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동산발 위기' 커지는데 손놓은 국회
경제계가 국회에 발목이 잡힌 부동산 법안 처리를 또 채근하고 나섰다. 대한상공회의소가 10개 부동산 관련 법안을 조속히 처리해 달라는 내용의 건의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정치권을 향한 재계의 절박한 호소는 한 달 새 벌써 세 번째다.
대한상의는 건의서에서 "부동산 규제 개선의 핵심 사항인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와 분양가 상한제 축소는 2009년에 발의됐지만 국회 입법 과정에 막혀 4년째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양도세 중과에 대해선 부동산 과열 억제를 위해 만들어진 제도여서 침체기에는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대한상의는 우선 취득세율 인하 법안이라도 처리해 주택 거래에 숨통을 틔워줄 것을 요청했다. "취득세 감면조치, 양도세 비과세 등의 일몰기한이 올해 말로 끝나는 만큼 이들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주택시장이 빠르게 얼어붙을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도 전했다.
경제계의 우려는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지난달 반짝하던 서울의 부동산 거래는 이달 들어 전월보다 20% 넘게 줄었다. 일반 아파트 가격은 11주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처럼 부동산시장이 생기를 잃으면서 전셋값은 고공행진을 거듭한다. 서울 전셋값은 지난주 65주 연속 오르는 최장 상승기록을 세웠다. 부동산시장 한파에 관련 산업도 죽을 지경이다. 이삿짐센터, 인테리어업체, 부동산중개업소가 빈사상태에 이르면서 휴·폐업이 속출한다. 전월세 난민, 가계부채 악화, 내수부진과 같은 경제 악영향도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부동산시장에 한숨이 깊어지는 것은 정책 발표와 실행 간에 드러난 괴리현상 탓이 크다. 오죽했으면 대한상의가 정부대책에도 불구하고 법안 처리가 되지 않아 시장 혼란이 초래된다고 한탄했겠는가. 정부는 그동안 4·1 부동산대책, 8·28 전월세대책, 10·4 당정 부동산 취득세 인하 소급적용 합의 등 굵직한 정책을 쏟아냈지만 민주당의 반발로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사태가 이런 지경이니 시장 회생은 고사하고 병세가 더 깊어질 수밖에 없지 않은가.
부동산정책은 타이밍이 중요하다. 민주당은 부자 감세를 빌미로 법안 처리를 더 이상 지연시켜선 안 된다. 중증에 처한 '부동산 수술'을 늦추면 병세는 회복할 수 없는 지경에 빠져든다. 수술 환자가 부자인지, 빈자인지 따지는 부질없는 논쟁은 그쳐야 한다. 지금은 환자 생명을 살리는 일이 더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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