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Travel|보령 ② 산길

글 채동우 기자|사진 김태우 기자 2013. 11. 8.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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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안 보물이 한눈에 들어오네
오서산..자연휴양림~억새능선길~정상~자연휴양림

보령(保寧)의 지명은 '안녕을 지킨다'는 뜻이다. 그래서일까. 보령의 마을들을 쭉 돌아보면 아늑하지 않은 곳이 없다. 그리고 이 평온함과 풍요로움 뒤에는 보령을 지키고 있는 오서산이 있다. 오서산은 해발 791m로 보령 일대에서 가장 높다. 하지만 막상 오서산에 올라보면 어느 한 곳 모나거나 삐뚤지 않다. 멀리서 바라보는 오서산은 마치 아들을 내려다보는 아버지처럼 온화하고 듬직하다. 이런 오서산이 있기에 보령의 안녕이 지속되는 게 아닐까.

문제의 구름. 오서산 줄기를 두고 반쪽이 구름에 휩싸였다.

보령 쪽에서 오르는 길이 산행시간 짧아

오서산은 보령시와 홍성군에 걸쳐 뻗어 있다. 그러다 보니 들머리도 제각각이다. 어떤 곳으로 오르건 정상으로 통하니 문제 될 건 없지만 보령에 위치한 오서산 자연휴양림을 들머리로 잡으면 산행시간을 줄일 수 있다. 오서산 자연휴양림에서 출발하는 산행코스도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임도를 따라 걷다가 산길로 빠져 능선을 따라 정상으로 향하는 코스고 다른 하나는 월정사를 지나 통신탑 뒷길로 해 정상에 다다르는 코스다. 둘 다 정상까지 산행시간은 2시간 정도로 길지 않다. 걷는 동안 풍경을 즐기기에는 후자가 좋고 오서산의 억새 구경이 목적이라면 전자가 조금 편하다. 취재팀은 가을을 반기며 핀 억새를 목표로 하고 첫 번째 코스를 택했다.

정상으로 향하는 능선길에도 구름이 가득 폈다.

A6 지점 삼거리에는 큰 안내판이 있다.

오서산 자연휴양림 관리사무소에서 주차장 쪽으로 걸어간 뒤 숲속수련장을 지나면 임도가 시작된다. A1이라고 적힌 표지석이 보이는데 이 표지석을 보고 따라 걸으면 된다. 임도라고 밋밋하고 재미없는 길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차량통행이 제한된 길이라 꽤 호젓한 분위기를 뽐낸다. A4 표지석이 박힌 임도까지 걸으면 산비탈 쪽으로 계단이 보이고 이제부터 본격적인 산길이 시작된다.

오서산은 매년 가을이 되면 억새가 장관을 이룬다.

산길은 거칠거나 험하지 않다. 월정사를 지나는 코스보다 다니는 사람이 적어 흙길도 제법 폭신하다. A6 표지석이 있는 곳에 다다르면 삼거리에 다다르게 되고 커다란 안내판이 보인다. 정상까지 0.9km가 남았다는 화살표를 따라 걸으면 된다. 그런데 산행을 시작할 때만 해도 파랗던 하늘이 점점 어두워지고 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이래선 제대로 된 억새밭을 구경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했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

가파른 오르막의 끄트머리, 능선을 앞에 두고 하산하는 일행을 만났다. 대천 한화콘도 직원 김종현씨는 "오서산 정상 일대에 억새가 꽤 피어 볼 만하다"라며 "날씨가 좋으면 대천 바다까지 한눈에 조망되지만 지금은 갑자기 구름이 껴 보기 힘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오서산은 모나거나 삐뚤지 않아 산행이 힘들지 않다.

정상에서 배낭을 풀고 휴식을 취했다. 이정표가 잘 되어 있어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유명산를 탄 산에 비해 등산로가 폭신해 걷는 재미가 있다.

