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1부대, 중국 민가에 페스트균 살포했다

서이종 2013. 11. 25.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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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이종 교수는 일본군 '731부대'가 1940년 6월 중국 민간인 지역에 페스트균을 살포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세균전의 이론을 세운 가네코 준이치의 논문을 분석해 731부대의 만행을 새롭게 드러냈다.

안식년을 중국 베이징 대학에서 보내기로 하고 지난 3월1일 베이징으로 출국했다. 중국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나는 마음 한편에 731부대의 생체실험에 대한 생명윤리적 연구도 해야 한다는 생각이 커져갔다.

황우석 사태 이후 서울대 생명윤리위원회 위원이 되고 간사를 하면서 보건복지부의 지원을 받아 2008년 미국 생명의학연구윤리기관(Western IRB)에 2개월간 연수를 가게 되었다. 그때 도서관에서 가난한 흑인을 대상으로 매독 생체실험을 한 미국 터스키기 매독 연구의 생명윤리를 연구하게 되었으며, 2009년 〈미국 터스키기 매독 연구의 생명윤리 논란과 그 영향〉을 발표하게 되었다.

이렇게 미국 중심의 생명윤리사를 연구하면서 동아시아 학자로서 731부대의 생체실험에 대한 연구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었다. 2012년 대한기관윤리심의기구협의회(KAI RB)의 프로젝트 일환으로 독일을 방문할 때 나는 베를린 헌책방을 순례하면서 나치 독일의 유대인 생체실험에 대한 자료를 구입해 모았다. 731부대를 연구하기 위해서는 나치 독일의 유대인 생체실험을 계기로 1947년 제정된 뉘른베르크 강령과 다른 윤리적 원칙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독립기념관제공 일본군 731부대가 임산부에게 매독균을 주사하고 있는 자료 사진.
베이징 대학에서 안식년을 보내며 나는 731부대 죄상진열관의 진청민 관장에게 ‘7월에 방문하고 싶다’는 메일을 보내고 허락을 받았다. 7월1일 하얼빈 공항에 내려 공항버스와 택시를 갈아타고 핑팡의 731부대 죄상진열관에 도착했다. 이후 진열관 사무실에 연구실을 마련하고 연구를 시작할 수 있었다. 정기적으로 시내에 있는 731연구소에 자료를 받으러 갔다. 그렇게 2개월 동안 하바로프스키 재판과 선양 재판의 증언 자료, 그리고 특수이송 자료 등 세균전의 원자료를 읽을 수 있었다.

