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삼성전자서비스 자살 노동자 2명 더 있다

2013. 11. 1.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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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아산센터 조아무개씨·원주 이아무개씨, 지난해 자살

"실적 압박·저임금에 시달리다 우울증·공황장애 심각"

회사 "집안 형편·빚 등 개인 사정에 따른 자살" 해명

삼성전자서비스센터 기사로 일하다 지난 31일 자살한 최아무개(32)씨 이전에도 이 회사에서 생활고와 열악한 노동조건을 비관한 2명의 자살이 더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11월 14일 삼성전자서비스 아산센터에서 외근직 수리기사로 일하던 조아무개(38)씨는 아침 7시30분 출근했다가 회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건너편 아파트로 올라가 투신했다. 동료 김아무개씨는 "조씨는 평소 고객들의 불평과 회사의 압박 사이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왔다. 월급도 적어 생계유지가 잘 안되니까 회사를 그만뒀다가 다시 복직한지 2~3달 정도 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동료들은 "회사 주차장 CCTV에 조씨가 차마 회사로 들어오지 못하고 다시 밖으로 나가는 장면이 촬영되어 있다"고 했다. 당시 센터쪽은 조씨가 우울증 치료 전력이 있다는 점을 이유로 산재 인정을 거부했다.

이에 앞서 강원도 원주지역에서 근무하던 이아무개 기사가 목을 맸다. 김씨는 거듭되는 생활고를 비관하며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잇달은 서비스 기사들의 죽음에 대해 삼성전자 서비스쪽은 삼성전자를 통해 "조아무개씨의 경우에는 평소 집안 형편이 어려워서 우울증에 시달려왔고 당시 경찰 조사에서도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로 명백하게 판명됐다"고 해명해왔다. 또한 원주의 이아무개씨는 "온라인 게임으로 막대한 빚을 지고 있었고 그로 인해 목숨을 끊었다"는 것이다.

회사쪽 해명에 대해 위영일 금속노조 삼성전자 서비스 지회장은 "멀쩡하던 직원들이 삼성전자 서비스에만 근무하면 정신병리적 증상을 일으키는 것이야 말로 삼성전자 서비스 센터의 근무조건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지난 9월27일에는 칠곡 지점에서 일하던 임아무개(36)씨가 뇌출혈로 목숨을 잃었다. 지난 8월부터 건강에 이상을 느껴 회사쪽에 여러번 무급휴무 요청을 했지만 재차 반려당한 끝에 일어난 임씨의 죽음을 두고 노조쪽은 과로사를 주장해왔지만 삼성쪽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임씨는 죽기 얼마 전 동료들에게 "(해피콜에서) 3번('보통'과 '불만' 사이의 점수)이 떠서 (대책서를 쓰다가) 밤 11시에 퇴근한다"는 내용의 카톡을 보냈다. 삼성전자서비스는 서비스 만족도를 확인하는 고객들의 평가인 해피콜에서 '보통'이하의 평가를 받은 이들을 밤 늦게까지 남겨 역할극을 시키거나 대책서를 쓰게 하곤 했다. ( <한겨레> 31일치 '마음을 짓밟는 감정노동' 참조 )

삼성전자서비스 노조는 "해피콜을 기준으로 실적을 압박하는 회사의 강력한 통제 정책과 근속 20년이 되어도 월 200만원이 넘기 어려운 급여제도 등으로 조합원 대다수가 우울증, 공황장애 등 정신적인 질병이 심각하다"고 했다. 지난 6월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에 나온 삼성전자 서비스 노조원들은 "한여름 성수기 때는 한끼밖에 먹지 못하는 날이 많다. 그래도 감정통제를 하면서 고객과 회사에게 기어야 하니 시시때때로 자살충동을 느낀다. 에어콘을 설치하다가 아래쪽을 보면 뛰어내리고 싶은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고 호소했다. 

최씨가 죽던 날은 <한겨레>에 삼성전자 서비스 노동자들 실태가 보도되고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박상범 삼성전자 서비스 대표이사가 증인으로 출두했던 날이다. 이날 노동조합원들은 월 100만원이 안되는 급여명세서를 사장에게 보이며 '이렇게 살 수 있겠냐'고 물었다. 박상범 사장은 "이런 정도일줄은 몰랐다"고 했지만, 노조원들의 면담요청을 거부하며 국감장을 빠져나갔다.

지금 충남 천안 성거읍 천안 장례식장에 차려진 최씨의 빈소엔 다음달이면 돌을 맞는 최씨의 딸이 아빠의 영정 사진 앞에서 해맑게 웃고 있다.

남은주 기자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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