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축구에서 대국굴기(大國崛起) 노린다..아시아 쟁패 넘어 세계정상 겨냥

2013. 10. 21.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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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봉의 중국이야기 45]시진핑 주석은 열렬한 '축구광…대대적인 '축구공정'(足球工程) 진행중

[미디어오늘 하성봉·언론인] 중국이 국제스포츠 무대에 서면 유난히 작아지는 종목이 있다. 바로 축구다. 2014브라질월드컵본선에 진출한 한국팀은 최근 브라질과 말리를 초청해 평가전을 갖는 등 축구열기가 뜨겁다. 그러나 월드컵진출에 실패한 중국은 내년 월드컵을 '남의 집 잔치판' 보듯 할 수밖에 없게 됐다. 세계무대에서 미국과 G2국으로 꼽히는 중국은 국제축구연맹(FIFA)이 발표한 세계랭킹에서 2013년 7월 현재 100위로 한참 처져있다. 당시 한국은 43위에 올랐다. 한국은 8회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그러나 중국은 2002년 한일월드컵 본선진출 한번 뿐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을 축구협회 명예주석으로 모시자"…홍콩 매체들 최근 대대적으로 보도

이런 가운데 홍콩의 '다궁바오(大公報)'가 최근 흥미로운 기사를 게재했다. 이 신문은 2013년 10월 14일자에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중국축구협회 명예주석으로 모셔야 한다"는 논평을 냈다. 양화(楊華)라는 필명으로 게제된 이 논평은 "11월에 열릴 중국축구협회 특별회의에서 논의될 초점은 주석과 부주석을 뽑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시 주석을 축구협회 명예주석으로 앉혀야 중국축구가 실제로 발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궁바오는 이어 "정부의 GDP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니고 국민들의 행복지수를 변화시킬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축구는 세계 제1운동"이라며 "그러나 중국축구는 세계제일의 웃음거리"라고 꼬집었다. 또 패션계 유명인사인 판쓰저(范思哲)는 "'국가의 축구'(國足)을 진작시키는 것이 '국가의 권위'(國威)를 세우는 것"이라며 "이것이야말로 대국굴기(大國崛起)에 해당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홍콩의 유명채널인 펑황위성(鳳凰衛視)TV는 이 내용을 인용보도하면서 "만약 이러한 가설이 현실이 된다면 중국축구협회에 큰 행운일 것"이라면서 "중국축구협회내의 혼란한 기구와 행정상의 대대적인 개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라는 근거를 댔다. 시 주석의 축구협회 명예주석 주장이 전혀 허무맹랑하지만은 않다. 공산당 단일통치국가에서 최고영도자의 한 마디는 소속공무원들을 바싹 긴장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시진핑 주석은 열렬한 '축구광'이다. 시 주석은 2012년 2월 19일 부주석으로 아일랜드를 방문했을 때 운동장에서 긴 외투에 구두를 신고 축구공을 직접 차는 시범을 보였다.출처=바이두

시진핑 주석은 자칭 열렬한 '축구광'….시 주석의 축구 관련 어록 및 행적

시진핑 주석이 처음 스스로 '축구광'임을 밝힌 것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직전 맹훈련중인 중국여자축구대표 선수들을 격려방문할 때였다. 당시 그는 "축구를 아주 좋아한다"고 고백했다. 당시는 부주석 자리에 있을 때였다.

그의 축구 사랑 행보는 이어졌다. 시진핑 주석은 지금까지 두 차례 축구공을 차는 장면이 언론에 공개됐다. 처음은 역시 베이징올림픽 개최 한달전인 2008년 7월 15일 친황다오(秦皇島)잔디 축구경기장 시찰에 나서 정장바지에 구둣발로 공을 찼을 때였다. 두번째는 2012년 2월 19일 부주석으로 아일랜드를 방문했을 때 체육회를 돌아보고 시범경기뒤 운동장에서 축구공을 직접 차는 시범을 보였다.

추운 날씨에 긴 외투를 걸치고 구두를 신었지만 떠오른 공의 각도로 볼 때 젊었을 때 '한 축구'했을 법한 몸동작이다. 공을 보면 차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는 데서 시 주석의 축구에 대한 열정을 엿볼 수 있다. 축구공을 차는 모습이 공개된 중국지도자는 시 주석이 처음이다. 이러한 모습은 중국 인민들과 축구팬들의 마음을 고무시키고 있다.

