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베이징지점 인사 파동에 기업은행 지점 개소 제동

박해욱기자 2013. 11. 24. 18:2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中 당국 괘씸죄 걸려.. 국내은행 진출 막는 족쇄로"법인장 교체 자제하라" 경고 무시.. 한국계 은행 비현지화 문제 삼아예금보험제 등 규제 강화 움직임.. 중국내 영업 위축될까 노심초사

오는 27일로 예정됐던 기업은행의 베이징지점 오픈 기념식이 중국 금융당국의 요구로 취소된 것은 국민은행의 베이징지점 인사 파동이 결국 국내 다른 은행의 현지 진출까지 가로막는 족쇄가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표다. 겉으로 보기에는 기업은행 한 곳의 해외 진출이 막힌 것이지만 중국 금융 당국이 우리 은행들의 행위에 대해 얼마나 불신감을 갖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기업은행의 한 관계자는 "당초 중국 금융당국과의 협의를 거쳐 지점오픈 일정을 확정했던 것인데 최근 들어 기류가 크게 달라졌다"며 "개점오픈 행사를 언제 열지는 추이를 지켜보고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분위기가 그만큼 심상치 않다는 얘기다. 당장 한국계 은행들의 중국 내 영업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금융당국의 한 고위관계자는 "중국 당국은 한국계 은행의 비현지화 태도를 문제 삼고 있는데 그에 따른 괘씸죄로 보인다"고 말했다.

◇中 당국 수차례 경고 무시한 국내 은행에 불편한 심기

=지난 21일 열린 서경금융전략포럼의 강연을 맡은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국민은행 베이징 인사파동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 그는 "중국 금융당국이 10여 차례 넘게 우리 금융당국에 '경고'를 해왔다"며 "요지는 한국계 은행들의 잦은 (법인장) 인사교체를 자제해달라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대등관계에 있는 다른 나라 금융당국의 권고에 대해 '경고'라는 격한 표현까지 쓸 정도로 현지 불만이 누적돼 있음을 시사했다.

중국 당국은 한국계 은행들이 현지화 노력을 게을리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국민은행 법인장 인사교체 문제가 도드라져 있지만 중국 당국은 한국계 은행들의 태도 자체를 문제 삼고 있다. 그 중에서도 법인형태로 중국에 진출해 있는 은행들에 대한 불만이 크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해외법인은 해외지점과 달리 주주만 외국계일 뿐 온전히 현지 은행법을 적용 받는 현지 은행이라고 보면 된다"며 "이 때문에 각 국가별로 현지법인에 대한 요구는 지점에 비해 상당히 까다로운 편"이라고 말했다.

인세교체 논란만 해도 중국 당국은 업무 연속성 및 현지화를 위해 현지 임직원, 특히 법인장 같은 고위직에 대한 임기를 보장하고 일괄교체 등은 자제하라는 의견을 수년째 전달해왔다.

◇국내 은행 노심 초사

=한국계 은행들이 우려하는 것은 중국 당국의 태도변화다. 중국은 관료의 권위주의와 정부의 시장 개입이 어느 곳보다도 강하다. 중국 당국은 현재 한국계 은행이 중국에 지점을 신설할 때 한국 기업이 많이 진출해 있는 동부해안에 한곳을 내려면 내륙 지역에도 한곳을 설치해야 한다는 'One by one(하나씩 하나씩)'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실제로 동부해안 도시에 지점을 갖지 못한 일부 은행은 지점개설 승인을 얻기 위해 제반수요가 많지 않은 내륙지역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지점을 내고 있다. 그만큼 시장 개입이 강하다는 얘기인데 이런 상황에서 기업은행 문제까지 나오자 불똥이 어디로 튈지 긴장하고 있다.

◇앞으로가 더 문제

=금융시장 개방을 예고한 중국 정부가 이번 일을 계기로 규제의 강도를 더할 경우 중국 내 영업은 더욱 힘들어진다. 대표적인 것이 예금보험제 도입 논의다. 중국은 예금보험제도를 도입하지 않은 몇 안 되는 국가다. 지난 9일 공산당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중국 정부는 금융개혁의 시동을 예금보험제도 신설에서 찾기로 했다. 예금보험제는 금융기관 예금에 한도를 정해 국가가 보호해주겠다는 것으로 규제 강화를 수반한다.

더욱이 한국계은행은 낮은 수익성이라는 아킬레스건을 갖고 있다. 수익성이 낮으면 금융당국의 간섭이 심해질 수밖에 없고 자연스럽게 영업여건이 위축된다. 금융계에 따르면 중국에 법인형태로 진출한 4대 시중은행의 실적은 하나같이 바닥 수준이다. 신한은행 중국법인이 올 3ㆍ4분기 현재 약 70억원의 누적손실을 기록한 것을 비롯해 국민은행은 같은 기간 누적 손실이 191억원에 달한다. 한 시중은행 글로벌담당 부행장은 "중국 당국은 1년에 한번씩 경영평가를 하고 있는데 인사교체 문제나 낮은 수익성 문제 등을 트집잡기 시작하면 중국 내 영업환경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해욱기자 spooky@sed.co.kr

[ⓒ 인터넷한국일보(www.hankooki.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