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 천국' 완도로 떠나는 맛있는 가을여행

2013. 10. 17.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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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로(8일)가 지나고 상강(23일)이 코앞이다. 하루가 다르게 가을이 깊어 가는 중이다.

이미 강원도 오대산은 오색 단풍이 80%가량 물들었다. 남쪽도 분위기를 이어받아 지리산 등 남녘의 산자락에도 가을빛이 내려앉기 시작했다.

이처럼 가을이 무르익는다 싶으면 금세 겨울이 찾아든다. 갈수록 짧아지는 가을 탓에 아쉬움이 많은 요즘이다. 따라서 가을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굳이 뜸들일 필요가 없을 듯싶다.

가을여행의 고정 관념을 깨뜨려 줄만한 여행지가 있다. 남녘으로의 가을기행이 그것이다.

그중 풍성한 계절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맛볼 수 있는 곳이 있는데, 바로 '웃음의 고장' 전남 완도(莞島)가 그러하다.

슬로시티 청산도와 보배로운 보길도를 거느린 완도의 대자연은 10월 중하순이면 알록달록 가을잔치를 시작한다.

거기에 아이스크림처럼 부드러운 삼치회와 싱싱한 전복, 쫄깃한 돔 등 별미거리도 풍성하니 흡족한 가을 여정을 꾸리기에 이만한 곳이 또 없다.

국내 '산소 음이온' 최다 발생지역이라는 청정함에 '빙그레 웃을 완(莞)', '웃음'을 고장의 미래 전략산업으로 삼고 있다는 완도로 가을 소풍을 떠나본다.

◆ 웃음의 고장 완도((莞島)

지금 남도는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아직 강원, 중부지방의 속도만은 못하지만 이미 완도, 해남 등 아랫녘까지 가을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늦가을 단풍에 불타는 완도 수목원의 빼어난 자태.

따라서 홍시처럼 익어가는 가을의 서정을 만끽하고 싶거든 풍성한 미식거리와 편안한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완도로 흡족한 여정을 꾸릴법하다.

완도의 완만한 야산에는 관목들이 알록달록 오색단풍의 향연을 펼치기 시작했다. 한껏 부풀어 오른 억새는 가을 햇살에 탐스런 자태를 뽐낸다.

특히 풀숲에 빠끔히 고개를 내민 키 작은 옻나무 잎의 다홍빛깔은 가히 '군계일학'이다. 한적한 가을 오후, 이처럼 계절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완도의 산야를 거닐다보면 편안하고 즐거운 감정이 절로 솟구친다.

얼굴에는 빙그레 웃음이 한가득, 싱글벙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호젓한 갯마을과 운치 있는 오솔길을 번갈아 찾자니 완도의 참 매력에 푹 젖어 들게 된다.

이쯤 되면 '완도'의 이름자를 떠올리며 선인들의 예지력과 빼어난 작명에 절로 감탄을 하게 된다. 굳이 이 고장을 '웃을 완(莞), 섬 도(島)'자를 써서 완도라 불렀는지 그 이유를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완도는 최근 수년간 지명을 활용한 마케팅을 시도 중이다. '웃음'을 고장의 미래 전략산업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아이스크림처럼 부드럽고 고소한 삼치회.

주변의 반응도 대단히 호의적이다.

일단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자원'을 적절하게 활용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정신적 가치가 소중해진 시대에 걸맞은 멋진 발상이라는 점도 큰 박수를 받고 있다.

매년 장보고축제(5월) 기간에는 '웃음왕 선발대회'를 벌이는데, 지역 주민은 물론 전국의 개그맨 지망생들이 대거 몰려 예심을 치러야 할 정도로 성황이다.

완도군청 유영인씨는 "예로부터 우리 완도는 외지 손님이 찾게 되면 싱싱한 먹을거리가 많고 살가운 인심이 좋아서 한 번 웃게 되고, 볼거리가 많아 또 '빙그레' 웃게 된다"며 자랑했다.