시진핑 주석의 "세가지 꿈"-월드컵 본선 진출∙개최∙우승…'축구 사랑'을 스포츠 외교에 적극 활용

"나 에게는 세가지 꿈이 있다." 미국의 흑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1929-1968)의 연설 내용이 아니다.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의 축구와 관련된 '중국꿈'이다. 시 주석은 틈만나면 "나는 월드컵 본선 진출, 월드컵 개최, 월드컵 우승이란 세가지 꿈을 갖고 있다"고 말해왔다.

그러면서 그는 축구를 스포츠 외교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지구처럼 둥근 축구공이 전세계인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시 주석은 2009년 독일을 방문했을 때 당시 독일리그 1위를 달리던 레버쿠젠(현재 손흥민 소속팀)의 10번이 적힌 유니폼 상의와 2006년 독일월드컵 공인구를 선물로 받으면서 "나는 축구를 정말 좋아한다. 중국에는 최고의 축구팬들과 세계적인 축구시장이 있다. 단 현재 수준이 비교적 낮다. 앞으로 쫓아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축구 최강국으로 자처하는 독일인들에게 자긍심과 중국에 대한 호감을 심어줬을 것은 자명한 일이다.

또 2013년 6월 5일 축구 강국인 멕시코를 방문해 연설할 때도 "본인은 축구광"이라며 "멕시코 감독으로 있는 밀루티노비치 감독때 딱 한번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적이 있다"며 축구를 화두로 말을 꺼냈다. 시 주석은 "멕시코가 중국과의 다이빙 스포츠교류를 통해 2001년미주대회 8종목에서 금메달을 휩쓸었다"면서 "앞으로 양국이 더 많은 금메달을 따기위해 협력하자"고 제안했다.

2012년 4월에는 중국을 방문한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환담을 나누던 중 "월드컵을 꼭 개최하고 싶다"고 말하며 월드컵 유치협조를 당부했다. 또 2011년 7월 4일 베이징에서 한국의 손학규 전 민주당대표가 회견뒤 박지성 선수가 사인한 축구공을 선물하자 "월드컵진출과 개최가 자신의 꿈"이라고 밝혀 은근히 지원사격을 요청했다.

2013년 10월 2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인도네시아를 방문했을 때 중국-인도네시아대표팀간의 경기에 앞서 결과예측을 질문받자 "축구의 매력은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는 데 있다"면서 "머잖은 장래에 양국이 월드컵 결승전에서 만나자"라며 약팀인 상대국을 격려했다.

시 주석은 젊었을 때부터 축구광…주말에 친구와 베이징 경기장에서 축구경기 관람 즐겨

시 주석이 다니던 베이징 101중학(중고교)은 늘상 축구를 하는 분위기였다. 1950-60년대에는 축구가 유행했다. 시 주석은 30대이던 1980년대 허베이(河北)성 정딩(正定)현 서기로 있을 때 주말을 이용해 베이징에 와서 절친한 친구로 중국바둑계 '기성'(棋聖)인 녜웨이핑(61∙聶衛平)이 입장권을 구해다 주면 궁런(工人)경기장에서 함께 관람할 정도로 축구광이었다. 시 주석은 녜웨이핑과 1983년 여름 상하이에서 중국팀과 영국리그 옥스포드팀과의 경기를 보다 수비선이 무너지며 0-5로 대패하자 둘은 실망해 경기장을 빠져나온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고 중국 인터넷에 보도되고 있다.

축구에 빠진 세계의 지도자들…메르켈 독일 총리, 시라크 전 佛 대통령, 전두환 전 대통령 등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여성총리도 축구광이다. 남아공월드컵때는 직접 경기장을 찾아 관전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때는 축구를 싫어하는 남편을 홀로 고향에 남겨둔 채 친구와 축구장을 찾을 정도였다. 이런 열정 때문에 현재 독일 리그는 영국 프리미어리그를 제치고 유럽 최강을 달리고 있다. 시라크 전 프랑스 대통령도 축구광으로 지네딘 지단의 열렬팬이었다. 그는 "여자와 축구를 제일 좋아하지만 그중 하나를 고르라면 축구"라고 말할 정도였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여성총리는 열렬한 축구광이다. 이런 열정 때문에 현재 독일 리그는 영국 프리미어리그를 제치고 유럽 최강을 달리고 있다.출처=바이두

