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4일 교양 잠깐독서

2013. 11. 3. 19: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겨레] 수전 손택의 청춘 일기장

다시 태어나다수전 손택 지음데이비드 리프 엮음김선형 옮김이후·2만원

<다시 태어나다>는 미국의 예술 비평가 수전 손택(1933~2004)의 젊은 날의 내면을 엿보는 책이다. 1947~1963년, 14살부터 30살까지 쓴 일기를 모았다. 16년치 일기장은 그의 아들이자 엮은이인 데이비드 리프의 말대로 "끊임없이 깊고 넓게 배우려는 욕망"으로 점철돼 있다. 그 욕망은 '성적인 것'과 '지적인 것', 두 가지로 요약된다. 더러는 기다랗게 정돈된 문장으로, 더러는 짤막짤막 박아넣은 메모로, 그의 일기들은 한 비범한 청춘의 극심한 성장통과 엄청난 지식탐, 모든 문학 작품에 정통하려는 열망, 자신이 예술을 제대로 이해한다는 자신만만함을 드러낸다.

손택은 16살에 버클리대학에 들어가 이듬해 시카고대학으로 옮긴다. 그 17살에 사회학 강사 필립 리프와 결혼하지만 8년 만에 끝난다. 버클리 시절 처음 만나 1957년 프랑스 파리 시절 동거하는 '에이치'(H)라는 여성, 남편과 이혼 뒤 1953~63년 뉴욕에서 사귀었던 극작가 아이린 포네스가 주요 등장인물이다. 16살 어느 일기엔 이렇게 씌어 있다. "오늘 <데미안>을 읽었는데 실망했다. … 내가 반대하는 건 낭만주의적 어조(난 괴테의 '베르테르'는 좋다)가 아니라, 헤세의 사고가 지닌 유치함이다." 레즈비언 성향을 자각·발산하게 된 16살 또다른 날엔 이렇게 쓴다. "이제 사랑하는 것이 얼마나 좋고 옳은 일인지 안다. 나는 살아도 좋다는 허가를 받았다. 나는 다시 태어난다."

허미경 기자 carmen@hani.co.kr

인간사에 스며든 원소들의 이야기원소의 세계사휴 앨더시 윌리엄스 지음, 김정혜 옮김알에이치(RH)코리아·2만원

금, 은, 동(구리), 철, 황…. 화학을 배우는 사람이 아니라도 잘 아는 원소들의 이름은 주로 어디에서 듣고 익숙해질까? 실험실이나 주기율표가 아니라 생활용품이나 귀금속이나 뉴스 보도에서 일상적으로 더 자주 접하지 않던가. 금을 찾는 욕망이 몰려드는 '골드러시'나 궁정 음식의 안전을 은수저로 먼저 시험했다는 얘기처럼, 역사를 통해서도 원소 이름은 친숙해지지 않는가.

화학을 전공한 영국 과학저술가인 휴 앨더시 윌리엄스의 <원소의 세계사>가 다루는 이야기는 이런 물음을 던지며 '실재하는 대로의 화학'을 보여주려는 듯하다. 지은이도 "우리가 많은 원소를 실험실에 들어가지도 않은 채 문화적인 맥락에서 먼저 인식하며 알게 된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고 책을 쓴 동기를 전한다.

화학을 다룬 책이되 이 책에는 주기율표나 원소 기호가 등장하지 않는다. 원소 분류의 규칙도 바뀐다. 지은이는 갖가지 원소에 의한, 원소를 향한, 원소의 세상사 이야기를 힘, 불, 기술, 아름다움, 흙이라는 다섯 가지로 나누어 불러 모았다. 부와 권력을 안겨준 엘도라도의 황금, 강대국의 새로운 상징이 된 우라늄과 플루토늄은 힘의 세계에서 만날 수 있으며, 세상을 채색하며 예술가를 유혹한 원소들은 아름다움의 세계에서 마주친다. 이 책은 화학과 원소가 화학자의 연구 공간에 있는 게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인간사에 이미 스며 있었음을 보여준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복지천국' 노르웨이의 속살을 말하다나는 복지국가에 산다박노자 외 6명 지음꾸리에·1만6000원

