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여행] 스위스 융프라우, 神도 시샘하는 알프스의 보석

2013. 11. 18.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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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지붕' 스위스 융프라우. 이 지역엔 황홀하도록 아름답게 펼쳐진 자연과 신비한 만년설의 트리오 아이거, 묀히, 융프라우가 있다. 그중에서도 유럽의 정상 융프라우요흐까지 가는 꿈같은 여행은 스위스 관광 의 백미로 불린다. 융프라우는 독일어로 젊은 처녀를 의미한다. 젊은 처녀가 수줍음이 많듯 시시각각 변하는 날씨 때문에 아름다운 모습을 보기가 여간 쉽지 않은데, 이게 수많은 관광객을 사로잡는 매력이기도 하다.

융프라우 여행은 툰 호수와 브리엔츠 호수 사이에 자리 잡은 휴양지 인터라켄에서 출발한다. 버니스 오버란트 철도를 타고 라우터브루넨까지 올라 벵겐알프 철도로 갈아타면 라우버 호른 스키대회로 유명한 벵겐에 이른다. 100년도 넘은 샬레풍 나무집들이 옹기종기 모인 마을. 차 없는 무공해 마을인 벵겐에 잠시 들러 이 지역 특산 치즈공장을 방문했다. 쿰쿰한 냄새에 시큼털털한 맛. 멋진 경치와 더불어 수정처럼 맑은 공기와 이상하게 어울린다.

벵겐을 거쳐 도착한 곳이 클라이네 샤이데크. 해발 2061m에 위치한 알프스의 심장이다. 수많은 하이킹 코스는 물론 어린이들도 걷기 좋은 오솔길이 여기서 시작된다.

클라이네 샤이데크에서 융프라우요흐에 이르는 마지막 구간을 달리는 융프라우 철도는 오늘날까지 철도 기술 역사상 가장 경이로운 업적으로 불린다. 그중 첫 번째 역인 아이거글레처는 '아이거 워크'와 같은 수많은 매력적인 하이킹의 출발지다.

열차는 곧 단단한 암벽을 깎아 뚫은 7㎞의 터널 속으로 들어갔다. 터널 안에 있는 아이거반트역에 잠시 정차했다. 눈앞에 보이는 깎아지른 듯한 아이거 북벽, 산 아래 까마득한 클라이네 샤이데크와 그린델발트의 모습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몇 분 뒤 아이스메어역에 이르러 마지막 숨 고르기를 했다. '얼음의 바다'라는 뜻대로 빙하와 설산의 장관이 한눈에 들어온다.

◆ 해발 3454m 융프라우요흐와 얼음궁전 드디어 해발 3454m. 유럽에서 가장 높은 융프라우요흐에 내렸다. 궂은날이 많다는데 운이 따랐다. 환상적인 만년설과 빙하의 세계가 눈앞에 펼쳐진다. 눈부신 알프스의 풍광을 보자 결코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임을 직감했다. 아른거리는 모습을 뒤로하고 잠시 빙하 20여 m 밑에 있는 얼음궁전에 들렀다. 어린이는 물론 어른도 단숨에 빠져들 만큼 아름답다.

다시 얼음궁전 위 117m 정도 더 높이 우뚝 솟은 스핑스 테라스(3571m)로 이동했더니 남쪽의 이탈리아 산봉우리까지 이어지는 알레치 빙하가 끝없이 펼쳐진다. 대장관이다. 무려 22㎞로 알프스에서 가장 길다. 또 북쪽으로 독일과 서쪽으로 프랑스까지 끝도 없는 전망이 장엄하게 펼쳐진다. 융프라우가 2001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게 놀랄 일이 아니다.

초가을까지만 해도 이곳에서 놀이 프로그램인 '스노펀'도 즐길 수 있었다고 한다. 아쉬움이 남는다. 묀히요흐 산장까지 오르는 만년설 하이킹도 날씨가 영하 2도로 따뜻해(?) 눈사태가 날까봐 포기해야만 했다.

융프라우까지 왔으니 당연히 이색적인 하이킹을 하고 싶었다. 아이거글레처역에서 클라이네 샤이데크까지 이어지는 '융프라우 아이거 워크'가 최고다. 융프라우 철도 마지막 구간을 따라 내려가는 이 길은 생각보다 쉬웠고 아름다운 풍광으로 가득했다.

클라이네 샤이데크에서는 빙하마을인 그린델발트로 가기 위해 다시 벵겐알프 철도를 탔다. 아이거 북벽 아래를 통과하며 이 지역에서 가장 아름다운 하이킹 코스를 지나간다고 한다. 알프스의 고봉들로 둘러싸인 그린델발트에서 하루 묵었다. 여기에도 어김없이 샬레풍 집들이 언덕을 사이에 두고 옹기종기 박혀 있다. 보면 볼수록 오래 머물고 싶어지는 그림 같은 마을이다.