지도자들의 각별한 관심은 스포츠가 발전하는데 필수적이다. 추징금 미납으로 가족이 구속되는 등 물의를 일으킨 전두환 전 대통령(82)도 축구광이었다. 군사정권의 위력으로 1983년과 1982년 기업사주들을 끌여들여 각각 프로축구와 프로야구를 출범시켰다. 프로스포츠가 월드컵 4강진출과 박지성∙손흥민∙기성용 등 해외파들의 활약, 국내축구 K리그의 붐 및 류현진∙추신수∙박찬호 등 걸출한 세계적 야구스타들을 배출한 밑바탕이 된 공로는 부인할 수 없다. 88서울올림픽 유치와 성공적인 개최도 그 뒤 한국스포츠가 세계무대에 진출하는 발판이 됐다.

중국 역대 지도자들도 스포츠 중시…마오쩌둥과 후진타오는 열렬한 탁구 애호가

중국도 마찬가지 생각을 갖고 있다. 중국 탁구가 국구(國球)로 부동의 세계정상에 군림하고 있는 것은 초대 국가주석인 마오쩌둥(毛澤東)이 중시했기 때문이다. 마오쩌둥은 탁구를 좋아했다. 셰이크핸드형으로 트릭과 두뇌 플레이에 강했다.

마오 주석은 1961년 일본팀과의 대결에서 "조상님이여, 우리가 이길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라고 기도를 올릴 정도로 탁구를 중시했다. 1964년 마오쩌둥은 쉬인성(徐寅生)이 < 어떻게 탁구를 치는가에 관하여 > 라는 글을 발표했을 때 "변증법(辨證法)이 충만하고, 도처에 유심주의(唯心主義)를 반대하고 있다"고 극찬하며 탁구를 공산주의 유물론과 결부시켜 해석했다.

그는 1971년 일본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일본팀이 우승을 장담하자 중국팀이 반드시 참가토록했다. 마오 주석은 "가서 몇 명이 죽을 준비를 해라. 아무도 안 죽으면 더 좋다. 고통을 두려워하지 말고, 죽기를 두려워말라"며 강력한 '전투지시'를 내렸다. 마오 주석의 이런 탁구 사랑은 마침내 1971년 4월 '핑퐁외교'로 미중관계의 물꼬를 텄고, 1972년 2월 21일 닉슨 미국대통령과의 역사적인 회담으로 연결됐다.

중국 역대 지도자들 모두 축구 중시…중국언론, 마오쩌둥, 저우언라이까지 들먹이며 분위기 띄워

시진핑 주석이 이러한 스포츠의 위력을 모를 리 없다. 중국 매체들은 역대 지도자들도 모두 축구를 좋아했다면서 분위기를 달구고 있다. 마오쩌둥은 축구선수들을 "축구 건장"(足球健將)(공을 차는 건강한 장수들)으로 불렀다면서 1950년대 중반 셴눙탄(先農壇)경기장에서 소련팀과 축구경기가 끝난 뒤 선수들에게 투박한 호남(湖南) 고향사투리로 "다더하오!"(잘 싸웠다!∙打得好) "다더하오!"(打得好)라고 외쳤다고 한다.

중국 탁구가 국구(國球)로 부동의 세계정상에 군림하고 있는 것은 초대 국가주석인 마오쩌둥(毛澤東)이 중시했기 때문이다. 마오 주석(사진 가운데)은 셰이크핸드형으로 트릭과 두뇌 플레이에 강했다.출처=바이두

저우언라이(周恩來)도 축구를 좋아했다. 톈진(天津) 난카이(南開)대학 시절 베이징의 칭화(淸華)대와 경기를 한 적이 있다. 저우언라이는 1960년대에는 중국 81중국팀을 이끌고 미얀마를 직접 방문한 중국축구 사상 최고위급 단장이었다. 덩샤오핑도 축구를 좋아했다. 덩은 1977년 7월 17일 베이징 궁런(工人)경기장에서 축구경기를 관람해 인민들의 열렬한 박수를 받았다. 덩샤오핑은 1974년 월드컵경기 기록영상물인 < 세계가 그들의 발아래 있다 > 를 구해 보기도 했다.

