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왜 늘 '을'이지?" "그러니 오래 가죠"

2013. 11. 7.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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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7년째, 시즌12 종영 앞둔 tvN '막돼먹은 영애씨'의 김현숙과 한상재 PD

[동아일보]

tvN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12의 마지막 회 촬영이 있던 5일 경기 고양시 촬영장 주변 카페에서 만난 주인공 김현숙(왼쪽)과 한상재 PD. 김현숙은 "영애에게 일어난 일이 예언처럼 똑같이 내게 일어날 때가 많다. 제발 영애가 잘되면 좋겠다"고 했다. CJ E & M 제공

서른여섯 미혼 여성 이영애. 뚱뚱하고 예쁘지 않다. 영세한 광고회사 디자이너지만 본업 외에 광고영업 일도 한다. 성실하고 씩씩한데 불의를 보면 못 참는 '막돼먹은' 성격. 연애를 하면 아낌없이 퍼주다가, 눈물 콧물 다 흘리며 쿨하지 못하게 헤어진다. 요즘 그는 새로 옮긴 회사의 바람둥이 노총각 사장을 짝사랑 중이다.

"대본을 보면 가끔 답답하죠. 얘, 미쳤니? 저런 사람을 왜 좋아해? 연애 기술도 그렇지, 서른여섯이 넘도록 발전이 없어요."

tvN 시트콤 '막돼먹은 영애씨'(막영애)에서 7년째 타이틀 롤을 맡고 있는 김현숙이 답답한 듯 목소리를 높이자 옆에 있던 한상재 PD가 영애를 두둔했다. "그런데 그렇게 자기감정에 솔직하니까, 예쁜 척 포장하지 않으니까 우리가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거 아니겠어요."

막영애는 케이블계의 '전원일기'로 불린다. tvN 개국 초기인 2007년 시작해 올해 시즌12에 이르렀다. 횟수로는 220회 가까이 된다. 캐스팅 당시 16부작 시트콤을 생각하고 시작했던 김현숙은 '동갑내기' 캐릭터 영애와 함께 6년을 보냈다. 2010년 시즌8 서브 PD로 합류한 한상재 PD는 이번 시즌부터 메인 연출을 맡았다.

"200회가 넘으니까 헷갈려요. 작가들과 회의하면서 이런 소재 우리가 언제 하지 않았느냐고 서로 물어봐요. 그런데 삶이 원래 반복되잖아요. 요즘은 조금 겹치는 거 알아도 그냥 하죠."

막영애는 일과 사랑에서 주로 '을'에 머무르는 30대 노처녀의 이야기다. 페이크 다큐(허구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표현하는 방식) 형식의 이 작품에서 영애의 삶은 달콤한 로맨틱 코미디의 여주인공과는 많이 다르다. 영애의 연애 상대도 거래처인 '족발·보쌈집' 사장 아들, '훈남' 직장 동료 정도.

수많은 사무실 에피소드는 작가들이 직간접으로 경험한 것들이다. 그래서 이 시트콤은 특히 20, 30대 여성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는다. "겉으론 강해 보여도 속이 여린 건 영애랑 저랑 닮았어요. 그런데 식성은 달라요. 저는 고기보단 해물이랑 채소 좋아합니다. 연애할 때 '밀당'도 잘하고, 불의를 보면 꾹 참죠."

시즌12에서는 많은 것이 바뀌었다. 오랜 직장이던 '아름다운 사람들'의 사장이 사업을 접고 귀농하면서 영애는 동종업계인 '낙원종합인쇄사'로 이직했다. 한동안 팀장으로 승진하고 집도 장만해 '골드미스' 반열에 오른 듯했으나 이직과 함께 도로 평사원이 됐으며, 남자친구와 혼수 문제로 파혼하고 후배에게 돈까지 떼여 빈털터리가 됐다.

"영애가 너무 많은 걸 가진 여자가 됐더라고요. 앞으로 더 다양한 얘기를 뽑아 내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했죠."(한 PD)

"결국 시청자들이 영애의 적이죠. 영애가 어려울 때 응원은 하더라도, 진짜 잘되는 꼴은 못 보는 거예요."(김)

영애의 새 직장 적응기인 시즌12는 14일 막을 내린다. 시즌13은 내년 상반기에 방송된다. "앞으로도 영애의 사랑은 계속될 겁니다. 다만 영애 남자친구가 되면 극에서 일찍 하차해야 하는 아픔이 있죠. 결혼은 좀 이르지 않나요? 그럼 종영해야 하니까…."(한 PD)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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