18살 미만 아이들에게 무조건 1년에 230만원을 준다. 접시닦이로 주 5일 8시간 일하면 월 400만원을 번다. 노인들은 평균 월 300만원의 기초연금으로 생활하며 의료서비스도 무료로 받는다. 반면, 무상진료 한번 받으려면 최소 몇 주에서 몇 달이 걸린다. 월급 받은 다음날이면 수중에 남은 돈은 10만원 남짓, 범죄의 증가를 이민자 탓으로 돌리는 극우주의자들도 늘고 있다.

노르웨이는 정말 살기 좋은 나라일까? 한국인으로서 노르웨이에서 10년 이상 살아온 이들이 직접 경험한 복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세계 1위 복지국가라는 단순한 예찬이 아니라 무상교육, 의료보장제도, 노인복지 등을 한국의 실정과 비교하며 복지사회의 빛과 그림자를 담았다. 글쓴이들은 노르웨이도 장밋빛 유토피아는 아니라고 말한다. 다만 '돈 벌 능력이 없는' 사람들도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으며, 이는 지난 100년 동안의 노동운동이 만들어낸 평등과 사회적 책임에 대한 국민적 합의에서 온다고 설명한다. 이 때문에 복지라는 것은 박근혜의 기초연금 공약처럼 주겠다고 해놓고 언제든 취소할 수 있는 '주인님의 시혜'가 아닌 당당한 권리로 존재한다. 이 책을 기획한 박노자 교수는 '우리에게 노르웨이가 귀한 이유는 무엇인가'를 물으며 〈서유견문〉식 '따라 배우기'가 아닌 참고하되 우리 실정에 맞는 더 높은 이상을 추구하자고 말한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뇌과학·심리학의 창으로 본 사람살이뇌로 통하다김성일·김채연·성연신 엮음21세기북스·2만원

좋아해서 선택한다? 선택했으니까 좋아한다? 우리는 대개 전자가 상식이라 생각하지만, 후자가 정답일 수 있다. 2005년 발표된 심리학 실험 결과는 이런 선호와 선택의 희한한 역전 현상인 '선택맹'(choice blindness)의 존재를 드러낸다. 이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여성 2명의 사진을 보고 더 매력적인 여성을 선택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그리고 선택 뒤에는 골랐던 사진을 다시 보여주면서 선호한 이유를 설명하도록 요구받았다. 이런 선택 실험을 반복하면서 중간에 참가자가 덜 선호한 사진을 슬쩍 바꿔 보여준 뒤 왜 이 여성을 더 선호하는지 대답해보라는 식으로 속임수가 사용됐다. 놀라운 것은 참가자들 대부분이 사진이 바꿔치기됐다는 사실 자체를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왜 선택했느냐고 물었을 때 "귀걸이가 마음에 든다" "짧은 머리가 좋다"는 식으로 이를 합리화하는 답을 늘어놓았다. 이는 결국 선택이 선호를 바꾸어버린 사례다. 결국 나 스스로 소신이라고 믿고 있는 '합리적 선택'이란 이런 '선택맹'의 결과일지 모른다. 인간은 항상 합리적 선택을 하는 존재가 아니다. 이런 만큼 찬반토론에서 일단 반대 선택으로 돌아선 사람을 다시 설득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도 알 수 있다. 청소년의 뇌가 왜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에 적합하게 움직이는지 등 최근 심리과학과 뇌과학의 연구 성과도 교육·경제·마케팅·문화 분야와 접목해 조근조근 들려준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선착순 바나나 500개'에 숙대생들 뿔났다"노! 노! 노!"를 "고! 고! 고!"로 잘못 듣다국방부 사이버 여전사의 '이중 생활''자랑스런 전두환 선배님'께서 올해 좀 바쁘시답니다[화보] ☆들의 레드카펫, 제50회 대종상영화제 현장

공식 SNS [통하니][트위터][미투데이]| 구독신청 [한겨레신문][한겨레21]

Copyrights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겨레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Copyright © 한겨레.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크롤링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