탁구애호가인 후진타오(胡錦濤) 전주석도 2009년 10월 16일 산둥(山東)성 지난(濟南)에서 축구선수들을 만나 "중국축구는 계속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시 주석의 축구에 대한 애착은 역대 지도자들을 훨씬 뛰어 넘는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 축구 올림픽뒤 5년째 제자리 걸음…2003년6월 태국에 1-5로 참패해 외국인 감독 전격 경질

문제는 중국 축구가 기대에 못미친다는 데 있다. 중국대표팀은 2013년 6월 15일 안후이성(安徽省) 허페이(合肥)축구장에서 태국에 1-5로 치욕적인 참패를 당했다. 하필이면 이날은 시진핑 주석의 생일이었다. 중국은 이날을 '6∙15참사'라 부른다. 올림픽이후 5년이 지났건만 축구 수준은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 것이다.

당시 축구팬들은 약체인 태국팀에 형편없는 경기력으로 패하자 1천여명이 경기장 안팎에서 난동을 부리고 인터넷에서는 비난여론이 급속히 확산됐다. 급기야 중국축구협회는 6월 24일 사과문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이와함께 스페인 출신인 호세 안토니오 카마초 대표팀 감독(58)을 6월에 전격 해임했다. 레알 마드리드, 스페인 대표팀을 이끈 전력으로 2011년 8월 부임한 카마초 감독은 2014브라질 월드컵 3차예선에서도 이라크, 요르단에 밀려 최종 예선조차 오르지 못하고 일찌감치 탈락했다.

또 2013년 치른 A매치에서도 우즈베키스탄, 네덜란드, 태국전 3연패를 포함해 1승 5패로 부진에 허덕였다. 2012년 9월11일 브라질 원정경기에서 브라질에 0-8이라는 핸드볼 스코어로 치욕적인 패배를 당했다. 이는 중국대표팀 사상 최악의 성적이다. 중국팬들은 이날을 '9∙11학살'이라고 부른다. 카마초 감독은 20전 7승2무11패의 전적중 월드컵탈락과 태국전 참패라는 결정타로 주저앉았다.

< 중국-브라질 경기 보기 http://cs.sports.163.com/match/report/2213.html>

중국 카마초 해임하면서 큰 돈만 날려 비난…10월 15일 약체 인도네시아와도 1-1로 비겨

중국도 3년계약 기간의 카마초 감독을 중도해임하면서 경제적으로 큰 희생을 치렀다. 카마초 감독은 당시 위약금 5150만위안과 세금 2500만 위안 등 총 7650만 위안(약 94억5천만원)을 요구하며 국제축구연맹(FIFA)과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소송으로 맞서 중국이 두 손을 들고 말았다. 연봉 60억원(전세계 축구 감독 연봉 10위권에 해당)이란 초특급대우로 카마초 감독을 데려와 위약금을 포함해 큰 돈만 날리자 중국축구협회에 비난이 빗발쳤다.

국내투자에는 소홀하면서 거액을 들여 외국감독을 영입한 것을 놓고 '주방장은 특급인데 식재료는 저급하다'는 비난이 빗발쳤다. 또 중국언론과 네티즌들은 '귀족축구'라고 비난하면서, 카마초를 복지부동(伏地不動)의 공무원을 일컫는 "철밥통"(鐵飯碗) 대신 "금밥통"(金飯碗)이라고 불렀다.

중국축구협회는 2011년 6월 24일 런던올림픽 예선탈락때도 "책임을 지고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차이를 인정합니다"란 성명을 발표한 적이 있다. 이에 축구팬들은 "축구협회는 맨날 사과만 하느냐"고 불만이 팽배해 있다.

중국대표팀의 최근 성적도 그리 좋지 못하다. 푸보(48∙傅博) 후보대표팀 코치를 임시감독대행으로 앉힌 중국은 2013년 7월 21일 주전이 빠진 일본과의 2013동아시안컵 1차전에서 1-3으로 뒤지다 간신히 3대3 동점으로 비겼다. 또 중국은 7월 24일 3년 5개월만에 홍명보 감독이 이끈 한국팀과의 경기서도 무득점으로 비겼다.