◆ 아이스크림보다 더 부드러운 '완도 삼치회'

지금 완도를 찾으면 미식가들 사이 가을철 최고의 별미로 통하는 삼치회를 맛볼 수 있다. 완도와 추자 해역에서 주로 잡히는 삼치는 10~11월의 것이 기름기가 제일 많고 살이 통통하게 올라 연중 최고의 맛을 자랑한다.

완도 어판장에서 상인들이 삼치를 들어보이고 있다.

흔히 삼치의 부드러운 육질을 구이나 조림으로 맛볼 수 있지만 회는 산지가 아니면 맛보기 힘들다. 요즘 삼치는 참치 뱃살보다 더 고소하고 부드러운 풍미가 있다. 게다가 비린내도 나지 않아 누구나 쉽게 먹을 만하다.

삼치는 비교적 먼 바다에서 잡아온다. 제주와 완도의 중간쯤인 추자도 인근, 나로도, 청산도 해역이 주어장이다.

삼치는 멸치가 많이 나는 철에 조황이 활발하다. 삼치가 멸치를 먹이로 삼기 때문이다. 따라서 은빛 나는 멸치모양의 가짜 미끼를 써서 낚시를 한다.

요즘 잡히는 삼치는 큼직한 게 방어보다는 몸집이 크고 다랑어 보다는 작다. 씨알이 굵은 것은 5kg이 넘는다.

삼치회는 먹는 방법이 여느 회와는 조금 다르다. 초고추장 대신 간장소스를 찍어 먹는다. 고소한 간장소스는 간장에 실파, 고춧가루, 깨, 참기름 등을 섞어 그 맛이 짭짤 고소하다.

삼치회 쌈밥.

완도 토박이들은 삼치 회를 주로 마른 김에 싸서 먹는다. 싱싱한 삼치회 한 점을 간장소스에 찍어 막된장, 마늘, 묵은지 등과 곁들이는 맛이 일품이다.

여기에 밥한 술을 얹으면 '세상에 이처럼 맛난 회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다. 삼치는 구이도 부드럽고 고소하다.

생선구이집 삼치가 제 아무리 싱싱하다 해도 완도 산지에서 대하는 것과는 맛이 또다르다.

삼치는 비교적 저렴한 횟감이다. 요즘 한참 물이 오른 도미보다 가격이 싸 삼치회(6만 원)와 구이, 식사를 함께 해도 넷이서 10만 원이면 흡족하게 먹을 수 있다. 완도읍 청실횟집(061-552-4559) 등이 토박이 맛집으로 통한다.

완도의 빼놓을 수 없는 별미가 있다. 바로 전복이다. 완도의 전복은 보길도가 주산지로 잘 사는 어촌 마을을 일궈낸 이 지역 효자 산업인 셈이다.

완도에 가면 생전복을 두툼하게 한 접시 썰어 놓고 진짜 전복의 풍미를 맛볼 수 있는데, 비린 맛이 없고 입안에 풍기는 향미와 쫄깃한 맛이 일품이다.

완도의 대표적인 미식거리인 전복회.

코스요리가 13만원선. 돔 활어회는 11만원이면 한 접시 푸짐하게 나온다.

각 4인 기준. 도미와 전복은 완도읍 새벽항구(061-554-7227)도 곧잘한다.

◆ 보고 즐길 거리 많은 '웃음 천국'

완도는 '건강의 섬'이라는 슬로건이 무색하지 않게 순수미를 간직한 곳이다. 완도 앞바다에 점점이 박힌 200여 개의 섬들은 한결 같이 보배들이다.

해상왕 장보고의 발자취가 남아 있는 장도 청해진유적지, 고산 윤선도의 풍류가 흐르는 보길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슬로시티 청산도 등 아름다운 대자연이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에 펼쳐져 있다.

▶수목원

군외면 대문리 소재 완도수목원은 완도의 가을, 그리고 사철 청정미를 맛볼 수 있는 공간이다. 만추에 접어들면 다양한 수종의 알록달록 오색 단풍이 곱게 물들어 가을 산책을 즐기기에 그만이다.

완도 본섬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2050㏊의 면적에 752종의 자생 난대수종을 보유해, 국내 최대의 난대림 집단자생지이자 유일한 난대수목원이다.

