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1부대, 중국 민가에 페스트균 살포했다
안식년을 중국 베이징 대학에서 보내기로 하고 지난 3월1일 베이징으로 출국했다. 중국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나는 마음 한편에 731부대의 생체실험에 대한 생명윤리적 연구도 해야 한다는 생각이 커져갔다.
황우석 사태 이후 서울대 생명윤리위원회 위원이 되고 간사를 하면서 보건복지부의 지원을 받아 2008년 미국 생명의학연구윤리기관(Western IRB)에 2개월간 연수를 가게 되었다. 그때 도서관에서 가난한 흑인을 대상으로 매독 생체실험을 한 미국 터스키기 매독 연구의 생명윤리를 연구하게 되었으며, 2009년 〈미국 터스키기 매독 연구의 생명윤리 논란과 그 영향〉을 발표하게 되었다.
이렇게 미국 중심의 생명윤리사를 연구하면서 동아시아 학자로서 731부대의 생체실험에 대한 연구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었다. 2012년 대한기관윤리심의기구협의회(KAI RB)의 프로젝트 일환으로 독일을 방문할 때 나는 베를린 헌책방을 순례하면서 나치 독일의 유대인 생체실험에 대한 자료를 구입해 모았다. 731부대를 연구하기 위해서는 나치 독일의 유대인 생체실험을 계기로 1947년 제정된 뉘른베르크 강령과 다른 윤리적 원칙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고문으로 사상범 만든 뒤 생체실험 동원
그중에서도 특수이송 자료를 가장 눈여겨보았다. 진청민 관장 등 중국 연구자들이 일본 관동군이 철수할 때 소각한 자료더미에서 찾아낸 것으로, 일본 관동군이 항일 지사와 소련에 월경한 사람들을 체계적으로 731 특설감옥에 특수이송해 생체실험의 ‘실험재료’로 이용했다는 사실과 그렇게 희생된 총 336명의 실명을 확인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기 때문이다. 그 속에는 한국인도 6명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나는 타다 남은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특수이송 자료 원본에서 뭔가 더 중요한 역사적 사실을 찾고자 했다. 그 결과 핑팡에 대규모 생체실험 시설을 갖춘 일본 관동군이 관할 범위(관동군의 관할 범위는 만주국과 한반도 북부를 포함한다)에서 다수의 일반인을 모진 고문과 자백에 근거해 첩자 혹은 사상범으로 만든 뒤 생체실험에 강제 동원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가 1943년 1월에 발표한 〈페스트균 무기의 효과 약산법(PXノ效果略算法)〉이라는 논문이었다. 그 논문에는 눙안(農安) 등 8개 지역에서 1940년 6월4일 페스트균 5g을 살포했는다는 사실이 명시되어 있다. 그 논문을 꼼꼼히 읽으면서 731부대 내부의 실제 세균실험 작전에 대한 상세한 보고를 기초로 세균실험의 효과를 구체적으로 분석한 ‘기존작전해석표(旣往作戰解析表)’가 훨씬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적의 방역공작’의 여부 등을 고려한 유행의 지속성(A), 페스트균의 양을 넘어선 독성의 생존율·보균율·전염능력 유지율 등을 기초로 한 독성의 지속성(B), 생활조건에 따른 감염률(D), 페스트균의 감염력(E), 무기의 재질에 따른 벼룩의 생존율 등을 고려한 PX의 도달률(O)을 분석하고, 논문 말미에서 “B, E, O의 수치 추정에 대한 이유는 각 작전의 상황을 상기하는 것이기에 생략한다. 세부는 각 작전 상보를 상세하게 참조하라”고 분명하게 밝혔다. 이러한 언급은 1940년 6월4일 눙안 지역에서 페스트균을 의도적으로 살포해 세균실험을 했음을 분명하게 확인시켜주었다.

이 논문에 기초해 이시이 시로는 1943년 11월 군의학교 가운데서도 눙안 지역의 세균실험이 가장 효과적이었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가네코의 논문을 볼 때, 하얼빈 핑팡의 특설감옥에서 수많은 생체실험을 통해 발견한 페스트균 등을 눙안과 신징(新京·현 장춘) 지역에서 현장 실험하고, 그 효과를 확인한 후 세균전을 실시했으며, 또 1940년에서 1942년에 이르는 세균전 또한 더 큰 세균전을 위한 실험적 성격이 강하다는 사실을 밝혀낼 수 있었다.
더 경악할 대목은 민간인 지역공동체를 대상으로 세균실험을 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생명윤리적으로 대단히 중요하다. 세계적으로 그렇게 잔인한 생체실험은 전무후무하기 때문이다. 또한 세계 생명윤리에도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지금까지의 세계 생명윤리의 기본은 자발적 동의 원칙이지만 이는 실상 개인주의적 동의 원칙이라 제3세계 학자들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731부대의 생체실험이 세계 생명윤리사에서 재평가된다면, 개인주의적 동의 원칙을 넘어, 공동체적 동의 원칙 또한 세계 생명윤리에서 중요한 원칙으로 재평가될 것이며, 그 역사적 근거가 마련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731부대에 대한 도쿄 특별재판이 이루어졌다면, 뉘른베르크 강령과 상응하는 어떤 동아시아 생명윤리를 발전시킬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연구를 진행하면서 느낀 것은 중국 연구자들은 민간인 대상 생체실험이라는 중요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지만, 일본 연구자들은 알고도 침묵한다는 점이다. 10월30일 국제회의에서 발표한 이번 연구 결과는 일본 아베 정권이 과거 제국주의적 침략을 부정하는 것이 오버랩되면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그 결과일까? 731부대 등 과거사 문제를 위한 한·중·일 학자의 연구 모임이 동아시아 평화를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는 주장을 중국 수도 베이징에서 할 수 있었다.
서이종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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