중국팀은 가장 최근 열린 10월 15일 약팀인 인도네시아와의 2015년아시안컵 예선C조 경기에서 1-0으로 앞서다 통한의 역습으로 1-1로 비겨 승점 4점으로 사우디에 이어 조 2위를 기록중이다. 강호 이라크(3위)와 한팀인 중국은 11월 시안(西安) 경기에서 인도네시아(4위)와 사우디(1위) 두팀중 한팀을 반드시 잡아야 하는 처지여서 축구팬들을 초조하게 만들고 있다.

중국 축구팀 무엇이 문제인가?...'소황제' 출신으로 팀웍 부족과 정신력 결핍이 가장 큰 원인

"'13억명중에 축구선수 11명을 못 추려내느냐?'라고 비아냥거릴 때 중국인들은 고개를 못든다"라고 < 중국공산당신문 > (中國共産黨新聞網)은 인터넷판에 2009년 10월 16일자로 기사를 게재했다. 중국축구협회는 태국에 1-5로 패한뒤 △현장지휘, 인원배치 등 전술 부족 △선수들의 사상해이 등 정신상태, 치열성 부족 △영예감 등 정신의지 박약 △선수 선발에서 조사연구 부족 등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중국축구협회와 남자축구팀이 사과문에서 인정했다.

1998년-2011년까지 10여년간 충칭 리판∙칭다오 피주∙베이징 궈안∙광저우 헝다 등 중국팀을 정상으로 이끌며 중국선수들의 특성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이장수(57) 전감독은 2013년 7월 < 일간스포츠 > 와의 인터뷰에서 "개인 능력들은 좋다. 그러나 팀으로 하는 축구경기에서 조직력이 갖춰지지 않은게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선수들이 죽기살기로 뛰지 않고, 개인 성향이 강한 게 대표팀에 영향을 미친 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또 2010년부터 1년5개월동안 중국 허난(河南)팀을 이끌었던 강원FC 김학범 감독은 2013년 7월 < 중앙일보 > 와의 인터뷰에서 "'한번 주전은 영원한 주전'으로 생각하는 안일한 정신력이 중국 축구가 극복해야 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배경에는 한자녀 가정출신의 '소황제' 병폐도 작용한다. 특히 부모들이 하나뿐인 자녀에게 힘든 운동을 안 시키려해 선수층이 얇다. 또 온상속에서 키워져 이기적이며 결국 팀플레이에 결정적인 약점이 된다는 것이다. 선수들이 어느 정도 몸값을 올리면 고된 훈련을 피하는 개인주의도 문제로 지적된다. 또 대표팀에서 부상을 당할 경우 클럽에서 몸값하락을 우려해 적극적으로 뛰지 않는다는 것이다.

선수들의 해이한 정신상태는 경기장에서 그대로 나타난다. 랴오닝FC의 한 선수는 2013년 2월 3일 광저우와의 경기중 주심의 머리를 때렸다. 판정이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였다. 또 춘절(春節∙설날) 휴가뒤 선수들의 음주로 예정된 평가전이 취소된 적도 있다.

중국축구가 한국에 무기력한 것도 악착 같은 정신력에 밀리기 때문이다. '공한증'(恐韓症)의 뿌리는 1978년 12월 17일 방콕 아시안게임에서 시작됐다. 당시 차범근 감독의 결승골로 0-1로 패하면서 '공한증'이 발병했다. 이후 32년동안 단 한번도 승리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2010년 2월 10일 동아시안컵 2차전에서 허정무 감독이 이끌던 한국대표팀에 3-0으로 승리하며 기나 긴 공한증의 고리를 끊었다. 그러나 3년 5개월여만인 2013년 7월 24일 열린 2013동아시안컵 경기에서 홍명보 감독의 한국팀과 0-0 무승부를 기록해 공한증의 망령은 여전히 떠나지 않고 있다. 역대 전적에서 한국은 2013년 10월 현재 29전 16승12무1패로 압도적인 우위에 있다.

중국 프로축구계의 승부조작 스캔들…상하이∙톈진∙지린 등에 거액벌금, 승점삭감과 선수 영구제명

중국 축구의 또다른 병폐는 승부조작이다. 중국축구협회 기율위원회는 2013년 2월 18일 상하이 선화(上海申花), 톈진 타이다(天津泰達) 등 12개 구단에 벌금 및 승점 감점 징계를 내렸다. 상하이 선화는 2003년 우승이 취소됐고 1억7천만원의 벌금이 부과됐다. 톈진 타이다, 지린 옌볜도 각각 2003년, 2006년 승부를 조작한 사실이 적발돼 벌금, 승점 삭감 제재를 받았다.

