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대신 '수행평가' 하는 게 자유학기제?

2013. 10. 28.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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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수업 늘리는 게 전부? 흥미?적성 살릴 수 있는 교육방식으로 전환해야

[CBS노컷뉴스 윤철원 기자]

2학기 시작과 함께 '자유학기제'를 시범 운영하는 연구학교들이 닻을 올렸다. 교육부가 선정한 연구학교는 전국 42개 중학교. 자유학기제는 "학생들의 꿈과 끼를 살리는 교육을 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한 학기동안 학생들은 체험 혹은 참여형 교육을 받으며 적성을 키우고 진로를 탐색한다. 학생들에게 성적에 대한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필기시험도 없앴다. 하지만 자유학기제를 놓고 학교들마다의 해석은 엇갈리고 있다. 진로 지도 수업의 확대쯤으로 이해하는 학교들이 있는가 하면, 학습방법부터 교육과정까지 학교 교육과정 전반을 뜯어 고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학교들도 있다. CBS 노컷뉴스는 박근혜 정부의 공교육 개혁의 핵심이자 교육공약 1호인 '자유학기제'가 과연 어떤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 학교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편집자주]

< 글 싣는 순서 >

①'시험' 대신 '수행평가' 하는 게 자유학기제?

②자유학기제, '혁신학교'가 롤 모델 될 수 있다

↑ 자유학기제 연구학교인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학생 선택 프로그램으로 '신문으로 세상읽기'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민구홍)

지난 24일 서울의 한 자유학기제 연구학교의 6교시 수업시간.

1학년을 대상으로 자유학기제를 시행하고 있는 이 학교는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6교시를 학생들이 직접 듣고 싶은 수업을 선택하도록 하고 있었다.

하지만 말이 선택이지, 실제로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강좌는 고작 3개 프로그램.

학생 선택 강좌당 학생 수를 줄이기 위해 학년 전체를 둘로 나누다보니 수영 수업과 선택 수업을 번갈아 받게 했기 때문이다.

이날도 학생들의 절반은 수영을 나머지 절반은 선택 수업을 받았다.

선택 수업의 강좌들 또한 학생들의 흥미와 적성이 반영됐다기 보다 교사들의 편리성에 의해 정해진 듯 한 느낌을 지우기 힘들었다.

'신문으로 세상보기', '토론으로 생각 키우기', '내안의 작가 만나기' 등 논술 수업 일색의 강좌들을 학생들은 '선택'해서 들어야 했다.

시간표를 보더라도 학생 선택 강좌 1시간과 수영 1시간 등 2시간이 추가된 것 외에는 기존 수업 과정과 달라진 게 없었다.

수업과목과 방식에 별다른 변화가 없다보니 학생들의 반응도 냉소적이다.

1학년 한 학생은 "처음에는 시험을 안본다고 해서 좋아했더니 오히려 수행평가를 더 많이 봐서 힘들다"며 "선택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전부 좋아하지 않는 것"이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또 다른 1학년 학생은 "수업시간에도 (공부를) 안 하는 애들은 더 안 한다"며 "논술같은 수업만 한 시간 늘어났을 뿐 별로 달라진 게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자유학기제 담당 교사는 "사실상 일선 학교에서 교육과정을 바꾸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다"라며 "교육부의 모델은 다소 이상적으로 만든 것이지 실제로는 그렇게 하기 힘들다"고 털어놨다.

◈교육과정 혁신 없이, 한 학기에 그치는 '자유학기제', 의미 없어…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자유학기제의 취지에 맞게 '학생들의 꿈과 끼를 살릴 수 있는 행복한 교육'이 가능한 걸까.

교육부가 지난 5월 발표한 '자유학기제 시범 운영 계획'에 따르면 '수업 운영을 토론, 실습 등 학생 참여형으로 개선하고 자유학기를 교육과정 운영, 수업방식 등 학교 교육방법 전반의 변화를 견인하는 계기로 활용'한다고 밝히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자유학기제의 핵심은 단순히 학생 선택 수업이나 진로 탐색 시간을 늘리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 뒤 "학생들의 능동성과 흥미성을 이끌어냄으로써 학생 스스로 진로를 개발해 나갈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고 역량을 키울 수 있는 발판을 만드는 것"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지금까지의 지식과 경쟁 중심의 교육방식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즐거워 할 수 있는 수업을 위해 교육과정과 교수학습방법 등 학교 교육 전반을 변화시키겠다는 것.

이를 위해 교육부는 천편일률적인 교과 교육과정을 따르는 대신 각 학교마다 교육과정 편성의 자율성을 대폭 확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문제는 대부분의 교사들이 몸에 배어 있는 주입식?강의식 학습방법을 변화시키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때문에 대부분의 자유학기제 연구학교들은 기존 수업과정에 기껏 진로탐색 수업을 늘리거나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소화해내기 위해 외부강사를 초빙하는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일례로 제주 한라중과 서귀중앙여중의 경우도 자유학기제 운영 자료를 보면 수업내용이 기존 수업 과정과 큰 차이가 없음을 알 수 있다.

자유학기제의 일환으로 편제된 교과과정 중 절반은 기존 정규 교과시수에 포함돼 있던 음악?체육?미술?한문 수업을 일부 변형해 옮겨놓은 정도이고, 진로탐색 수업에는 관광지에서의 쪽 염색, 비누 체험, 빙떡 체험 등이 포함돼 있다.

학교 관계자는 "학생들의 나이가 어려 좋은 추억을 심어주는 정도로 가고 있다"며 "교사들이 학생 참여형 수업을 많이 해보지 않은 상황에서 한꺼번에 교수학습방법을 바꾸는 것이 쉽진 않다"고 말했다.

↑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1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수험생을 둔 학부모들이 수능기도를 올리고 있다(윤성호 기자)

◈자유학기제 성공하려면, 입시제도 개선 선행돼야

자유학기제가 성공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는 또 있다. 여전히 지식과 경쟁을 중요시 여기는 입시제도다.

엄연히 고교서열화가 존재하고, 중학생 때부터 고교 입시에 몰두하는 상황에서 과연 자유학기제와 같은 교육방식이 유지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다.

서울의 한 중학교 교장은 "중학교 1학년 때 자유학기제를 시행한다 해도 2, 3학년이 되면 명문대 진학을 염두에 두고 명문고 진학을 위한 준비를 하는 세태가 얼마나 달라지겠느냐"며 "근본적으로 입시 제도가 바뀌지 않고서는 여전히 반짝하고 사라지는 정책이 되고 말 것"이라고 지적했다.psygod@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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