대천항, 죽도, 무창포 등 서해안 일대 조망할 수 있어

능선길 진입 직전에 만난 암릉에 올라서니 하산하던 일행의 우려가 무슨 말인지 알 수 있는 풍경이 펼쳐졌다. 오서산을 가운데 두고 왼쪽이 하얀 구름에 뒤덮여있었다. 꾸역꾸역 산을 타고 넘어 세를 넓히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는 듯 보였다. 구름이 장악한 구역은 오서산 정상 쪽이었고 이 정도 상태가 지속되면 조망은커녕 억새밭 풍경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잠시 구름이 멈춘 순간. 능선을 타고 억새밭을 건너오는 등산객이 보인다.

A10 표지석을 기점으로 억새밭은 시작됐다. 취재팀이 오서산을 찾은 날은 10월 10일. 능선길 주변으로는 억새들이 폈지만 만개한 상황은 아니었다. 하지만 문제는 따로 있었다. 3m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구름이었다. 구름만 끼지 않았다면 드넓게 펼쳐진 억새밭을 감상할 수 있었을 테지만 당시 상황은 눈앞에 몇 가닥의 억새만 보여도 감지덕지한 상태였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격언을 곱씹으며 정상에서 기다린 시간만 한 시간 남짓. 구름은 당최 걷힐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몇 초 상간으로 구름이 걷히기도 했지만 이내 다시 뿌연 시계로 되돌아왔다. 그러나 흐르는 구름사이로 잠깐 보였다가 사라지는 풍경은 경이로웠다. 오서산 아래 성연리 일대는 황금빛으로 물들어 있었고 고즈넉한 마을 풍경은 가을의 향기를 오롯이 품고 있었다. 비록 정상에서 대천과 무창포 등 서해안 일대를 조망할 순 없었지만 오묘한 느낌으로 흐르는 안개와 그 사이로 언뜻언뜻 비치는 풍경 덕에 아쉬운 마음을 덜 수 있었다.

보령의 수문장 오서산이 낯선 타지인에게 서해안의 보물을 보여주기엔 마음이 내키지 않은 듯했다. 더 버티고 있어본들 굳게 닫힌 오서산의 마음이 풀릴 것 같지도 않았다. 아니나다를까, 허탈한 마음으로 산행을 끝내고 오서산을 올려다보니 거짓말처럼 안개가 걷혀있었다.

산행중에 만난 김종현, 김기철씨. 맑은 날에는 정상에서 서해안 일대가 조망된다고 조언했다.

쉽게 조망을 허락하지 않은 오서산. 멀리 가을 들녘이 보인다.

오서산 길잡이

오서산 자연휴양림에서 오서산을 오르는 산행코스는 크게 두 가지다. 1번부터 오르는 방법은 풍경이 좋으나 경사가 살짝 가파른 편이고 A1부터 오르면 경사는 완만하지만 능선까지 올라야 풍경이 좋다. 200~300m 간격으로 박힌 표지석과 삼거리마다 표시된 이정표를 따라가면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보령 즐겨찾기-마블로즈 돼지카페

폐교를 산뜻한 느낌으로 리모델링한 돼지고기 전문 식당. 충남서부 고품질 양돈클러스터 사업단에서 오메가-3 사료를 먹여 키운 돼지고기가 주메뉴다. 저녁 시간에는 구이용 고기들이 인기가 많지만 점심 메뉴들도 가격대비 훌륭하다. 2인 이상 주문이 가능한 행복세트는 제육볶음 외에 우렁쌈장, 된장찌개, 계란찜이 함께 나와 든든하게 한 끼를 채울 수 있다.

메인 요리인 제육볶음은 껍데기 부분이 살아 있어 씹는 맛이 좋다. 식사 후에 학교운동장이었던 넓은 잔디밭에서 쉴 수 있는 것도 특징. 행복세트 8,000원. 충청남도 보령시 청소면 진죽리 282-5, 041-931-8090

글 채동우 기자|사진 김태우 기자 / eastrain@outdoo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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