또 승부조작 가담자 58명중 33명을 축구계에서 영구제명시키고 25명에게 5년동안 축구활동을 금지하는 등 일대 폭풍이 휩쓸고 지나갔다. 영구제명자 중에는 2010년에 적발된 승부조작과 관련해 뇌물수수 혐의로 체포된 난융(南勇) 중국축구협회 부주석과 셰야룽(謝亞龍) 부주석이 포함됐다. 조선족 출신인 난융은 2001년 중국 축구대표팀 단장이 된 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본선진출의 공로를 인정받아 부주석까지 올랐으나 축구계내의 뿌리깊은 뇌물수수의 희생양이 됐다.

그는 200만위안(약 3억5천만원)에 달하는 뇌물을 받은 혐의로 2012년 6월 13일 톄링시(鐵嶺市) 중급인민법원에서 10년 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셰야룽도 2012년 단둥(丹東)중급인민법원에서 열린 1심 재판에서 10년 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중국축구협회와 수사기관은 2009년 초대형 승부조작 스캔들이 터지자 대대적인 조사를 벌여왔다. 당시 칭다오 블레이즈와 광저우 GPC가 승부조작으로 2부리그로 강등됐다. 이러한 승부조작은 결국 축구팬들의 불신과 외면을 자초했다.

중국클럽 '슈퍼리그'에 브라질 선수 30%…부동산 재벌 구단, 외국선수 대대적 영입

한국의 'K리그'처럼 중국에는 '슈퍼리그'가 있다. 1994년 출범해 내년에 20주년을 맞이한다. 1983년에 출범한 한국보다 11년 뒤진다. 2004년부터 1,2부로 나눠 1부를 '슈퍼리그', 2부는 '갑(甲)리그'로 부른다. 최하위팀은 갑리그(16개팀)로 강등되고 갑리그의 1위팀이 슈퍼리그로 승격한다. 아시아 국가중에서 유일하게 3부리그까지 운영된다.

광저우 에버그란데(22승4무1패)가 2013년 10월 6일 산둥 루넝을 4-2로 누르고 일찌감치 정상을 차지해 3년 연속 우승을 확정했다. 2013년 10월 18일 현재 산둥 루넝(17승4무6패), 베이징 궈안(12승8무7패)이 2, 3위를 각각 기록중이다. 중국 국가대표팀의 성적 부진과 대조적으로 슈퍼리그 상위팀들의 전력은 K리그 상위팀과 맞먹을 정도다.

현재 슈퍼리그 소속 16개팀중 부동산사업을 배경으로 성장한 구단이 13개에 달한다. 중국의 치솟는 부동산에 투자해 떼돈을 번 업계가 구단을 지원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갈수록 거액을 들여 외국선수들을 영입해 전력을 보강하고 있다. 2013년 3월 현재 슈퍼리그에 78명의 외국인 선수가 있는데 이중 42%인 33명이 남미출신이다. 이중 브라질 선수의 비중이 29%에 달한다. 광저우 헝다 3년간 선수영입에 535억원 투입…광저우 감독연봉 150억원은 국내 감독의 60배외국인 선수영입에 가장 적극적인 팀은 단연 광저우(廣州) 헝다(恒大)다. 광저우는 2010년만해도 2부리그에 속해 있었으나 거금을 투입해 3년연속 슈퍼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광저우는 지난 3년간 외국인 선수 영입에 총 5천만달러(약 535억원)의 이적료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에 브라질 출신 무리키는 이적료 350만달러(약 37억원)를 기록했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콘카는 이적료 1천만 달러(약 107억원)에 2011년 여름 합류했다. 득점선두(22골)인 브라질의 엘케손은 2012년 말 이적료 750만달러(약 80억원)에 입단했다. 한국의 중앙수비수 김영권(23)도 2012년 이적료 250만달러(약 26억원)에 J리그 오미야 아르디자에서 이적했다. 이들 4명의 영입을 위해 광저우는 총 2350만달러(약 251억원)를 썼다.

