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인테리어, 필요한 건 기술? 아니 용기

2013. 11. 14.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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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매거진 esc] 살고 싶은 집

시골 창고를 직접 개조해 살고 싶은 집으로 변신시킨 30일간의 셀프 인테리어기

고향 떠나 7년간 경기도 광주의 조그만 가구회사를 다니며 몸도 마음도 참 많이 지쳤다. 집 생각, 친구들과 부모님 생각 때문에 맘 편한 고향으로 다시 내려왔다. 고향 경주 근처인 울산시 울주군에서 나 혼자 편히 만들 수 있는 가구 작업실을 구하려고 부동산에서 나름 기가 막힌다고 소개해준 곳을 사방팔방 뛰어다녔지만 눈앞에는 소똥 가득 쌓인 축사와 다 허물어져가는 창고들뿐이었다. 허탈한 맘 안고 혼자 길을 걷다 덩그러니 서 있는 창고 하나를 발견하고 창문 너머로 빼꼼히 들여다보았다. 반은 창고, 반은 가정집으로 꾸며 숙식도 가능하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것이 아닌가! 당장 지나가는 동네 사람들 붙들고 창고 주인을 찾아 달라고 부탁했고 주인을 설득한 뒤 다음날 바로 계약했다.

집 구실이 갖춰져 놀랐지만 누가 봐도 '시골집'인 곳이다. 사람 사는 곳이 먹고 자기만 하면 되는 것이긴 하지만 먹고 자고 싶은 마음이 일단 먼저 들어야 하지 않을까? 결국 다음날부터 집 안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혼자서 집 안을 다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릴지 얼마의 비용이 들지도 몰랐다. 그냥 한달이면 다 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만 있었다. 그럴듯한 계획도 없이 그렇게 그냥 맘에 안 드는 싱크대를 무작정 뜯어내면서 그렇게 30일간 혼자만의 공사를 시작했다.

우선 실내 전체의 촌스러운 벽지를 뜯어냈다. 간혹 벽지에다가 페인트칠을 할 때 벽지를 벗겨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많이 고민한다. 벽지 상태가 우는 곳 없이 깔끔하고 양호하게 붙어 있다면 무조건 벽지 위 페인팅을 추천한다. 벽지를 벗겨내는 일이 생각보다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곳은 벽지 발림이 너무 형편없었고 곳곳에 울룩불룩 튀어나온 곳이 많았기 때문에 도저히 벽지 위에 페인팅을 할 엄두가 생기지 않았다. 물을 뿌려가며 불어난 벽지를 얇은 주걱을 이용해 며칠 동안 벗겨냈고 먼지도 장난이 아니었다. 벽지 뜯기가 재미 없어지자 싱크대를 철거했다. 상부장은 은근 무거워 혼자 들고 내려오다 휘청해서 거미줄을 얼굴에 뒤집어쓰기도 했다. 혼자 힘들고 외로웠다. 몸이 천근만근이었다.

셀프 인테리어를 하면서 가장 두려운 곳은 욕실이었다. 살면서 나 같은 일반인이 욕실 공사를 할지 누가 알았을까. 하지만 상태는 정말 너무나 안 좋다. 촌스러운 변기와 세면대 그리고 불필요하게 자리만 차지하는 욕조, 때가 가득 낀 오래된 타일들. 하나같이 맘에 들지 않았다. 세면대와 변기를 먼저 뜯어낸 뒤 며칠에 걸쳐 욕조를 철거했다.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면서 친해진 동네 철물점 사장님께 파괴용 기계(브레이커)를 빌려가면서 욕조 속 시멘트와 벽돌 더미를 모두 뜯어낼 수 있었다.

가장 두려운 곳은 욕실이었다세면대와 변기를 뜯어낸 뒤욕조 철거를 며칠에 걸쳐서 했다혼자 중얼거리고 소리도 질러가며벽타일과 바닥타일을 붙였다

진동이 꽤 세서 쉬어가며 큰 덩어리들을 조심스럽게 해치우고 작은 것들은 망치로 정리했다. 수많은 검색 결과 욕조 철거 뒤엔 방수를 하라는 의견과 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견이 반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모를 땐 그냥 하는 게 낫다 싶어 방수액을 구입해 발라봤지만 쉽지 않았다. 혼자 중얼거리고 욕도 하고 소리도 질러가면서 벽타일과 바닥타일을 붙이고 백시멘트를 이용해 타일 틈새를 모두 메꿔주니 지저분했던 화장실이 꽤 괜찮은 모습이 되었다.