고문으로 사상범 만든 뒤 생체실험 동원

그중에서도 특수이송 자료를 가장 눈여겨보았다. 진청민 관장 등 중국 연구자들이 일본 관동군이 철수할 때 소각한 자료더미에서 찾아낸 것으로, 일본 관동군이 항일 지사와 소련에 월경한 사람들을 체계적으로 731 특설감옥에 특수이송해 생체실험의 ‘실험재료’로 이용했다는 사실과 그렇게 희생된 총 336명의 실명을 확인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기 때문이다. 그 속에는 한국인도 6명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나는 타다 남은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특수이송 자료 원본에서 뭔가 더 중요한 역사적 사실을 찾고자 했다. 그 결과 핑팡에 대규모 생체실험 시설을 갖춘 일본 관동군이 관할 범위(관동군의 관할 범위는 만주국과 한반도 북부를 포함한다)에서 다수의 일반인을 모진 고문과 자백에 근거해 첩자 혹은 사상범으로 만든 뒤 생체실험에 강제 동원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독립기념관제공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일본 제731부대의 세균전’ 전시회를 관람객들이 살펴보고 있다.
8월부터는 731부대 특설감옥에서 생체실험 이후 진행된 세균전에 관한 자료를 읽었다. 그 가운데 당시 세균전의 이론을 세운 가네코 준이치(金子順一)의 박사학위 논문을 받아보고는 탄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일본군 의학교 방역 연구보고서로 쓴 ‘우천 시 살포의 기초적 고찰(雨下撒布ノ基礎的考察)’(1941)은 그의 과학적 재능을 잘 보여준, 오늘날의 관점에서도 대단한 논문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학적 재능이 제국주의 정신을 가질 때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를 뼈저리게 느끼게 하는 논문이기도 하다. “세균무기로서 최후의 목표는 유행을 야기하는 것에 있다. 그에 대해 현재의 세균학 내지 유행병학의 지식은 하등 결정적인 사항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혹은 세균이 어떻게 감염을 일으켜 다시 유행으로 발전하는지, 그를 위하여 어떤 외적 및 내적 조건이 필요한가 하는 것은 전부 미지의 영역에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세균무기를 어떻게 살포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지를 실험하는 기초 연구를 실시했으며, 실제 살포 결과에 미치는 살포 속도·방식, 풍향, 온도, 습도 등을 면밀히 검토했다. 그는 제국주의자로서 항상 세균(무기) 살포를 염두에 두고 있었으며 그의 논문은 1941년 이후 세균무기의 공중 살포에 중요한 이론적 바탕이 되었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가 1943년 1월에 발표한 〈페스트균 무기의 효과 약산법(PXノ效果略算法)〉이라는 논문이었다. 그 논문에는 눙안(農安) 등 8개 지역에서 1940년 6월4일 페스트균 5g을 살포했는다는 사실이 명시되어 있다. 그 논문을 꼼꼼히 읽으면서 731부대 내부의 실제 세균실험 작전에 대한 상세한 보고를 기초로 세균실험의 효과를 구체적으로 분석한 ‘기존작전해석표(旣往作戰解析表)’가 훨씬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적의 방역공작’의 여부 등을 고려한 유행의 지속성(A), 페스트균의 양을 넘어선 독성의 생존율·보균율·전염능력 유지율 등을 기초로 한 독성의 지속성(B), 생활조건에 따른 감염률(D), 페스트균의 감염력(E), 무기의 재질에 따른 벼룩의 생존율 등을 고려한 PX의 도달률(O)을 분석하고, 논문 말미에서 “B, E, O의 수치 추정에 대한 이유는 각 작전의 상황을 상기하는 것이기에 생략한다. 세부는 각 작전 상보를 상세하게 참조하라”고 분명하게 밝혔다. 이러한 언급은 1940년 6월4일 눙안 지역에서 페스트균을 의도적으로 살포해 세균실험을 했음을 분명하게 확인시켜주었다.

당시 세균을 배양하고 생산했던 현장이 지금은 논밭으로 바뀌었다. 현장을 방문해 관련 증거를 수집하는 모습. 2013년 8월 9일.

이 논문에 기초해 이시이 시로는 1943년 11월 군의학교 가운데서도 눙안 지역의 세균실험이 가장 효과적이었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가네코의 논문을 볼 때, 하얼빈 핑팡의 특설감옥에서 수많은 생체실험을 통해 발견한 페스트균 등을 눙안과 신징(新京·현 장춘) 지역에서 현장 실험하고, 그 효과를 확인한 후 세균전을 실시했으며, 또 1940년에서 1942년에 이르는 세균전 또한 더 큰 세균전을 위한 실험적 성격이 강하다는 사실을 밝혀낼 수 있었다.

더 경악할 대목은 민간인 지역공동체를 대상으로 세균실험을 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생명윤리적으로 대단히 중요하다. 세계적으로 그렇게 잔인한 생체실험은 전무후무하기 때문이다. 또한 세계 생명윤리에도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지금까지의 세계 생명윤리의 기본은 자발적 동의 원칙이지만 이는 실상 개인주의적 동의 원칙이라 제3세계 학자들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731부대의 생체실험이 세계 생명윤리사에서 재평가된다면, 개인주의적 동의 원칙을 넘어, 공동체적 동의 원칙 또한 세계 생명윤리에서 중요한 원칙으로 재평가될 것이며, 그 역사적 근거가 마련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731부대에 대한 도쿄 특별재판이 이루어졌다면, 뉘른베르크 강령과 상응하는 어떤 동아시아 생명윤리를 발전시킬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연구를 진행하면서 느낀 것은 중국 연구자들은 민간인 대상 생체실험이라는 중요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지만, 일본 연구자들은 알고도 침묵한다는 점이다. 10월30일 국제회의에서 발표한 이번 연구 결과는 일본 아베 정권이 과거 제국주의적 침략을 부정하는 것이 오버랩되면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그 결과일까? 731부대 등 과거사 문제를 위한 한·중·일 학자의 연구 모임이 동아시아 평화를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는 주장을 중국 수도 베이징에서 할 수 있었다.

서이종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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