광저우는 선수 뿐만 아니라 초호화 감독으로 진용을 구축했다. 2012년 시즌중 한국의 이장수 감독과 계약을 해지하고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이탈리아를 우승시킨 마르첼로 리피(58) 감독을 데려왔다. 광저우는 리피 감독과 2012년 5월 2년 6개월간 연봉 1000만유로(약 150억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이 연봉액수는 세계정상급인 조세 무리뉴 첼시 감독, 카를로 안첼로티 레알 마드리드감독에 버금가는 대우다. 또한 최용수 서울FC 감독의 기본 연봉 2억5천만원의 60배에 해당한다.

게다가 광저우는 '리피 사단'으로 불리는 9명의 이탈리아 출신 스태프의 연봉과 계약금, 보너스까지 합쳐 총 3000만유로(약 435억원)를 투자했다. 리피 감독은 2012년 슈퍼리그와 FA컵 우승으로 화답했다. 또 2013년은 이미 우승확정한 슈퍼리그(현재 1위)를 필두로 챔피언스리그(4강), FA컵(4강)을 모두 석권할 계획이다. 광저우는 중국 대표선수 7명이 포진할 정도로 초호화진용을 갖추고 있다. 광저우는 2013년 1200억원 가량을 투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K리그에서 가장 많은 돈을 쓰는 수원, 전북, 울산과 비교해 4배가 넘는 수준이다.

슈퍼리그의 나머지 감독들의 연봉수준도 만만찮다. 슈퍼리그 감독의 2위연봉은 스벤 예란 에릭손(광저우 부리)의 200만파운드(약 35억원)로 1위 리피와는 115억원 차이가 난다. 3위는 세르히오 바티스타(상하이 선하)로 150만유로(약 22억원)다. 감독 연봉 4-7위는 10억-18억원이며 8-13위는 5-6억원, 14-16위는 1억여원정도다. 외국 감독은 모두 5억원대 이상이다.

슈퍼리그 선수들도 호화판 돈잔치…최고 연봉은 상하이 선화의 드록바와 아넬카 172억원

슈퍼리그에 진출한 외국 선수들의 연봉도 초고액이다. 2012년 8월 현재 1-2위는 상하이 선화의 디디에 드록바와 니콜라스 아넬카가 각각 1519만달러(약 172억원)를 기록했다. 3위는 다롄 아얼빈의 세이두 케이타로 1200만달러(약 136억원)이며 4위 루카스 바리오스(광저우 헝다)는 823만 달러(약 93억원)다. 5,6위인 야쿠부 아예그베니(광저우 부리), 다리오 콘카(광저우 헝다)는 각각 785만 달러(약 89억원)와 700만달러(약 79억원)를 받으며, 7-10위도 20억-40억원을 기록중이다.

상위 연봉은 유럽 리그에 진출한 세계 정상급과의 격차도 좁히고 있다. 2013년 4월 현재 세계축구선수 연봉액수를 보면 1위 사무엘 에투(첼시) 2000만 유로(약 287억원), 2위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 1600만유로(약 229억원), 3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 1300만유로(약 186억원), 4위 페르난도 토레스(첼시) 1000만유로(약 143억원), 5위 야야 투레(맨체스터 시티) 1000만유로(약 143억원)의 순서이다. 축구스타 박지성(32)은 QPR에서 70-80억원의 연봉을 받았고 에인트 호벤으로 옮긴뒤에는 20-30억원을 받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 선수중 광저우 헝다로 이적한 김영권은 연봉 100만 달러(약 11억원)를 받는다. 국내 최고 연봉인 이동국(34∙전북)의 15억원과 4억원 차이다. 상하이 선화는 드록바, 아넬카, 모이세스, 모레노에게만 연간 3688만달러(약 418억원)을 쏟아붓고 있다. 외국선수들의 몸값이 높아 중국 국내 선수들의 연봉도 인플레가 심하다. 전북 현대 시절 벤치를 지켰던 중국 대표팀 미드필더 황보원(26∙광저우 헝다)의 현재 연봉은 11억원에 달한다.

중국 과감한 '축구 공정' 개혁…아시아 축구 맹주꿈꾸며 '대국굴기'(大國崛起) 의지 다져

중국 슈퍼리그의 저돌적인 급팽창은 시진핑 주석이 구상하는 대대적인 '축구 공정'(足球工程)에 따른 것이다. 시 주석의 궁극적인 목적은 아시아 축구의 맹주, 나아가 세계제패다. 한국 축구의 발전이 국내선수 중심의 육성책이었다면 중국식 전략은 해외선수 주도로 판을 키운뒤 기술을 전수받겠다는 방식이다.이는 팀내 외국인 용병수에서 단적으로 나타난다. K리그는 팀당 외국인 선수 보유한도가 3명인데 반해 중국슈퍼리그는 4+1(1은 아시아선수)체제를 유지해왔다. 경기중에는 아시아 선수 1명을 포함해 총 4명이 나설 수 있다.