난 여기저기 모두 새하얀 인테리어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전체적으로는 하얀색이되 원색을 써서 포인트를 주기로 맘먹었다. 일단 방을 제외한 벽체 모두를 흰색으로 페인팅했다. 큰방은 아늑하고 약간 가라앉은 느낌이 들 수 있게 회색으로 칠하고 작은방은 화사하게 초록색으로 칠했다. 칠한 벽면은 오염에 대비해서 모두 투명 광택제로 마감을 해주었다. 주방과 거실의 한 면은 새하얀 벽면의 그 차가운 느낌을 줄여보고 뭔가 하나의 집이라는 통일성을 주고 싶어 따뜻한 느낌이 나는 붉은색 파벽돌을 각각의 벽에 붙여 보았다. 바닥은 장판 대신 데코타일을 선택했다. 우리나라처럼 바닥에 보일러를 설치해서 난방을 하는 곳은 아무래도 장판이 가장 적합한 바닥재라고 생각되긴 하지만 나 혼자 하기엔 시공이 까다로울 듯해 낱장으로 붙이는 데코타일이 간단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데코타일은 바닥에 본드를 직접 발라 접착하는 것과 기본적으로 스티커가 붙어 있는 두 종류가 있는데 둘 다 장단점이 분명히 있다. 스티커식 타일은 간편하게 뒷면의 비닐을 벗긴 뒤 바로 붙일 수 있지만 그 뒷면에 발려 있는 접착제가 본드처럼 굳는 게 아니라 겨울철 난방을 할 때 자칫 울거나 들뜨는 일이 생길 수 있다. 일반 가정집에서는 조금 번거롭지만 난방용 본드를 이용해서 붙이는 식의 데코타일을 추천한다.

내부의 기본적인 바닥과 벽체가 되었으니 필요한 집기를 만들어야 한다. 가구를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았고 7년간 해왔던 일이니 내가 생각한 대로 재미있게 작업을 진행했다. 가구를 만드는 목재의 종류는 여러 가지가 있다. 좋은 원목을 이용할지 저렴한 가공목을 이용할지 선택은 자유다. 나는 판재라는 특성상 쉽게 재단할 수 있고 그나마 가격이 저렴한 미송합판을 선택했다. 기본적인 스케치가 나오면 시공할 곳의 치수에 맞게 계산기를 두드려가며 재단하고 태커(압착 망치)를 이용해 붙여 나가면서 최대한 요란하지 않고 간단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제작했다.

큰방엔 간단한 구조의 침대와 항상 꿈꿔오던 벽면 한쪽을 모두 채우는 책상을 만들었다. 책상 자체가 길어지니 상대적으로 폭을 좁게 해서 많은 자리를 차지하지 않게 하고, 외부에 두면 그다지 보기 좋지 않은 컴퓨터 본체와 연결된 선들은 아래쪽에 문을 달아 수납하고 가려두어 훨씬 깔끔하게 보이게 했다. 집 안을 꾸미면서 나에게 필요한 여러 가지 가구나 소품 중 최대한 내 손으로 만들 수 있는 것들은 직접 만들어 보려 했기에 새로 구입한 물건은 그렇게 많지 않아서 많은 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 주방과 거실에는 선반을 달아 수납하고 벽면에 그림과 장식품으로 꾸며 주니 예전의 그 촌스럽던 집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셀프 인테리어는 시작만 조금 두려울 뿐이다. 인터넷을 뒤져가며 공사 방법을 알아내고 그걸 직접 해보면 처음은 당연히 버벅대다가도 몇번 하다 보면 어느새 손에 익기 시작한다. 힘이 조금 든 것 빼곤 생각보다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물론 전문가의 손에 맡기면 훨씬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겠지만 엄청난 공사 비용은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적은 비용으로 조금 엉성해도 내 손으로 내가 살 집을 꾸민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기분 좋은 경험이었다. 살면서 조금 낡아버린 가구나 상처 난 집 안 곳곳을 고칠 때 무조건 전문가를 찾기보단 내 손으로 한번 해보는 것,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셀프 인테리어는 단지 시작할 수 있는 용기만 가지면 되는 것이니까.

이민희/지화자공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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