세계적 희귀수종인 모감주나무 군락지(천연기념물 428호)가 있다. 열매로 염주를 만든다 하여 염주나무라고도 부르는 모감주나무는 이곳에 해안선을 따라 장방형으로 늘어서 있다.

완도의 최고봉인 상황봉(해발 644m)으로 난 트레킹 코스를 따라 오르며 다양한 식생 대를 관찰할 수 있다.

▶구계등

완도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소는 구계등(九階燈)이다. 완도 남쪽 해안 정도리,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에 자리한 구계등은 운치 있는 바다여행을 즐기기에 그만이다.

파도에 밀려 표면에 드러난 자갈밭이 여러 층의 계단을 이루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 '구계등'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늦가을에도 초록의 운치가 남아있는 정도리 해변 숲.

바닷가에는 오랜 세월 파도와 바람을 맞은 동글동글한 몽돌이 가득하고 뒤쪽으로는 해풍을 막기 위해 심었던 방풍림이 멋진 숲을 이루고 있다. 그 숲속으로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아울러 시원스레 불어오는 해풍을 맞으며 호젓한 산책도 즐길 수 있다. 바다가 바라다 보이는 자갈길에 통나무를 박아 해안 산책코스를 만들어 두었다.

해변 길을 걸으며 구계등 해안 몽돌 구르는 소리를 듣노라면 10년 체증이 다 내려가는 듯 한 청량감을 맛볼 수 있다.

▶장보고 유적지 '장도'

완도읍 장좌리 마을 앞에 있는 장도(將島)는 청해진의 본거지로 아직도 그 흔적이 해변 목책 등으로 남아 있다. 사적 308호인 이곳은 해상왕 장보고가 청해진을 설치하고 한국과 중국, 일본을 잇는 중계무역을 실시하던 곳이다.

청해진이 설치됐던 장도.

삼국사기에는 "흥덕왕 3년(서기 828년) 장보고에게 군사 1만 명을 내려 (이곳에) 청해진을 설치했다"고 적혀 있다. 섬에는 토성과 매납유구, 굴립주건물지, 폐와지, 우물 등의 유적과 3만 6000여 점의 유물이 발굴됐다. 목책은 사라호 태풍때 거센 파도에 의해 드러나 발견됐다.

▶태극기 휘날리는 '소안도'

소안도를 찾으면 연중 펄럭이는 태극기 물결을 마주할 수 있다. 소안도는 유독 항일독립운동가가 많이 배출된 곳이다.

소안면사무소 관계자에 따르면 조그만 섬에서 건국훈장 애족장만 스무 명이 넘게 받았을 정도로 애국지사가 많은 '독립의 땅'이라는 것이다.

연중 태극기가 게양되는 소안도.

따라서 소안도 전체 1372가구에서는 365일 태극기를 달아 연중 태극기가 휘날리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그 밖의 볼거리

다도해를 한 눈에 보고 싶다면 '완도 전망대'를 찾으면 된다. 완도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오고 야경이 압권이다. 고금도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마지막 혼이 서린 곳이다.

고금도에서 이순신 장군은 전라도 수병 8000 명을 모아 훈련시킨 뒤 노량해전에 출전, 대승을 거뒀다. 사당(충무사)이 있다.

야경이 아름다운 완도 전망대.

보길도는 세연정 등 윤선도의 얼이 서려 있고, 슬로시티 청산도에서는 느릿한 여행, 남도 도서지방 특유의 문화를 접할 수 있다.

◆ 여행메모

▶가는 길=서울에서는 서해안 고속도로 목포 종점~강진과 남창 교차로를 지나~완도/ 호남고속도로~산월IC~광주와 나주 지나 영암-강진-남창~완도

◆ 김형우 여행기자

조선일보 출판국 기자, 스포츠조선 레저팀장을 거쳐 현재 여행전문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관광기자협회장, 2010~2012 한국방문의해 위원, 서울시 관광진흥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한국관광공사 베스트 그곳 선정 자문위원, 한양대 관광학부 강사 등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여행기자들이 다시 찾고 싶은 여행지(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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