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너 '백기'.. 오바마 완승 불구 개혁 지체 '상처'

워싱턴 | 손제민 특파원 2013. 10. 17. 22:5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바마케어' 예산 거부 무리수 둔 베이너 사퇴 가능성배후 '티파티' 존재감 과시.. 오바마, 정치지도력 타격

결과만 놓고 보면 승패는 분명하다. 미국 공화당이 타깃으로 삼았던 건강보험개혁법안인 오바마케어 예산이 그대로 살아남았고, 여론은 공화당이 더 잘못했다고 본다.

16일 밤(현지시간) 미 상·하원의 표결 결과를 봐도 투표한 민주당 상·하원 의원들이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면, 공화당은 찬반으로 쪼개졌다. 민주당이 승리했고, 공화당은 백기투항을 한 셈이다. 또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완승, 존 베이너 하원의장의 완패다.

애초 이 사태가 공화당이 오바마케어가 단지 대중적 인기가 없다고 해서 2010년 상·하원에서 법으로 통과되고, 2012년 대법원에서 합헌 판결을 받은 이 법에 예산을 배정할 수 없다고 버티면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예견된 결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개인들의 성적표는 그렇게 단순하게 그려지지 않는다.

CNN 인터넷판은 공화당 소속 베이너 의장 자리에 대해 "역사상 61명이 그 자리에 있었고, 대통령 다음으로 막강한 권력을 가진 자리지만 이번주 이후로 그 자리에 앉으려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번 사태의 주연은 오바마도, 티파티도 아닌 베이너였다는 시각을 깔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여일간 베이너의 입장은 오바마보다 더 많은 주목을 받았다. 그 자신은 개인적으로 오바마의 안 대로 가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으면서도 당내 강경파 티파티가 하자는 대로 하다가 막판에 나라를 걱정하는 원로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베이너는 16일 오후 공화당 전체회의에서 "모든 사람들이 치고받고 싸우는 걸 원치 않는다. 이게 우리가 원하는 결론은 아니지만 다음에 또 싸우기 위해서는 우리가 살아야 하지 않느냐"고 말해 기립박수를 받았다. 아직 그에게 책임을 묻는 얘기는 나오지 않지만 그가 이번 일의 책임을 지고 물러날 가능성이 높다.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으로 대표되는 공화당 내 티파티 진영은 이번 사태의 최대 역적이다.

하지만 30~40명의 티파티 의원들은 보수적 가치를 위해 연방정부를 멈출 수 있다는 존재감을 과시하면서 보수적 성향의 지역구에서 내년 중간선거를 예약했다.

다만 공화당의 전략가 알렉스 카스텔라노스는 CNN에 출연해 크루즈의 '셧다운' 전략을 '토끼 섹스'에 비유하며 궁극적으로는 공화당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았다.

토끼 섹스는 눈신토끼(snowshoe hare)가 섹스를 좋아해 10년마다 개체수를 6배씩 불린다는 데서 온 표현으로, 개체가 늘면 식량 사정에 압박을 받고 천적이 생겨난다는 점에서 호황기가 있으면 반드시 불황기가 있다는 의미다.

오바마는 오바마케어, 예산안, 부채한도 연장 등 모든 것을 얻어냈다. USA투데이는 오바마가 타협 없이 모든 것을 얻어내겠다고 했던 대로 관철시켰다며 '승리자'로 꼽았다.

하지만 국정운영의 파트너인 베이너와 함께 초당적 타협정치를 도출하는 국정 지도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해리 리드, 미치 매코넬 등 상원 지도부에 그 역할을 일임해야 했다.

오바마는 임기 2기에 들어서자마자 시리아 군사개입 문제에 이어 정부 재정 문제에 정치력과 시간을 허비함으로써 정작 개혁정책이 지체됐고, 긴 관점에서 상처를 입었다.

< 워싱턴 | 손제민 특파원 jeje17@kyunghyang.com >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