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자영업자 빚더미, 한국경제 '새 뇌관'
중산층이 한계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금융기관의 리스크관리 강화와 하우스푸어와 전세가격 상승 등으로 중소득ㆍ중신용 가계의 채무부담이 갈수록 커져,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한국경제의 새로운 `뇌관'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자영업자 채무가 경기 부진으로 450조원 내외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31일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중소득(소득 3~4분위)ㆍ중신용(신용 5~6등급) 가계인 이른바 중산층의 채무부담이 증대되고 있다.
우선 중신용 가계의 대부업체 이용이 증가했다.
2010년 말 13.4%였던 대부업체의 중신용 차주(돈을 빌린 사람) 비중이 2012년 말 현재 16%로 늘었다.
이는 정부의 가계부채 연착륙 대책에 따른 금융기관의 리스크관리 강화의 영향으로 한은은 분석했다.
금융기관의 리스크 관리가 고신용자에 비해 중ㆍ저신용자에게 집중되면서, 일부 중신용 가계의 대출이 은행이나 상호금융조합에서 대부업체 등으로 옮기는 풍선효과를 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금융기관의 중신용자 대출상환은 89조원으로 신규 대출 67조원을 크게 웃돌았다.
저신용자 대출상환도 26조원으로 신규 대출 25조원보다 많았다.
농협 등 상호금융조합의 중신용자 신규 대출 비중도 2010년 말 37.5%에서 지난해 말에는 29.1%로 8.4%포인트 하락했다.
하우스푸어와 전세가격 상승 등으로 주거비 부담이 증가하고 있는 것도 중산층 가계의 채무부담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세가격은 2008년부터 올해 6월까지 누적상승률이 중형과 소형주택의 경우 각각 36.9%와 36.6%로 대형주택(22.3%)을 크게 웃돌았다.
소득 3~4분위의 중소득 계층의 가계부채 중 전ㆍ월세 목적의 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비중은 각각 7.1%와 13.6%로 다른 소득분위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여기에 대부분이 중소득ㆍ중신용 계층에 속하는 자영업자의 영업환경이 경기부진 등으로 취약해지면서 채무부담을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월말 현재 전체 금융권에 대한 자영업자의 부채 규모는 450조원 이며, 금융기관별로는 은행 대출이 285조원, 비은행 금융기관 대출이 166조원이었다.
비은행 금융기관 비중이 2011년 말 34.3%에서 현재는 36.9%로 2.6%포인트 상승했다.
문제는 자영업자 부채가 높은 원리금상환부담 등으로 인해 금융권의 신용리스크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 자영업자 부채 중 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40%가 넘고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70%를 초과하는 잠재위험부채가 60조7000억원, 60세 이상이 보유한 고위험부채가 13조5000억원에 달했다.
부채 구조에 있어서도 자영업자 대출(은행 가계대출 기준)은 일시상환대출이 많은데다 만기도래가 특정 시기에 집중돼 있는 등 취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한은은 중ㆍ저신용 가계와 자영업자 대출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한은은 "중ㆍ저신용 가계가 대출상환 압박으로 어려움에 빠지지 않도록 가계의 채무상환 여건에 맞는 맞춤형 지원을 강화해 과도한 채무부담을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 본격화로 자영업자 확산과부채 규모는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단기적으로는 자영업자 대출 만기 연장 및 부동산담보대출 관련 규제 정비를 추진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자영업자 관련 통계체계의 정비를 도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민옥기자 mo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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