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아이즈]자 떠나자-폭포 절경에 그릇 깨기까지..중국 언스 관광

윤시내 2013. 10. 14.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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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언스(중국)=뉴시스】김정환 기자

◇칭장화랑(清江画廊)

"노르웨이의 피요르드보다 아름답다", "뉴질랜드의 피요르드는 댈 것도 아니다."

중국 후베이성 언스(恩施)시에서 양쯔강 지류인 칭장(清江)을 따라 펼쳐지는 '칭장화랑(清江画廊)'의 자태를 접한 한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터져 나온 말이다.

칭장화랑을 찾던 날, 새벽부터 비가 내려 아쉬움을 감출 수 없었다. 이보다 앞서 미국 네바다주 그랜드 캐니언을 능가한다는 평가를 받는 언스시의 또 하나의 자랑 '언스 대협곡'을 찾았다가 날씨 탓에 제대로 만끽하지 못한 경험이 있기에 칭장화랑의 비경마저 궂은 날씨에 희생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무려 4시간 동안 420여㎞를 배를 타고 가야 한다니 더욱 그러했다.

언스시 펀수이(汾水河) 부두에서 유람선에 탑승할 때 가이드가 했던 "비가 안 오면 폭포가 10개, 비가 오면 폭포가 100개"라는 말을 '정말 믿어도 되나' 싶으면서도 애써 일말의 위안으로 삼으려고 했다.

유람선 2층 고물에 앉아 내리는 빗줄기를 바라보며 '도대체 칭장화랑은 언제 나오는 거야'라고 불만스러워 하던 차에 조금씩 절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었다. 가이드의 말처럼 기암괴석과 푸른 나무가 어우러진 좌우의 벼랑 곳곳에서 수많은 폭포수가 쏟아져 내리는 것이었다. '하나, 둘, 셋, 넷….' 세고 세도 끝이 없을 정도였다. 게다가 굽이굽이 흐르는 강과 수천, 수만 폭 병풍처럼 계속 이어지는 산들은 익히 봐온 노르웨이나 뉴질랜드 피요르드의 그것과 비교해 전혀 손색이 없었다. 아니 그보다 규모가 작아서인지 더욱 드라마틱했다.

웅장한 석회산, 깎아지른 듯한 절벽, 그 위로 흐르는 시원한 폭포수, 석회석 성분이 녹아 짙푸른 물 색깔까지 2시간 넘게 달렸지만 지루해질 겨를을 주지 않았다. 특히 동굴에서 바로 떨어지는 폭포, 사이좋게 나란히 떨어지는 '커플 폭포', 벨기에 브뤼셀의 명물 '오줌싸개 아이' 동상처럼 시원한 오줌발을 세운 폭포까지 각양각색 폭포가 즐거움을 안겨줬다. 시인도 아니지만 절로 싯구가 나오고, 화가도 아니건만 사진보다 화폭에 직접 담아보고 싶은 욕구가 불끈불끈 솟아났다.

눈은 호강했지만 배는 채울 수 없었나 보다. 배꼽시계가 정확히 점심 무렵을 가리킨다. 마침 유람선 1층에서는 점심 준비가 한창이었다. 칭장화랑을 바라보며 배 위에서 먹는 현지식 뷔페는 소박했지만 산해진미가 따로 없었다.

그때 사람들이 앞다퉈 이물 쪽으로 달려 나갔다. '뭔일이래?' 고물로 향했다. 눈앞에 드러나기 시작하는 폭포 앞에 입이 저절로 떡 벌어졌다. 그야말로 할리우드 영화 '쥬라기 공원'에나 나옴직한 거대한 폭포가 눈앞에 펼쳐졌다. 카메라에 빗물인지, 강물인지, 폭포수인지 모르는 엄청난 물방울이 계속 쏟아졌지만 좀처럼 카메라를 치울 수 없었다. 칭장화랑의 하이라이트 '나비 폭포'였다. 날개를 활짝 편 나비 모양이다. 암벽 한 가운데로 시원스럽게 폭포수가 뿜어져 나오는 모양이 기묘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1시간 쯤 더 가니 도착지인 창양(淸陽) 부두가 보인다. 신선놀음을 그만 멈추고 현실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온 것이다.