◆ 산 위의 호수 '바흐알프' 하이킹 이튿날 찾은 곳은 휘르스트. 그린델발트에서 해발 2168m 고도에 있는 휘르스트까지 곤돌라를 타고 간단히 올라갈 수 있었다. 100㎞가 넘는 하이킹 길이 휘르스트에서 시작해 초원지대를 가로질러 뻗어간다. 그중에서도 아름다운 산 위의 호수인 '바흐알프'로 가는 길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맑고 청명한 스위스의 가을을 만끽하며 오솔길을 걷듯 산행을 이어갔다. 이곳은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어 연인이나 가족과 함께하면 정말 좋겠다 싶다. 해발 2000~4000m의 수십 개 고봉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광경을 상상해보라.

하늘을 나는 모험은 그 무엇보다 짜릿한 체험이다. 그래서 '휘르스트 플라이어'를 탔다. 시속 84㎞로 허공을 날아 수십 초 만에 800m를 순간이동시켜준다. 돌아올 때는 중간역인 보르트에서 내려 그린델발트까지 스쿠터 바이크를 타보자. '서서 타는 자전거'로 4.5㎞의 구불구불한 산길을 타고 마을로 내려가는 즐거움이 만만치 않다. 곤돌라로 올라가 휘르스트에서 하이킹을 마치고 어린아이처럼 마음이 부풀어 신나게 알프스를 누비며 되돌아온 것이다.

여기서 버니스 오버란트 철도를 타고 더 내려가면 출발지 인터라켄으로 가게 된다. 하지만 그 전에 시니케플라테로 방향을 틀어 늦은 열차를 탔다. 낭만적인 톱니바퀴 열차를 타고 가는 산행길. 평화로운 목초지가 끝없이 이어지고 아이거, 묀히, 융프라우의 신비로운 모습이 훤히 바라다보인다. 시니케플라테의 유서 깊은 산장호텔에서 여장을 풀었는데, 고지임에도 불구하고 650석의 최신 레스토랑을 함께 운영하고 있었다.

◆ 하더쿨룸 전망대서 본 호수 새벽부터 부산을 떨며 오른 곳은 산장호텔의 가까운 정상 다우베이다. 굽이굽이 산길을 오르면 알프스 고지 그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멋진 경치가 360도 펼쳐져 탄성이 절로 난다. 한편으론 저 멀리 인터라켄과 두 호수, 다른 한편으론 코앞에 융프라우의 거대 봉우리가 잠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게 아닌가. 내려오는 길엔 스위스 산록에 자라는 600여 종의 식물을 모아놓은 알프스 야외식물원을 둘러보았다. 꽃잎이 대부분 지고 말았지만 봄에 온다면 천상의 화원이 따로 없을 듯 아름답다.

좀 더 힘을 내 마지막으로 간 곳은 인터라켄 시내에 있는 산 하더쿨룸. 철도를 타고 10분 정도 오르면 파노라마 레스토랑이 있는 산 위에 닿는다. 인터라켄 시가지는 물론 융프라우를 비롯한 고봉들이 한 폭의 풍경화로 다가온다. 툰 호스와 브리엔츠 호수의 멋진 모습이 발 아래로 펼쳐지는데 이게 시니케플라테에서 보는 것과 또 맛이 다르다.

1년 365일 눈과 얼음으로 덮인 융프라우. 장엄한 산들의 세계다. 잠시 세상잡사를 떠나 아이거와 묀히를 나란히 두고 그린델발트, 휘르스트, 시니케플라테, 그리고 건너편 하더쿨룸까지 품에 안은 알프스의 거인이 펼쳐놓은 환상의 세계를 즐겨보시길 권한다.

▶융프라우 철도="4158m의 봉우리 융프라우에 사람들이 기차를 타고 올라가게 해보자." 융프라우 철도는 스위스 철도의 왕 아돌프 구에르 첼로의 대담한 꿈에서 시작됐다. 알프스를 산책하던 어느 날 그는 아이거와 묀히의 암벽을 통과하는 터널을 뚫어 융프라우 정상까지 톱니바퀴 철도를 건설하겠다는 대담한 생각을 했다. 16년에 걸친 대공사가 이어졌고 1912년 클라이네 샤이데크에서 출발해 9.3㎞ 구간을 오가는 철도가 개통됐다.

▶융프라우 항공편=체코항공을 이용해 프라하까지 가서 스위스 취리히행 비행기로 갈아타면 된다. 공항과 연결된 철도를 타고 인터라켄까지 바로 이동할 수 있다. 체코항공은 주 3회 운항하지만 대한항공 공동운항편을 이용하면 매일 갈 수 있다. 자세한 문의는 동신항운 홈페이지(www.jungfrau.co.kr)나 전화(02-756-7560)를 이용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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