측 업무를 시작해 60여년치의 관측 자료가 축적돼 있기 때문이다.

지상 307m의 세계 2위 관측탑WMO 시험관측소로 12월초 완공11개층에 5m짜리 붐대 33개 달고138개 장비로 측정 정확도 높여기상 선진국 발돋움 밑거름 기대추풍령·고창과 3개 관측소망 구축

우리나라의 세번째 표준기상관측소는 전북 고창 대산면에 있는 고창표준기상관측소다. 이 지역은 서해안에서 발생한 눈구름대가 많은 눈을 내리는 곳이어서, 적설 및 강설 비교관측을 하기에 적당하다. 2005년 12월에는 20여일 동안 눈이 내려 적설량이 220㎝에 이르기도 했다. 2만㎡의 터에서는 백엽상과 차광통 비교실험, 국산 3배 풍속계·풍향계 실험, 국산 복합센서(일체형 자동관측장비) 및 초음파 풍속계 실험 등이 진행되고 있다. 적설계는 자동초음파식, 레이저식, 광학식이 설치돼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 만들어준 기준기와 비교하며 오차를 줄여나가고 있다. 또한 독일·노르웨이·슬로바키아산 무게식 강수량계(빗물 무게로 강수량을 측정하는 장치)와 우리나라 제품의 성능을 비교하는 실험도 하고 있다. 현재 자동기상관측장비(AWS)는 완전 국산화를 이뤘지만 기타 기상관측 장비 국산화율은 30%대에 머물고 있다. 나득균 기상청 관측정책과장은 "정확한 예보를 위해서는 정밀한 기상정보 수집이 우선돼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표준화된 측정이 전제돼야 한다. 국산 관측기기들이 표준화된 정보를 생산할 수 있는지 비교 실험해주는 표준기상관측소가 필요한 이유다"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20세기 초부터 근대 기상관측을 시작해 많은 발전이 있어왔다. 그러나 국가의 모든 기관, 기업체 등이 자체 활동을 위한 기상 정보를 얻기 위해 각자 기상관측시설을 운영하다 보니 정보 생산량은 엄청나면서도 관측이 균질하지 못해 정보를 통합운용하지 못했다. 나 과장은 "예보란 현재 데이터를 정확히 입력해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다. 정교하게 수치예보모델을 만들어도 입력하는 정보가 참값이 아니면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기상정보는 위치만 달라져도 값이 변할 정도로 예민하다. 실제로 추풍령표준기상관측소는 세계기상기구의 권고기준에 맞춰 새로운 청사를 짓고 관측 장소를 25m 정도 옮긴 뒤 평균기온은 큰 변화가 없었지만 최고기온·최저기온과 풍속·풍향에는 변화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장소에서 표준화된 기기로 측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반증이다.

정부는 2008년 기상관측표준화법을 개정해 기상청을 포함해 34개 기관이 각각 운용하고 있는 관측기기의 표준화사업을 벌이고 있다. 기상청이 보유하고 있는 자동기상관측장비는 552곳이지만, 지자체 27개 기관이 보유한 관측시설은 3465곳에 이른다. 기상청은 세 곳의 표준기상관측소에서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 관측기기의 정확도·불확도 등을 검증해 만들어준 기준기와 실제 관측기를 일정 시간 동안 관찰해 정확도를 맞추는 검정 과정을 수행해 이들 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장비들의 표준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보성·고창/글·사진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월요병 막으려면 일요일에 출근하라고? 누리꾼들 "차라리…"새누리당 이혜훈 최고위원 "사제의 정치 발언 문제 삼으면 안돼"여성과 오른쪽 뺨이 추위에 더 민감하다할배보다 5000배 감수성…'꽃누나'들의 배낭여행[화보] 100장의 사진으로 본 대한민국 구석구석의 아름다움

공식 SNS [통하니][트위터][미투데이]| 구독신청 [한겨레신문][한겨레21]

Copyrights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겨레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Copyright © 한겨레.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크롤링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