노르웨이, 뉴질랜드보다 많게는 5분의 1, 적게는 3분의 1 가격으로 비슷한 감동을 느낄 수 있다는 것, 한국인은 물론 중국인에게도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관광지라 그리 붐비지 않는다는 것, 9월보다 가을색이 완연해지는 10월이 더 아름답다는 것 등 서둘러 칭장화랑을 찾을 이유는 차고 넘친다.

롯데관광이 우한·이창·언스 등 후베이성 주요 관광지를 5박7일 일정으로 돌아보는 패키지 상품 '新 장강삼협,은시대협곡+청강화랑 7일'(부산 김해공항 출발)을 판매 중이다. 부산 김해공항에서 에어부산 전세기를 이용해 10월 18, 23, 28일과 11월2일에 출발한다. 노팁 노쇼핑, 99만9000원. 단체비자 발급비(2만5000원) 등 개인경비는 불포함이다.

◇바만쯔(巴蔓子) 민속미식촌

쨍그렁!, 쨍강….

여기저기서 그릇 깨지는 소리가 들린다. 방금 전까지 화기애애하게 밥 먹고, 바이주(白酒)를 질펀하게 나눠 마시던 사람들이 갑자기 일어나 술잔을 땅에 막 던진다. 어떤 이는 큰소리로 뭐라고 외친다.

술잔은 곳곳에서 산산조각난다. 그러나 일행도, 옆자리 손님도, 식당 직원이나 주인도 말리지 않는다. 직원들은 말없이 조각난 그릇들을 치울 뿐이다. 중국 후베이성 은시시에 자리한 투자족 전통 식당 '바만쯔(巴蔓子) 민속미식촌'이다.

이 집을 찾는 손님들에게는 술 마실 자유와 함께 술잔을 깰 자유도 보장된다. 그렇다면 왜 술잔을 깨는 것일까. 아주 오랜 옛날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투자족의 설화가 유래다. 원수처럼 지내던 투자족의 두 집안이 있었다. 양가의 청춘 남녀가 사랑을 하게 됐고, 졸지에 로미오와 줄리엣 처지가 됐다.

그러나 두 사람의 사랑을 살아서는 받아주지 않은 이탈리아 베로나의 속좁은 어른들과 대륙의 어른들은 달랐다. 두 집안의 어른이 어느 날 함께 만나 술잔을 기울인 뒤 그간의 모든 원한을 술잔이라 여기기로 하고 이를 땅바닥에 내던져 산산조각 내는 의식을 통해 털어버렸다. 그리고 두 집안은 사돈이 돼 화목하고 행복하게 지냈다.

바로 이 옛 이야기에 착안한 음식점이다. 물론 술잔은 공짜가 아니다. 개당 1위안(약 180원)을 지불하기는 한다. 당연히 깰 그릇이니 여기저기 흠집이 난 헌 그릇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계속 써도 되는 새 그릇이다. 자기는 아니지만 질로 된 재질이다. 아까워서 깨지 않고 몇 개를 서울에 가져 왔는데 주변에서 더 갖고 오지 그랬느냐고 할 정도로 모양이나 품질도 좋다.

은시시가 있는 후베이성이 아직 개발 단계에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인 듯하다. 5년 뒤에는 이곳 그릇 값이 치솟아 해보고 싶어도 못해볼 일이다. 일행이 '한국에 차리면 좋겠다'고 말한 뒤 바로 "접자"고 하는 이유도 역시 한국에 만들기에는 그릇 값이 만만찮다는데 생각이 뒤늦게 들어서다.

한국에서 쌓인 스트레스가 많았다면 시원하게 풀어보자. 옆 자리 손님들과 싸움 날까봐 술잔도 자유롭게 못 부딪쳤다면 이때가 기회다. 단, 술잔만 깨야지 다른 그릇을 깨서는 안 된다.

바만쯔를 찾는 이유는 그릇을 깨는 데만 있지 않다. 1인 40~60위안(약 7500~1만1000원)에 맛볼 수 있는 투자족 토속 음식들도 또 다른 이유다. 염장 돼지고기를 넣고 끓인 탕, 오리알 요리 피단, 각종 야채 볶음, 해물 튀김, 양쯔강 민물고기 찜 등 감칠맛 나는 음식들이 인원에 맞춰 푸짐하게 차려진다.

언스시 대도(大道) 612. 현지전화 0713-8413166

ace@newsis.com

※이 기사는 뉴시스 발행 시사주간지 뉴시스아이즈 제348호(10월21일자)에 실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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