그런데 이마저 부족해 광저우 헝다를 중심으로 6+2로의 제도개선을 요구했고, 2012년 AFC챔피언스리그 8강에 나가는 팀에 한해서 6+1운영을 한시적으로 운영했다. 현재 슈퍼리그팀들은 여전히 외국인 선수보유확대를 추진중이다. 수퍼용병이 포진한 슈퍼리그 상위팀은 그간 K리그 상위팀의 전력을 위협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실제 서울FC와 광저우 헝다는 2013년 10월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13AFC챔피언스리그 결승 1차전을 치른다.

외국선수 증원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외국선수들에게 자리를 뺏겨 중국선수들이 설 자리를 잃을 경우 기량이 퇴보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용병수에 제한이 없는 프리미어리그를 운영하는 영국처럼 월드컵 성적이 부진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보완책으로 가장 많은 대표선수를 보유한 광저우 헝다의 쉬자인(55∙許家印) 회장은 '묘안'을 제시했다. 광저우 소속으로 대표팀에 선발되면 보너스로 10만위안(약 1800만원)을 받는다. 하지만 부진한 경기력을 보일 경우 20만위안(약 3600만원)의 벌금을 낸다. 이른바 '당근과 채찍' 정책이다. 또한 선수들이 대표팀에서 몸을 사리지 않고 투지를 발휘하도록 하기위해 부상당해 선수 생명이 위험해지면 연금까지 지급한다. 연금규모는 무려 3000만위안(약 55억원)이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틈만나면 "나는 월드컵 본선 진출, 월드컵 개최, 월드컵 우승이란 세가지 꿈을 갖고 있다"고 말해왔다. 사진은 주추바오(足球報)가 2011년7월7일 '시진핑의 축구 소원'이란 제목으로 보도한 내용

시진핑 주석의 월드컵 꿈★은 이뤄질 것인가?…축구스타 베컴을 슈퍼리그 홍보 대사로 위촉

시진핑 주석의 임기(2013-2023년) 동안 아직 두 차례(2018년, 2022년)의 월드컵이 남아 있다. 이 기간동안 중국대표팀이 본선진출을 한다면 시 주석의 세가지 꿈중 한 가지를 달성하는 것이다. 2012년 2월 17일 시진핑 부주석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LA 갤럭시 소속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38)을 만나 "나는 당신의 팬"이라고 말했다. 그뒤 파리 생제르맹에서 현역 은퇴한 베컴은 2013년 3월부터 중국 슈퍼리그 홍보대사를 맡고 있다. 이 과정에서 엄청난 액수의 위촉비용이 지불됐다는 설이 나돌고 있다. 베컴은 2013년 3월과 6월 각각 중국을 방문해 스포츠팬들을 만났다. 베컴은 몸에 새긴 문신에 한자를 써 넣을 정도로 중국에 친근감을 표시하고 있다. 베컴이 홍보대사를 맡는 과정에서 시진핑 주석의 '입김'이 얼마나 작용했는지는 알 수 없다. 슈퍼리그를 홍보하기 위해 세계적인 스타를 끌어들일 정도로 중국이 축구에 집착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중국축구협회의 발걸음도 바빠졌다. 협회는 향후 15년내에 아시아 선두권에 올라서고 월드컵 본선행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축구인재 양성에 역점을 두고 청소년대표팀 육성, 체계적인 대표팀 관리 시스템 구축, 프로와 대표팀의 발전, 대표선수 및 코칭스태프 선발 기준 등을 마련할 방침이다. 또 협회 내 각종 기구는 과감히 통폐합된다. 협회내 기존 7개 부서를 외사부, 판공실, 정책법규부 3개 부서로 단순화하고, 기술∙대표팀관리 등 10개 기술 위원회를 설치키로 했다. 또 이탈리아,독일,영국 등 축구강국들과 청소년 축구교류를 진행해 기술 향상에 힘을 쏟을 예정이다. 5-6만명에 불과한 청소년 축구선수들을 100만명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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